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림그룹 2세 김준영 경영 전면에…풀어야 할 숙제는?
  • 송응철 기자 (sec@sisajournal.com)
  • 승인 2023.05.02 17: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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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법 승계 논란에서 비롯된 부정적 인식 불식해야
김홍국 하림그룹 회장의 외아들인 김준영씨 ⓒJKL파트너스 제공
김홍국 하림그룹 회장의 외아들인 김준영씨 ⓒJKL파트너스 제공

김홍국 하림그룹 회장의 장남인 김준영씨가 NS쇼핑 등기이사에 오르며 경영 최전선에 나왔다. 이로써 준영씨는 시장으로부터 경영 능력을 인정받는 한편, 편법 승계 논란에서 비롯된 부정적인 인식을 불식시켜야 하는 과제를 안게 됐다.

2일 유통업계에 따르면, 하림그룹의 NS쇼핑은 최근 준영씨를 사내이사에 신규 선임했다. 이로써 NS쇼핑은 조항목 대표와 준영씨 2인 체제로 전환됐다. NS홈쇼핑을 운영하는 NS쇼핑은 ‘해운(곡물)·사료-축산·도축가공-식품제조-유통·판매’로 이어지는 하림그룹 밸류체인 중 유통을 담당하는 핵심 계열사다.

준영씨는 2018년 하림지주 경영지원실 과장으로 입사해 경영 수업을 시작했다. 2021년에는 하림그룹을 나와 사모펀드 운용사인 JKL파트너스에서 근무하다 최근 다시 친정으로 복귀했다.

1992년생인 준영씨는 올해 32세의 젊은 나이인 만큼 경영권 승계를 논의하기에는 시기상조라는 평가가 나온다. 그러나 업계에서는 준영씨를 하림그룹의 유력한 후계자로 지목하고 있다. 그가 김 회장의 외아들이기 때문이다.

무엇보다 준영씨를 중심으로 한 지분 승계는 이미 상당 부분 진행된 상태다. 그는 현재 ‘김준영→올품→한국바이오텍(옛 한국인베스트먼트)→하림지주→하림·팬오션·제일사료·선진·팜스코’로 이어지는 지배구조 정점에 있다. 문제는 준영씨가 그룹에 대한 지배력을 확보하는 과정에서 편법이 동원됐다는 점이다.

준영씨를 중심으로 한 지분 승계 작업이 시작된 건 2010년이다. 하림그룹은 당시 계열사이던 한국썸벧을 한국썸벧과 한국썸벧판매(현 올품)로 물적분할했다. 이를 통해 ‘김홍국 회장→한국썸벧판매→한국썸벧→제일홀딩스→주요 계열사’로 이어지는 지배구조가 만들어졌다.

김 회장은 이후 보유 중이던 한국썸벧판매 지분 100%를 준영씨에게 증여했다. 그 직후 올품을 중심으로 한 지배구조 개편 작업과 일감 몰아주기, 자사주 마법 등이 이뤄졌다. 그동안 재벌가 승계 과정에서 애용돼온 방식이었다.

그 결과, 준영씨는 현재 자신이 지분 100%를 보유한 올품(5.78%)과 올품의 100% 자회사인 한국바이오텍(16.69%)를 통해 하림지주 지분 22.47%를 지배하고 있다. 김 회장(21.10%)의 하림지주 지분율을 웃도는 규모다.

눈여겨 볼 대목은 준영씨가 자산총액 10조원 이상의 그룹의 경영권을 확보하면서 납부한 증여세가 100억원에 불과하다는 점이다. 그 증여세 마저도 올품이 유상감자를 단행해 제공한 100억원으로 납부했다. 사실상 개인 자금 한 푼 없이 그룹에 대한 지배력을 확보한 셈이다.

공정거래위원회는 2017년 이와 관련해 조사에 착수했다. 그 결과, 공정위는 2021년 말 하림그룹 계열사들이 올품을 부당 지원해 이익을 챙기게 했다고 판단, 이들 회사에 과징금 총 48억8800만원을 부과하기로 결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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