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용할 이유 없다? 김건희 여사 ‘광폭 행보’는 계속된다
  • 구민주 기자 (mjooo@sisajournal.com)
  • 승인 2023.04.17 17: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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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월 들어 단독 일정 9개, 사실상 ‘국정 파트너’
與 “김 여사가 원해…보폭 더 넓어질 듯” 野 “누가 대통령인가”
김건희 여사가 14일 대전 중구 태평전통시장을 방문해 이동하고 있다. ⓒ연합뉴스
김건희 여사가 14일 대전 중구 태평전통시장을 방문해 이동하고 있다. ⓒ연합뉴스

‘조용한 내조’를 선언했던 김건희 여사가 최근 ‘적극적인 내조’를 넘어 윤석열 대통령에 버금가는 강행군 일정을 소화하고 있다. 김 여사는 4월 들어 연일 단독 공개 일정을 가지며 직접 정치적 메시지도 제시하고 있다. 윤 대통령의 ‘국정 파트너’ 행보를 본격화했다는 시각이 나오는 가운데, 이제라도 ‘민간인’ 김 여사에 대한 관리와 통제가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또 다시 나오고 있다.

최근 보름 동안 김 여사는 총 11개의 공개 일정을 가졌다. 이 중 단독 일정만 9개에 해당한다. 비공개 오찬 등 비공식적인 일정까지 더하면 하루에 2개가량 일정을 꾸준히 소화하고 있는 셈이다. 지난 한주만 봤을 때 김 여사의 외부일정 횟수는 윤 대통령보다 3배 많았다.

김 여사가 찾는 현장도 부쩍 다양해졌다. 전문 분야인 문화예술 행보 뿐 아니라 사회적 약자를 챙기는가 하면 보훈 관련한 일정까지, 역대 영부인 행보로선 전례 없는 행보를 이어가고 있다(아래 표 참고).

김건희 여사 4월 공개 일정 ⓒ시사저널 양선영 디자이너
김건희 여사 4월 공개 일정 ⓒ시사저널 양선영 디자이너

그 과정에서 김 여사가 권한을 넘어서는 메시지를 던져 논란을 낳기도 했다. 12일 김 여사는 청와대 상춘재에서 동물보호단체 관계자들과 비공개 오찬을 가진 자리에서 “개식용을 정부 임기 내에 종식하도록 노력하겠다. 그것이 저의 본분”이라고 밝힌 것으로 전해졌다. 당장 야권에선 “대통령이 직접 약속해야 할 일” “‘입법’으로 해결해야 할 사안”이라며 ‘민간인’ 신분의 김 여사가 언급한 데 대해 문제를 제기하고 있다.

같은 날 김 여사가 납북자·억류자 가족들과의 만남에서 “이런 납치 문제에 대해서는 북한에 강하게 해야 한다”고 발언한 것도 문제로 지적되고 있다. 김준형 전 국립외교원장은 지난 13일 MBC 라디오 《신장식의 뉴스하이킥》에 출연해 “한반도 외교 안보 문제에 대해서 민감한 얘기인데 대통령 부인이 이런 말을 하는 주체로서 적절한가 하는 의문이 든다”고 꼬집었다.

그간 김 여사의 행보는 주로 윤 대통령의 지지율이 회복세를 나타낼 때 도드라졌다. 하지만 최근 윤 대통령이 심각한 지지율 하락세를 거듭하고 있는 상황에서도 김 여사의 보폭을 날로 커지고 있다.

대통령실은 “봄철이라 (김 여사에 대한) 행사 참가 요청이 늘었다”고 밝혔다. 대통령실에 따르면, 윤 대통령이 국정을 살피며 각종 행사에 참가하는 게 어려운 상황에서 주최자들이 ‘대통령께서 못 오시면 영부인이라도 와줬으면 좋겠다’고 요청해 자연히 김 여사의 일정이 늘어났다는 것이다.

윤 대통령도 김 여사에게 자신의 ‘국정 파트너’로서 적극적인 역할을 해 줄 것을 당부한 것으로 알려졌다. 윤 대통령 역시 방미 준비 등 국정으로 인해 자신이 챙기지 못하는 일정을 김 여사가 대신 챙겨주길 요청했다는 게 대통령실 관계자의 전언이다.

윤 대통령을 비롯해 대통령실 내에선 이처럼 현장과 밀착한 김 여사의 행보가 지지층 결집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친다고 판단하는 것으로 알려진다. 윤 대통령이 향하지 못하는 그늘진 곳으로 직접 찾아가는 모습이 다소 권위적인 윤 대통령의 이미지에 보완재 역할을 해줄 것이란 기대다.

