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중독 예방의 첫걸음 ‘음식은 끓인 후 2시간 이내에 먹기’
  • 노진섭 의학전문기자 (no@sisajournal.com)
  • 승인 2023.04.15 11:05
  • 호수 17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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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식을 상온에 보관하지 말아야
‘복통+열’ 증상 나타나면 즉시 병원으로

낮 기온이 20도를 훌쩍 넘는 초여름 같은 4월이다. 기온이 상승하면 실외활동에는 도움이 되겠지만 식품을 매개로 한 질환인 식중독이 증가한다. 소풍이나 나들이에 싸들고 나간 김밥이나 샌드위치가 장시간 상온에 방치되면서 변질될 수 있다. 우리들이 여름철보다 봄철에 식중독에 대한 경각심이 비교적 낮은 것도 4월의 식중독 주의보를 높인다. 박민선 서울대병원 가정의학과 교수는 “여름에는 많은 사람이 식중독 예방에 주의를 기울이지만 봄이 시작되는 3~4월에는 음식 관리에 방심하기 쉽다. 특히 봄철에는 나들이 등 야외활동이 늘어나는데, 이때 음식을 냉장·냉동 보관해야 한다. 음식을 상온에 2시간 이상 두지 않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시사저널 임준선

신경마비·근육경련·의식장애 일으키기도

식중독이란 우리 몸에 해로운 미생물 또는 유독물질이 있는 음식을 먹어 발생하는 질환을 말한다. 음식을 매개로 한 또 다른 질환은 장염인데, 이는 상한 음식물을 먹고 소장이나 대장에 염증이 생기는 질환이다. 음식물 섭취와 관련 있고 증상이 유사하므로 식중독과 장염은 비슷한 의미로 통용된다. 복어나 모시조개 등에 있는 동물성 독소, 버섯이나 감자 등에 있는 식물성 독소, 화학물질에 의한 화학성 독소, 세균이나 바이러스가 뿜는 독소가 식중독을 일으킨다. 그중에서 세균이나 바이러스가 뿜는 독소에 의한 식중독이 가장 많다. 

식중독의 일반적인 증상은 복통이다. 그러나 복통의 원인은 수없이 많아 단순히 배가 아프다고 해서 식중독이라고 단정할 순 없다. 가령 과민성 대장으로 인한 복통은 배변 후 조금 편해지지만, 식중독으로 인한 복통은 길게 지속되고 때로는 고열까지 동반한다. 병원에서도 복통 질환을 감별할 때 증상만으로 판단하지 않고 분변검사·혈액검사·복부 초음파검사 등을 실시한다. 

구토나 설사도 식중독 증상이다. 구토나 설사는 우리 몸이 병원균 독소를 신속히 제거하려는 방어 기능이다. 병원균 독소가 소화관 위쪽에 있는 경우 구토, 아래쪽에 있는 경우 설사를 통해 체외로 독소를 배출한다. 구토나 설사 증세가 생기면 흔히 항구토제나 지사제를 먹는데, 이런 행동은 자제해야 한다. 약물을 잘못 사용하면 독소나 세균을 배출하려는 우리 몸의 방어 기능이 약해지고 회복이 지연되거나 경과가 나빠질 수 있다. 

이런 증상은 대개 하루 이틀 만에 좋아진다. 그러나 면역과 체력이 약한 어린이나 노약자가 식중독 증상을 보일 때는 병원을 찾는 것이 바람직하다. 성인이라도 복통·구토·설사에 열까지 난다면 병원 진료가 필요하다. 열이 난다는 것은 세균이나 바이러스에 감염된 식중독을 의미한다. 이런 세균성 식중독은 치료 후 경과가 좋지 않다. 세균성 식중독일 경우에는 전신 증상이 나타나기도 한다. 세균의 독소가 소화관으로 흡수되지 않아 구토와 같은 소화기 증상이 생기는데, 만일 세균이 장벽에 붙거나 뚫고 들어가면 소화기 증상과 함께 전신 발열까지 나타날 수 있다. 일부 세균이 만드는 독소는 신경마비·근육경련·의식장애도 일으킨다.

