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 대통령, 스승 송상현의 “겸손하라”는 조언 경청해야 [쓴소리 곧은 소리]
  • 김형준 배재대 석좌교수·전 한국선거학회 회장 (db827@naver.com)
  • 승인 2023.04.14 16:05
  • 호수 17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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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은 대통령의 실적보다 태도를 중시…내년 총선 ‘여당의 무덤’ 될 가능성 커
한일 해법, 결단 필요하나 국민에 대한 사전 설득 없이 “나를 따르라” 식이 문제

내년 총선을 1년 정도 앞둔 윤석열 정부의 위기감이 커지고 있다. 윤석열 대통령 지지율이 30%대로 고착화되고 있기 때문이다. 한국갤럽 4월 첫째 주 조사에서 윤 대통령의 국정수행에 대한 긍정평가는 31%, 부정평가는 61%였다. 지난 대선에서 윤 대통령이 얻은 48.6%(16,394,815표)와 비교하면 약 278만 표가 이탈한 셈이다. 

이런 지지율 추락은 젊은 세대와 중도층이 주도했다. 지난 대선 당시 방송 3사 출구조사에 따르면 윤 대통령은 20대와 30대에서 각각 45.5%와 48.1%를 득표했다. 그러나 이번 갤럽 조사에선 이들 계층에서 19%와 22%로 거의 반 토막이 났다. 중도층에서도 대선 때는 44.7%를 득표했지만 지금은 25%에 불과했다. 

윤 대통령 지지율 하락 요인은 다양하다. 구조적 요인과 대통령의 개인적 요인으로 구분된다. 세계경제가 불안에 휩싸이며 수출은 추락하고, 경상수지는 적자에 시달리고, 주가와 부동산 가격은 떨어지고, 물가와 금리 상승으로 소비와 투자가 위축되는 구조적 상황에서 국민의 미래 경제에 대한 불안과 정부에 대한 불신이 커지고 있다. 실제로 한국갤럽 3월 3주 조사에서 향후 1년간 우리나라 경기 전망을 물은 결과 60%가 ‘나빠질 것’이라고 내다봤고, 14%만이 ‘좋아질 것’이라고 응답했다. 

향후 1년간 살림살이에 대해서도 ‘나빠질 것’(38%)이 ‘좋아질 것’(15%)보다 두 배 이상 많았다. 경제를 망친 문재인 정부를 교체한 윤석열 정부에서 ‘좋은 일자리 창출’과 같은 ‘윤석열식 경제 살리기’를 기대했지만 체감할 수 있는 성과가 나오지 않자 실망한 국민이 정부에 등을 돌리기 시작했다. 실제로 전국 지표 조사(4월10~12일) 결과, 윤석열 정부 주요 정책 평가에 대한 긍정평가에서 ‘경제 정책’이 31%로 가장 낮았다.

ⓒ연합뉴스
윤석열 대통령이 4월11일 경기도 화성시 기아 오토랜드에서 열린 전기차 전용공장 기공식이 끝난 후 참석자들과 인사하고 있다. 왼쪽 첫 번째와 두 번째는 각각 이창양 산업부 장관, 정의선 현대차 회장 ⓒ연합뉴스

만기친람 스타일,‘공정·민주주의’와 부조화

그런데 윤 대통령 지지도 추락의 본질적인 요인은 윤 대통령의 리더십 때문이다. 대통령이 결단을 내리고 책임지는 모습은 절대적으로 필요하다. 하지만 일을 처리하는 방식이 거칠고 투박하면 비호감으로 연결돼 결국 지지도 하락의 요인이 된다. 가령, 미래지향적 한일 관계를 위해 윤 대통령의 결단으로 강제징용 해법을 서둘러 제시했지만 민심은 싸늘했다. 한국갤럽 조사 결과, 윤 대통령 직무수행 부정평가 응답자가 그 이유로 ‘외교’(23%)와 ‘일본 관계/강제동원 배상 문제’(15%)를 가장 많이 지적한 것이 이를 입증하고 있다. 한국이 일본에 많은 부분을 양보했지만 일본이 사과도 없고 성의를 보이지 않자 야당이 주장하는 ‘굴욕 외교’ 프레임이 먹혀들었다.

