각종 규제 없애고 줄였는데 성과는 ‘아직’ [尹정부 1년]
  • 조문희 기자 (moonh@sisajournal.com)
  • 승인 2023.05.10 14: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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규제 철폐로 70조 효과 기대했지만 체감은 ‘글쎄’
전문가 “尹정부 경제양극화‧공정경제 낙제점”

“자유 민주주의와 시장 경제 체제를 기반으로 국민이 진정한 주인인 나라를 재건하겠다.”

윤석열 대통령이 1년 전 취임식 때 강조한 말이다. 전임 정부의 트레이드마크였던 ‘소득주도성장’의 종료를 공식화하고, 민간 주도 경제 성장을 추진해나가겠다는 시그널로 읽혔다.

이후 한 달 뒤인 지난해 6월16일 내놓은 윤석열 정부 5년 경제정책 청사진의 방점도 ‘시장’에 찍혔다. 윤 대통령은 다시 한 번 “민간‧시장 주도로 경제의 체질을 확 바꿔야 경제가 산다”며 기업친화적 규제 개혁으로 경기 침체 위기를 극복하겠다는 의지를 다졌다.

1년이 지난 현재 한국 경제는 어떻게 탈바꿈했을까. 정부의 공언대로 각종 규제가 철폐되고 시장의 초점이 정부 주도에서 민간 중심으로 전환됐다는 데엔 이견이 없다. 그러나 전 세계적 경기 침체 분위기 탓에 규제 개선에 따른 효과가 즉각적으로 나타나지 않는 데다, 경제양극화 문제는 악화했다는 비판에서 자유로울 수 없는 분위기다.

윤석열 대통령이 5일 청와대 영빈관에서 열린 제2차 국정과제점검회의에 입장하고 있다. ⓒ연합뉴스
윤석열 대통령이 4월5일 청와대 영빈관에서 열린 제2차 국정과제점검회의에 입장하는 모습 ⓒ연합뉴스

‘反文’ 점철된 尹노믹스…정부 주도에서 민간 중심으로

윤석열 정부가 지난 1년 동안 추진한 경제 정책을 하나의 키워드로 연결하면 ‘反문재인’이란 평가가 나온다. 전임 정부에서 추진했던 경제 정책들을 고스란히 과거로 돌려놓았다는 취지에서다. 윤 대통령은 공약대로 소득주도성장과 탈원전 정책을 폐기하고 부동산 규제를 과감하게 없앴다. 법인세 축소 등 감세 정책도 추진했다.

공식 석상에서 전임 정부의 경제 정책을 질타하는 발언도 수차례 나왔다. 윤 대통령은 전날 국무회의에서 “집값 급등과 시장 교란을 초래한 과거 정부의 반시장적‧비정상적 정책이 전세 사기의 토양이 됐다”라고 하는가하면, “증권합수단 해체로 가상자산 범죄와 금융 투자 사기를 활개치게 만들었다”고 했다. 최근의 경제 분야 사건사고들을 유발한 원인이 전임 정부의 ‘잘못된’ 정책에 있다는 인식이다.

실제 윤석열 정부는 각종 규제 철폐도 단행했다. 국무조정실에 따르면, 이번 정부 출범 이후 지난 1년간 1027건의 규제가 없어지거나 완화됐다. 설악산 오색케이블카 설치, 문화재 보존지역 재조정 등 크고 작은 규제가 고쳐졌다. 정부는 임기 말까지 약 70조원의 경제효과가 발생할 것으로 기대했다.

동시에 윤 대통령은 자신을 ‘대한민국 1호 영업사원’으로 지칭하고 국내외적 경제 일정을 적극 소화했다. 대통령실에 따르면, 윤 대통령은 지난 1년간 110개에 달하는 각종 경제 회의를 직접 챙겼다. 그 일환으로 첨단산업 분야에서 11억5000만 달러 규모의 글로벌 기업 투자 유치, 사우디아라비아와의 290억 달러 규모 MOU 체결, 300억 달러 규모 UAE(아랍에미리트) 국부펀드 투자 유치 등 성과를 이끌어냈다.

윤석열 대통령이 정부 출범 1주년인 10일 서울 동작구 국립서울현충원을 찾아 참배하고 있다. ⓒ 연합뉴스
윤석열 대통령이 정부 출범 1주년인 10일 서울 동작구 국립서울현충원을 찾아 참배하고 있다. ⓒ 연합뉴스

‘3중고’ 선방했지만 성장 동력 안 보여…“경제양극화도 심각”

‘윤노믹스(윤석열 대통령의 경제 정책)’에 대한 대체적인 평가는 ‘선방했다’는 것이다. 정부 출범 초기 우크라이나 전쟁과 글로벌 경기침체 등에 따른 3고(고유가‧고금리‧고물가) 리스크나 레고랜드 사태로 인한 투자심리 위축 이슈에도 불구하고 증권 시장을 빠르게 안정화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특히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3%대까지 둔화하면서, 위기를 다소 진정시켰다는 반응이다.

문제는 실질적 성과다. 특히 윤석열 정부에서 기대를 걸고 있는 부동산 경기 부흥 정책은 현재까지 가시적인 성과를 보이지 못하고 있다. 정부는 대출의 문턱을 낮추고 전매제한 기간을 늘리는 등 각종 규제를 완화하면서 부동산 시장 반등을 통한 경기 회복을 구상했으나, 아직 이렇다 할 거래량 증가는 보이지 않는다는 게 업계의 전반적인 시각이다. 특히 부동산 규제 완화의 핵심이라고 할 수 있는 실거주 의무 폐지가 국회 문턱을 넘지 못한 실정이다. 정치권의 대립 탓에 규제 완화 속도가 더뎌졌다는 평가도 나온다.

또 세제 지원 혜택 등 친기업 행보에도 불구하고 한국 경제의 버팀목인 수출은 오히려 쪼그라든 상태다. 가장 최근 집계된 무역 실적인 올해 4월 수출액은 496억2000만 달러로 전년 동월 대비 14.2% 줄었다. 나아가 미래 경제 생산성과 직결되는 저출산 문제와 관련한 뾰족한 해법도 내놓지 못했다는 평을 듣는다.

‘윤노믹스’에 ‘낙제점’을 매기는 전문가도 상당수다.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경실련)이 지난달 14일부터 20일까지 전국 4년제 대학교수 345명에게 윤석열 정부의 정권 운영에 대한 평가를 조사한 결과, ‘부정적’이란 의견이 78.72%였다. 특히 경제양극화 및 불평등 해소(22.46점), 노동가치 존중과 일자리 안전(23.26점), 양질의 일자리 창출(25.87점) 등 주요 경제 정책에 대한 점수가 낙제 수준이라는 평가를 내렸다.

향후 윤석열 정부가 나아가야할 방향으로는 ‘경제양극화 및 불평등 해소’가 급선무로 꼽혔다. 경실련 측은 “윤석열 대통령과 정부가 전문가 평가를 겸허하게 받아들여야 한다”며 “향후 경제양극화 및 불평등을 해소하기 위해서는 재벌규제 완화를 중단하고 재벌의 경제력 집중 억제 등 재벌개혁과 공정경제 실현에 나서야 한다”고 촉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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