올해 초부터 김 여사가 연루돼 있던 각종 의혹들이 검찰에 의해 무혐의 처분을 받은 점도 김 여사의 대외 행보를 늘리는 데 크게 일조한 것으로 보인다. 대통령실로선 김 여사의 약점이었던 ‘사법 리스크’를 어느 정도 털어냈다고 보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무엇보다 이 같은 광폭 행보를 김 여사 본인이 원하고 있다는 이야기가 나온다. 대통령실 상황을 잘 아는 한 여권 관계자는 시사저널과의 통화에서 “김 여사가 원하지 않으면 절대 불가능한 일정”이라며 “예전부터 김 여사가 다양한 공개 활동들을 소화하길 바라온 것으로 알고 있다. 따라서 김 여사의 보폭은 앞으로 더 넓고 다양해질 것”이라고 전했다.

 

“尹 지지율 낮은데 金 광폭 행보? 서로 더욱 끌어내려”

이 같은 기대와 달리 김 여사의 모습이 자주 노출될수록 부정적인 여론이 커질 거란 관측이 적지 않다. 대선 당시 자신을 둘러싼 각종 의혹을 해소하기 위해 ‘조용한 내조’를 약속했던 데 대한 ‘배신’으로 보는 시각이 높다는 것이다. 2021년 12월 김 여사는 기자회견을 열고 “과거의 잘못을 깊이 반성하고 국민 눈높이에 어긋나지 않도록 조심 또 조심하겠다”며 “남편이 대통령이 돼도 아내의 역할에만 충실하겠다”고 공언한 바 있다.

여권의 시각과 달리 대중은 김 여사의 리스크가 해소됐다는 데도 동의하지 않는 것으로 보인다. 넥스트리서치가 SBS의 의뢰를 받아 지난 2월6~7일 실시한 조사에서 야당이 추진하는 ‘김건희 특검’에 대해 찬성 의견이 66.4%로 압도적이었다. ‘정치적 공세’라며 반대한 여론은 24.9%에 그쳤다(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고).

김 여사가 윤 대통령의 약점을 채워 시너지를 일으키는 ‘보완재’가 아닌 서로 ‘연동된 존재’라는 지적도 나온다. 엄경영 시대정신연구소장은 통화에서 “윤 대통령과 김 여사의 호감도와 비호감도는 서로 연동돼 있어 함께 오르내린다”며 “지금처럼 윤 대통령의 지지율이 저조할 경우, 김 여사의 광폭 행보는 오히려 서로를 더욱 끌어내리는 역할만 하기 때문에 자제할 필요가 있다”고 진단했다.

야권에선 ‘선출되지 않은 권력’인 김 여사의 적극적인 행보가 또 다른 ‘리스크’가 되고 있다며 이제라도 공적인 관리와 통제가 필요하다는 주장이 나오고 있다. 윤석열 정부 출범 직후부터 이어져 온 ‘제2부속실 설치’ 목소리가 다시금 커지고 있는 것이다. 지금처럼 제1부속실이 윤 대통령과 김 여사 일정과 의전을 공동으로 챙기는 모습이 기형적이며 월권이라는 지적이다.

특히 최근 김 여사의 대학원 동기인 김승희 선임행정관의 의전비서관 승진이 김 여사의 잇단 광폭 일정과 맞물리면서 김 여사 통제에 대한 요구는 더욱 높아지고 있다. 박홍근 민주당 원내대표는 “김 여사가 입가경의 ‘요란한 내조’로 본색을 드러내고 있다”며 “대체 대한민국 국민이 뽑은 대통령은 누구인가”라고 꼬집었다. 강선우 민주당 대변인은 “제발 만들라는 제2부속실은 안 만들고 의전비서관실을 제2부속실화 한 것이냐”고 지적했다.

하지만 대통령실 관계자들은 여전히 제2부속실 설치에 대해 논의되지 않고 있다고 전하고 있다. 윤 대통령이 대선 당시 공약을 깨면서까지 부속실을 다시 만들기로 결정하는 일이 쉽지 않다는 것이다.

최근 김 여사의 연이은 일정과 관련해서도 대통령실 관계자는 시사저널과의 통화에서 “윤 대통령이 근래 순방 준비에 몰두하고 있어 최근 외부 공식 일정이 상대적으로 적었다. 대통령으로서 보이지 않는 곳에서 챙겨야 할 업무가 상당하다”고 설명했다. 이어 “대통령이 소화하는 일정과 김 여사가 소화하는 일정은 그 규모와 무게가 아주 다르다”며 “단순히 공식 일정 횟수로 나란히 비교하는 건 무리”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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