또 식중독 증상으로 2일 이상 하루에 6~8회의 묽은 변을 보거나 대변에 피가 섞여 나오는 경우, 2일 이상 배가 아프고 뒤틀리는 경우, 하루 이상 소변이 나오지 않는 경우, 설사와 함께 체온이 38도 이상이면 병원에 가야 한다. 강희철 세브란스병원 가정의학과 교수는 “식중독 증상과 함께 열이나 혈변이 생기면 병원균 감염에 의한 것이어서 병원을 찾아 항생제로 치료해야 한다. 특히 아이가 먹지 못하고 늘어지는 경우, 노인이 물도 마시지 못할 정도라면 즉시 병원 진료를 받는 것이 안전하다”고 조언했다. 

 

식중독의 최우선 치료법 ‘수분 섭취’

식중독 원인균에 따라 치료법은 제각각이다. 그렇지만 모든 식중독에 필요한 공통적인 치료는 충분한 수분 섭취다. 식중독에 걸리면 장점막이 손상되고 소화흡수 기능이 떨어진 상태인 데다 구토와 설사를 반복하는 과정에서 체내 수분을 잃게 되고 심할 경우 탈진된다. 따라서 곧바로 음식을 먹으면 소화흡수 장애로 인해 설사가 악화한다. 설사가 심하더라도 물을 마셔야 하는 이유다. 수분 손실로 인해 체내 전해질 균형이 깨졌을 가능성이 있으므로 끓인 물에 설탕이나 소금을 타서 마시거나 이온음료를 마셔도 된다. 병원에서는 환자에게 수액을 주사하는데, 포도당이나 전해질이 포함된 물은 순수한 물보다 흡수가 더 빠르다.

이후 설사가 줄어들면 미음이나 쌀죽 등 기름기 없는 음식부터 먹는 것이 좋다. 설사한다고 무조건 굶는 것은 좋지 않다. 2~3일만 음식을 먹지 않아도 위장의 흡수 능력이 떨어지고, 영양 공급이 적절하지 않으면 그 자체로 설사가 악화할 수 있기 때문이다. 특히 고령자는 식중독 이후 제대로 된 식사를 못 하고 미음·죽 등으로 대체하면서 근육이 빠지기 쉽다. 이는 소화불량과 복통의 반복으로 이어지며 심지어 호흡기 감염질환의 원인이 되기도 한다. 따라서 처음 한두 끼만 미음·죽을 먹고 조금 회복되면 일반적인 식사를 하는 것이 빠른 회복에 도움이 된다. 박민선 교수는 “나이가 좀 있는 사람은 비만으로 인한 만성질환을 우려해 식사량을 줄이거나 한 끼를 가볍게 간식류로 먹는 경우가 자주 있다. 체중과 체지방이 줄어들면 체력도 함께 떨어지고 식중독에 걸렸을 때 빠른 회복이 어렵다. 따라서 60대 이후 고령자는 평상시 식사량을 일부러 지나치게 줄이지 않아야 한다”고 조언했다. 

식중독 예방의 첫걸음은 음식이나 물을 끓여 먹는 것이다. 그러나 조심해야 할 점이 있다. 조리한 음식을 상온에 방치하면 안 된다는 점이다. 아침과 저녁에 기온이 쌀쌀하다고 음식을 상온에 보관하면 식중독균이 증식하기 쉽다. 대표적인 사례가 2021년 봄, 공사현장 근로자 수십 명이 점심으로 닭볶음탕을 먹고 집단 식중독에 걸린 경우다. 오래된 식재료도 아니고 날음식도 아닌데 왜 이런 일이 발생했을까. 

