“검수완박 유효” 내린 헌재 이석태·유남석 잇따라 교체, 내부 지형 바뀐다
  • 김현지 기자 (metaxy@sisajournal.com)
  • 승인 2023.04.10 12:05
  • 호수 17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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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변·우리법연구회 출신 재판관들 입김 줄어들 듯
‘문재인 정부의 부동산 조치는 합헌’ 등 판단도 재조명

윤석열 정부 임기 내 헌법재판소 소장을 비롯해 재판관 전원이 교체되는 등 사법부 지형이 변화할 예정이다. 최근 헌재는 더불어민주당이 강행한 ‘검수완박(검찰수사권 완전 박탈)법’에 대해 입법 과정에서 국회의원의 심의·표결권이 침해됐지만 유효하다는 판단을 내렸다. 재판관 5대4 의견으로, 성향에 따른 결과라는 법조계의 분석이 나왔다. 현재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 탄핵심판, 검수완박법 관련 ‘고발인 이의신청권 불가’ 심사 등도 심판대에 올라있는 만큼, 헌재의 지형 변화에 관심이 집중됐다.

진보 성향 연구단체 출신 재판관 4명

법조계에 따르면 이석태(만 69·사법연수원 14기)·이선애(56·21기) 헌법재판소 재판관 후임에 김형두(57·19기)·정정미(53·25기) 재판관이 지명됐다. 이석태 재판관은 진보 성향의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 참여연대 등에서 활동했다. 김명수 대법원장이 지명했다. 이선애 재판관은 양승태 전 대법원장의 지명으로 헌재에 들어왔다. 재판관 교체는 검수완박법과 관련한 권한쟁의심판(3월23일) 이후 이뤄졌다. 헌재는 대통령·대법원장·국회가 각각 3명씩 지명한 재판관으로 구성된다. 모두 9명의 재판관 가운데 대통령이 국회의 동의를 얻어 헌재소장을 임명한다. 임기는 6년이다.

두 재판관이 퇴임하면서 진보 성향의 재판관은 4명으로 줄어들었다. 유남석(65·13기) 소장, 김기영(54·22기), 문형배(58·18기), 이미선(53·26기) 재판관은 진보 성향의 연구단체에서 활동했다. 유 소장과 문 재판관은 우리법연구회 회장으로 이름을 올렸다. 김기영·이미선 재판관은 우리법연구회가 전신인 국제인권법연구회 회원으로 참여했다. 문재인 대통령이 지명한 이미선 재판관은 검수완박법과 관련한 권한쟁의심판에서 ‘캐스팅보터’ 역할을 했고, ‘입법 과정에서 국회의원의 심의·표결권이 침해됐다’는 판단을 이끌어냈다.

박근혜 정부 시절 양승태 전 대법원장과 자유한국당 등이 지명한 이선애, 이종석(62·15기), 이영진(61·22기) 재판관은 특정 성향의 단체에서 활동하지 않은 것으로 전해진다. 김명수 대법원장이 지명한 이은애(56·19기) 재판관 역시 검수완박법과 관련한 권한쟁의심판에서 ‘인용’ 의견을 냈다. 유남석 등 남은 재판관은 윤석열 정부 임기 내 헌재를 떠날 예정이다.(표 <헌법재판소 구성> 참조)

앞서 헌법재판관 후보추천위원회는 지난 2월 우리법연구회 출신 2명을 포함해 8명을 재판관 지명 대상 후보자로 추렸다. 김명수 대법원장은 이 가운데 김형두·정정미 재판관을 지명했다. 김 재판관은 1993년 서울지법 의정부지원에서 판사 생활을 시작했다. 법원행정처 사법정책연구심의관, 대법원 재판연구관 등 요직을 거쳤다. 2009년 ‘박연차 게이트’와 관련해 정상문 전 청와대 총무비서관과 천신일 세중나모여행 회장 등에 대한 구속영장을 기각했다. 뇌물수수 사건과 관련해 한명숙 전 국무총리에 대한 체포영장을 발부했다. 김 재판관은 한 전 총리 사건 1심 재판부였고, 한 전 총리에게 무죄를 선고했다. 서울고법 판사 시절에는 군사정권의 긴급조치 9호 피해자들에게 국가배상 판결을 내렸다. 정정미 재판관은 지역 법관을 주로 지냈다. 1996년 인천지법 부천지원을 시작으로 전주지법 군산지원, 대전지법, 대전고법 등에서 일했다. 사법연수원 교수 등을 역임했다. 김명수 대법원장이 추천해 국민권익위원회 비상임위원(2018년 5월~2021년 5월)으로 활동했다.

 

이상민 장관 탄핵 등 심판대 올라 있어

헌법재판소가 주목받으면서 과거 사건에 대한 판단도 재조명됐다. 주요 사건에서 검수완박법의 경우처럼 재판관 5대4 의견으로 판단이 나온 경우도 있다. 최근 문재인 정부의 ‘주택시장 안정화 방안’ 관련 헌법소원 판단이 나왔는데, 재판관 5대4 의견으로 ‘문 정부의 조치는 합헌’이라고 결론 내렸다. 문 정부는 2019년 12월16일 투기지역·투기과열지구 내 시가 15억원 초과 초고가 아파트에 대한 주택구입용 주택담보대출을 금지했다. 헌재는 정부의 조치와 관련한 헌법소원에서 재산권과 계약할 자유 등이 침해되지 않는다며 기각했다. 유남석·이석태·김기영·이미선·이영진 재판관은 기각을, 이선애·이은애·이종석·문형배 재판관은 반대 의견을 냈다.

사상 초유의 법관 탄핵 사건에서도 견해가 엇갈렸다. 임성근 전 부장판사는 박근혜 정부의 ‘사법행정권 남용’ 사건에 연루됐는데, 양승태 전 대법원장 시절 개별 재판에 개입한 의혹을 받았다. 헌재는 2021년 10월28일 임 전 부장판사에 대한 탄핵심판에서 재판관 5대4로 각하했다. 임 전 부장판사가 법관 임기만료로 퇴직한 상태이기 때문에 탄핵심판 청구 자체가 적법하지 않다는 것이 이유였다. 유남석·이석태·김기영 재판관은 인용 의견을 냈다. 대법원은 2022년 4월28일 임 전 부장판사에게 무죄를 확정했다.

재판관 전원 일치 의견인 경우도 있다. 헌재는 2020년 12월23일 박근혜 정부의 문화예술계 블랙리스트 작성 관련 사건에서 전원 일치 의견으로 위헌 결정을 선고했다. 헌재는 경기도의 남양주시 감사 관련 권한쟁의심판에서 “14건 가운데 6건에 대한 감사는 지방자치권 침해”라며 일부 인용했다. 다만 나머지 8건에 대해서는 재판관 6대3 의견으로 기각했다. 이선애·이종석·이영진 재판관은 “경기도가 남양주시의 지방자치권을 침해했다”며 반대 의견을 냈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경기지사 시절인 2020년 11월 남양주시의 자치사무에 관한 특별조사를 개시한다고 통보했다.

현재 이태원 참사와 관련해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에 대한 탄핵심판, 검수완박법 가운데 경찰의 불송치 결정에 대해 고발인이 이의신청을 못 하도록 한 조항 등이 헌재 심판대에 올라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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