여하튼 윤 정부는 정치적으로 매우 취약한 일본과의 타협으로 득보다 실이 많았다. 한일 문제와 같은 민감한 정치 현안에 대해서는 사전에 국민을 설득하고 이해를 구하는 ‘소통 리더십’을 펼쳐야 했는데 “국익을 위한 것이기 때문에 무조건 나를 따르라”는 식의 고압적 태도는 오만하게 비칠 수 있다. 전국 지표 조사에서도 나타났듯이, 윤 대통령이 일을 잘못하고 있다고 생각하는 이유로 ‘독단적이고 일방적이어서’가 34%로 가장 많았다. 윤석열 대통령은 지난 국민의힘 전당대회 과정에서 특정 후보를 비판하거나 견제하면서 자신이 선호하는 후보를 지지하는 의사를 표출했다. 이를 두고 모든 것을 대통령이 혼자 처리하는 ‘만기친람식 태도’라는 비판이 제기됐다. 이는 평소 ‘공정과 민주주의’를 부르짖는 윤 대통령의 신념과 부조화를 이루면서 대통령 지지율을 깎아먹는 요인이 됐다.

 

독단과 혼선이 지지율 하락의 주범

정부의 정책 혼선도 지지도 하락의 큰 요인이다. 고용노동부는 1주일에 최대 69시간 근무가 가능한 근로시간제 개편안을 제시했다. 그런데 정부가 입법예고한 근로시간 유연화 정책에 대해 윤 대통령은 국무회의에서 “주 60시간 이상의 근무는 무리”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국민을 위한 제도를 만드는 데 조급하게 서두르지 않고 충분히 숙의하고 민의를 반영하겠다”고 했다. 여론의 거센 비판 속에 윤 대통령이 직접 진화에 나섰지만, 이처럼 황당한 정책 혼선은 정부의 무능과 불신을 고조시켰다.

오만과 혼선이 윤 대통령 지지율 하락의 주범이다. 내년 총선은 윤석열 대통령의 집권 2년이 끝나는 시점인 4월10일 치러진다. 따라서 국민이 정부가 일을 잘했는지 못했는지에 따라 회고적으로 투표하는 중간 평가 선거가 될 수밖에 없다. 1987년 민주화 이후 치러진 9번의 총선에서 중간 평가 성격의 총선은 네 차례 있었다. YS 집권 3년 직후인 1996년 총선, DJ 집권 2년 직후인 2000년 총선, 박근혜 대통령 집권 3년 직후인 2016년 총선, 문재인 대통령 집권 3년 직후인 2020년 총선이다. 

그런데 코로나 팬데믹이라는 특수 상황에서 치러진 2020년 총선에서 여당인 민주당이 180석(60%)으로 압승한 것을 제외하고 집권당은 과반 의석 확보에 실패했다. 1996년 총선에서 신한국당 46.5%(139석), 2000년 총선에서 새천년민주당 42.1%(115석), 2016년 총선에서 새누리당 40.7%(122석)를 획득했다. 그만큼 중간 평가 선거는 ‘여당의 무덤’이었다. 최근 대통령과 국민의힘 지지율이 동반 하락하면서 내년 총선에서 ‘정부 견제론’(야당 지지)이 ‘정부 지원론’(여당 지지)을 압도하고 있다. 한국갤럽 조사에서 ‘정부 견제를 위해 야당 후보가 많이 당선돼야 한다’(50%)가 ‘정부 지원을 위해 여당 후보가 많이 당선돼야 한다’(36%)를 압도했다. 시사저널 조사에서도 “내일 선거라면 어느 당 후보를 찍겠는가?”라는 질문에 국민의힘 37.5%, 민주당 51.5%라는 응답이 나왔다.

분명 정부·여당의 총선 전망에 빨간불이 켜졌다. 위기를 극복하기 위해선 무엇보다 대통령의 통치 스타일(태도)을 바꿔야 한다. 하버드대 조셉 나이 교수는 《국민은 왜 정부를 믿지 않는가》라는 책에서 “국민은 정부의 성과보다는 일을 처리하는 태도를 중시한다”고 했다. 

윤 대통령의 대학 스승인 송상현 서울대 법대 명예교수는 윤 대통령을 향해 “더 겸손하면 위기가 전화위복이 될 것”이라고 조언했다. 윤 대통령이 이를 마음속에 깊이 새기면서 경제위기를 극복할 미래 비전을 제시하고, 독단적·일방적 태도에서 벗어나 스스로를 낮추는 ‘섬김의 리더십’을 펼치며, 국가 중요 사항을 국민에게 상세히 보고하고 설득하며, 정부의 정책적 역량을 키워 정책 혼선을 막아낸다면 지지율 반전의 기회를 잡을 수 있을 것이다.        

※ 외부 필진의 칼럼은 본지의 편집 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김형준 명지대 교수(정치학)
김형준 배재대 석좌교수·전 한국선거학회 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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