ⓒ연합뉴스
경기도보건환경연구원에서 연구원들이 식중독균 배양분리 시연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100도에서 끓여도 살아남는 균

이 집단 식중독 사건의 원인은 퍼프린젠스라는 균이었다. 이 균은 주변 환경이 자신에게 불리할 때 열에 강한 캡슐을 만들어 그 속에 숨어 활동을 멈춘다. 그래서 음식을 100도에서 1시간 끓여도 죽지 않는다. 만일 닭볶음탕을 조리한 후 바로 먹었으면 별 탈이 없었을 것이다. 그러나 당시에는 아침에 조리한 닭볶음탕을 점심때까지 통에 담아 상온에 보관했다. 음식이 상온에서 천천히 식는 과정(특히 40~60도)은 이 균이 깨어나기 좋은 조건이다. 마치 알이 부화하듯 균이 증식하는 데는 7~8분이면 충분하다. 이때 독소가 뿜어져 나온다. 

퍼프린젠스는 산소를 싫어하고 아미노산을 좋아해 땅속이나 동물의 내장에 존재한다. 음식 중에서는 국물 형태의 고기요리에서 잘 생존한다. 국물에는 산소가 없기 때문이다. 그래서 닭볶음탕·곰국·고깃국·카레·수프·닭죽과 같은 국물요리를 먹고 퍼프린젠스 식중독이 생긴 사례가 적지 않다. 강희철 교수는 “퍼프린젠스에 감염되면 복통과 설사는 물론 발작까지 나타날 수 있다. 음식물을 끓여 바로 먹으면 상관없지만 상온에 오래 방치하면 이 균이 다시 활성화한다”고 강조했다. 

따라서 식중독 예방을 위해 음식이나 물을 익히거나 끓인 후 바로 먹는 식습관이 매우 중요하다. 일반적으로 음식을 70도 이상에서 1~2분 가열하고 2시간 이내에 먹는 것이 좋다. 음식을 남겼다가 나중에 먹기보다는 한 번에 먹을 양만 조리하는 것도 식중독을 예방하는 방법이다. 음식이 남아 어쩔 수 없이 보관해야 한다면 빨리 냉각시켜야 한다. 뜨거운 음식을 바로 냉장고에 넣을 수 없으므로 상온에서 약간 식힌 후 냉장고에 넣어야 하는데 이때도 요령이 있다. 싱크대에 차가운 물이나 얼음을 채우고 거기에 냄비를 올려 식히면 된다. 또 음식을 잘 저어주면 음식에 산소가 공급돼 퍼프린젠스를 적절히 제거할 수 있다. 음식을 아예 뜨겁게 보관하는 방법도 있다. 음식을 전기밥통에 넣고 보온 상태(70도 유지)로 놔두면 퍼프린젠스 활성화를 막을 수 있다. 보관했던 음식은 반드시 다시 끓여 먹어야 한다. 

야외에서 육류를 구워 먹는 경우가 많은데 이때 유념할 점은 ‘중심 온도’다. 고기를 구울 때 열이 가장 늦게 전달되는 부분은 고기의 중심부다. 이 중심 온도 75도 이상에서 1분 이상 고기를 구워야 안전하다. 흔히 채소는 식중독과 관련이 없을 것으로 생각하지만, 잘못된 상식이다. 세균성 식중독은 육류뿐만 아니라 채소를 통해 더 많이 발생한다. 2016~20년 발생한 식중독 사례 중 원인 식품이 확인된 사례의 67%가 채소류 때문이라는 식품의약품안전처의 발표도 있다. 채소는 흐르는 물에 3회 이상 꼼꼼히 세척하고 바로 섭취해야 한다. 바로 먹지 않는다면 상온에 방치하지 말고 10도 이하로 냉장 보관해야 한다.

모든 식중독 예방법은 손 씻기를 기본 전제로 한다. 식중독과 같은 식품 매개 감염병은 오염된 손에 의해 전파되는 만큼 손 씻기가 매우 중요하다. 비누와 물로 손을 잘 씻는 것만으로도 이질균과 다른 원인으로 인한 설사 발생을 최대 35%까지 줄일 수 있다는 연구 결과도 있다. 이처럼 식중독은 음식을 끓여 바로 먹고, 식재료나 음식을 상온에서 보관하지 않으며, 손 씻기를 실천하면 충분히 예방할 수 있는 질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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