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내년 하반기까지는 중국 공장에 첨단 반도체 장비를 반입할 수 있을 것이란 전망이 나왔다. 양사의 가장 큰 위협으로 꼽혀온 중국 내 장비 반입 규제가 1년 더 미뤄지면 당분간 국내 반도체 수출 생산에 있어 최악의 시나리오는 면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3일(현지 시각) 파이낸셜타임즈(FT)는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내년 10월까지 중국 공장에 반도체 장비를 반입할 수 있을 것이라 보도했다. FT는 '미국이 중국과의 전쟁에서 한국 반도체 칩 제조업체에 대한 지원 신호를 보냈다'는 제목의 기사를 통해 "미국 정부가 삼성전자 등의 한국 생산자들에게 오는 10월 만료되는 장비 반입 기간을 적어도 1년 더 허용할 수 있다는 메시지를 분명하게 보냈다"고 전했다.

앞서 미 정부는 지난해 10월 중국에 미국산 첨단 반도체 장비 반입을 금지하는 조치를 발표했다. 당시 SK하이닉스와 삼성전자는 1년 유예 조치를 받았다. 이같은 조치가 1년 더 연장될 가능성이 높아진 것이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중국 공장은 양사 메모리 반도체 생산량의 절반을 차지한다. 삼성전자는 중국 시안 공장에서 전체 낸드플래시 생산량의 약 40%를, SK하이닉스는 중국 우시 공장에서 전체 D램 생산량의 약 48%를 생산 중이다. 여전히 최첨단 반도체 생산에 필요한 미국산 극자외선(EUV) 노광 장비는 반입을 할 수 없지만, 중국 공장에서 사용되는 대부분의 미국산 장비는 들어올 수 있을 전망이다. 유예 조치 연장에 실패한다면 삼성·SK의 중국 공장은 문을 닫을 수도 있다는 의견도 나온다.

FT는 미국 정부의 이번 결정을 두고 "중국의 첨단 반도체 확보를 늦추면서 동맹국의 경제적인 이익을 해치지 않기 위한 것”이라고 평가했다. 한국 업체들의 중국사업 중단으로 중국 경쟁사들이 반사이익을 볼 것이라는 우려를 해소할 수 있게 됐다는 뜻이다. 중국이 미 마이크론에 대한 규제 등을 통해 양쯔메모리테크놀로지(YMTC)와 같은 자국 반도체 산업을 고도화하려는 태세를 보이면서 미국은 이를 견제하기 위한 각종 조치들을 취하고 있다.

김은정 디지털팀 기자 다른기사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