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가 갤럭시 스마트폰의 기본 검색 엔진을 구글에서 마이크로소프트(MS)의 빙(Bing)으로 교체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미국 뉴욕타임스(NYT)가 보도했다. 이 소식에 충격을 받은 구글의 모회사 알파벳은 인공지능(AI)을 탑재한 새로운 검색 엔진을 개발하고자 분주히 움직이고 있다.

16일(현지 시각) NYT에 따르면, 구글 직원들은 삼성전자가 스마트폰에 기본으로 설정된 검색 엔진을 구글에서 MS의 빙으로 갈아타는 걸 고려하고 있다는 소식을 듣고 큰 충격에 휩싸였다.

최근 MS의 빙에 오픈AI의 챗GPT가 적용되며 빙의 검색 능력이 좋아지자, 삼성이 아직 AI 검색 기능을 탑재하지 않은 구글 대신 MS로 갈아타려는 움직임이 포착됐다. 삼성발 충격은 지난해에만 1620억 달러에 이르렀던 검색 엔진 시장의 절대강자인 구글에게 첫 번째 잠재적인 '균열(crack)'로 다가오고 있다고 NYT는 평했다. 구글은 삼성과 맺은 계약으로 해마다 약 30억 달러(약 3조9400억원)의 매출을 거두고 있다.

삼성이 검색 엔진을 빙으로 교체하는 방안을 검토하는 근거가 MS의 AI 분야 내 우월적인 지위 때문인지는 아직은 불투명하다는 게 구글의 추측이다. 협상이 아직 진행 중이라는 점을 고려하면, 삼성이 구글과의 계약을 이어갈 가능성을 아예 배제할 수는 없는 상황이다.

구글은 대응책의 일환으로 AI 기술로 가동되는 새로운 검색 엔진을 뒤늦게나마 개발하기 위해 전력을 기울이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프로젝트명은 '마기(Magi)'로, 디자이너와 엔지니어, 경영진이 '스프린트 룸(sprint room)'으로 불리는 협업 공간에서 최근 버전을 실험 중이다. 여기엔 160명 이상의 정규직 근로자가 투입됐다.

새 검색 엔진은 현재 서비스보다 좀 더 개인화된 검색 내용을 제공할 전망이다. 마기는 검색 결과와 함께 광고도 노출할 것으로 보인다.

구글은 지난해 11월 MS가 오픈AI와 협력하기로 하자 우려를 표해오기도 했다. 소식통에 따르면, 이로부터 2주 뒤 구글은 이에 대응하는 태스크포스(TF)를 꾸렸다. 사실 구글은 오랜 기간 AI 검색 엔진을 개발해왔다. 런던의 딥마인드랩은 세계 최고 수준의 AI 연구센터로 평가받으며, 자율주행차량 등 AI 프로젝트의 개척자이기도 하다.

그러나 구글이 지난달 내놓은 대화형 AI 바드(Bard)는 엇갈린 평가를 받았다. 새 검색 엔진 개발은 아직 초기 단계에 있고 현재 구체적인 출시 일정도 미확정이다. 이르면 다음달 미국에서 공개할 예정이며, 올 가을 기능을 추가한다는 복안이다. 처음 최대 100만 명에게 이 기능을 공개하고, 연말까지 최대 3000만 명에게 서비스를 확대할 계획이다.

삼성전자가 스마트폰의 기본 검색 엔진을 MS의 빙으로 변경하는 안을 검토 중이라는 이번 보도에 대해 삼성과 MS는 관련 언급을 하지 않았다.

김은정 디지털팀 기자 다른기사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