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자해지’ 택한 송영길에 이재명 ‘단일대오’ 휘청?
  • 박성의 기자 (sos@sisajournal.com)
  • 승인 2023.04.24 15: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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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영길 ‘귀국·탈당’ 선택에 與 일각 “李, 宋에게 배워라”
‘돈 봉투’ 논란 후 비명계 결집…‘이탈표’ 규모 커질 수도

송영길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탈당 의사를 밝혔다. 자신을 둘러싼 ‘전당대회 돈 봉투’ 논란이 일파만파 확산하면서다. ‘민주당 전 대표 송영길’이 아닌 ‘자연인 송영길’로서 결백을 증명한 뒤 당으로 돌아오겠다는 게 송 전 대표의 계획이자 각오다.

정치권 일각엔 송 전 대표의 결단으로 이재명 대표가 난처한 상황에 직면했다는 시각도 있다. ‘결자해지’를 내세운 송 전 대표와 달리 이 대표는 당의 ‘단일대오’를 강조하며 검찰 수사에 임하고 있어서다. 민주당 전‧현직 대표가 ‘사법리스크’에 상반된 입장을 내놓으면서, ‘이재명 당 대표 사퇴’를 촉구해온 비이재명(비명)계도 다시금 목소리를 높이기 시작했다.

송영길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사진 왼쪽)와 이재명 민주당 대표 ⓒ연합뉴스
송영길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사진 왼쪽)와 이재명 민주당 대표 ⓒ연합뉴스

“결백 증명하고 돌아온다”…당 나간 송영길

송 전 대표는 지난해 12월부터 프랑스에 머물며 파리경영대학원(ESCP) 방문 연구교수로 활동 중이었다. 올해 7월에 귀국하는 게 송 전 대표의 계획이었다. 그러나 변수가 등장했다. 이른바 ‘전당대회 돈 봉투’ 파문 배후로 송 전 대표가 있다는 의혹이 확산했다. 관련 녹취록까지 공개되자 민주당 지도부도 공개적으로 송 전 대표에게 조기 귀국을 요청했다.

당초 송 전 대표는 조기 귀국에 부정적 입장을 밝혔다. ‘돈 봉투’ 사건과 무관하다는 이유에서다. 그러나 이재명 대표를 비롯한 당 지도부가 송 전 대표에게 직접 연락해 조기 귀국 및 사태 해결을 종용한 것으로 전해졌다. 여기에 총선 악재를 우려하는 동료 의원들의 성토가 이어지자 송 전 대표도 ‘백기’를 들고 조기 귀국을 결정했다는 후문이다.

한발 더 나아가 송 전 대표는 탈당 카드까지 빼들었다. 송 전 대표가 내세웠던 원칙이 본인에게 ‘부메랑’으로 돌아왔다는 분석이 나온다. 송 전 대표는 당 대표 시절 이른바 ‘부동산 투기 의혹’에 휩싸인 당내 의원 12명에게 탈당을 권유한 전례가 있다. 민심을 악화시킨 의원은 ‘정치적 책임’을 져야 한다는 취지에서다.

송 전 대표는 지난 22일(현지시각) 프랑스에서 연 기자회견에서 “(부동산 의혹 당시) 같은 원칙은 제게도 적용돼야 한다고 생각했다. 당에 누를 끼친 책임을 지겠다”며 “이 자리를 빌려서 마음의 상처를 받으면서도 당을 위해 부담을 감수하고 고군분투하여 이겨내신 12분의 의원님께 죄송하다는 말씀과 함께 존경과 감사를 드린다”고 말했다.

그는 그러면서 결백을 거듭 강조했다. 송 전 대표는 “검찰 소환도 없지만 가능한 한 빨리 귀국해 검찰 조사에 당당히 응하고 책임지고 사태를 해결하겠다”며 “제가 귀국하면 검찰은 저와 함께했던 사람들을 괴롭히지 말고 바로 저를 소환해주실 것을 부탁드린다”고 말했다.

 

李 체포동의안 ‘이탈표’ 규모 커질까

송 전 대표가 귀국과 탈당을 택하면서 민주당 지도부도 더 이상 송 전 대표와 관련된 언급은 삼가는 모습이다. 다만 여당이 ‘송영길의 결단’을 지렛대 삼아 이 대표를 비판하기 시작했다. 송 전 대표보다 많은 의혹에 휩싸인 이재명 대표를 ‘방탄’한 당이 송 전 대표에게만 ‘무한책임’을 강조하는 것은 모순이라는 지적에서다.

김웅 국민의힘 의원은 24일 페이스북을 통해 “송영길 전 대표의 돈봉투 규모는 1억원 미만이고 이와 관련해 아직 구속된 사람은 한 명도 없고, 극단적 선택을 한 사례도 없고, 아직 기소된 적도 없고 이제 겨우 수사 중이다”며 “그런데도 송 전 대표는 탈당하고 자진 귀국하여 수사를 받겠다고 한다”고 했다.

이어 “이에 반해 이재명 대표는 범죄엑스포”라며 “대장동 4895억, 위례신도시 211억, 성남FC 133억 등 부정부패 범죄액만 5000억원을 넘어간다.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위반, 이해충돌방지법위반, 부패방지법위반, 범죄수익은닉규제법위반, 공직선거법위반 등 거의 모든 범죄가 부정부패, 헌장파괴 사범이고 거의 모두 기소됐다”고 비판했다. 이어 “그런데도 이 대표는 당대표 자리를 지키고 있다. 구속을 피하려고 더불어민주당 의원들을 동원해 불체포 특권을 누리고 있다”고 꼬집었다.

민주당 내에서도 비판의 목소리가 가열되고 있다. 비명계뿐 아니라 친명계까지 가세해 당 지도부가 ‘돈 봉투’ 의혹에 적절히 대처하지 못하고 있다고 목소리를 높이기 시작했다.

이원욱 민주당 의원은 지난 21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진행한 시사저널 인터뷰에서 “돈 봉투 의혹 직후 자체 진상조사단은 꾸리지 않고 검찰 수사 진행을 지켜보겠다고 한 건 도덕적 책임은 외면하고 법률적 책임에만 스스로 한정지어버린 것”이라고 비판했다. 차기 원내대표 선거에 출마한 박범계 의원도 24일 KBS 라디오 《최경영의 최강시사》에 나와 “당의 자체 진상특별기구를 꾸려야 한다”고 주장했다.

검찰이 이 대표를 겨냥한 두 번째 체포동의안을 요청할 것이란 전망이 나오는 가운데 민주당 의원들의 셈법도 복잡해진 모습이다. 앞서 하영제 의원 체포동의안을 통과시키고, 송 전 대표에겐 ‘결자해지’를 요청한 민주당이 이 대표의 체포동의안을 또 다시 막아설 경우 역풍을 마주할 수 있다는 우려에서다. 정치권 일각에선 송 전 대표의 결단으로 민주당 ‘이탈표’의 규모가 더 커질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이준한 인천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이재명 대표의 성격상 부담을 느끼지 않고 추가 체포동의안 부결을 계속 밀어붙일 가능성도 있다”며 “그렇게 되면 민주당 내부의 반발 기류가 더 확산돼 조직적 세력화될 가능성도 있다”고 봤다. 그러면서 “이 대표의 체포동의안 표결 향방이 더 불확실해질 것”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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