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프다” 아이의 마지막 말…또 스쿨존 참변
  • 이혜영 기자 (zero@sisajournal.com)
  • 승인 2023.05.11 10: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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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원서 횡단보도 건너던 초등생 버스에 치여 사망
버스기사 경찰 조사서 ”우회전 신호 못 봤다” 진술
5월11일 경기도 수원시의 한 사거리에 전날 어린이보호구역(스쿨존)에서 시내버스에 치여 숨진 초등학생을 추모하는 시민들이 놓고 간 꽃과 인형 등이 놓여 있다. ⓒ 연합뉴스
5월11일 경기도 수원시의 한 사거리에 전날 어린이보호구역(스쿨존)에서 시내버스에 치여 숨진 초등학생을 추모하는 시민들이 놓고 간 꽃과 인형 등이 놓여 있다. ⓒ 연합뉴스

어린이보호구역(스쿨존) 내에서 또 초등생 사망 사고가 발생했다. 현장에는 우회전 신호등까지 설치돼 있었지만 사고를 낸 버스기사는 이를 보지 않았고, 결국 횡단보도를 건너던 어린아이의 목숨을 앗아갔다.  

경기 수원서부경찰서는 11일 특정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 위반(어린이 보호구역 치사) 혐의로 시내버스 운전자 50대 A씨를 형사 입건해 조사 중이다. 

A씨는 10일 낮 12시30분께 수원시 권선구 호매실동의 한 스쿨존에서 우회전을 하던 중 횡단보도를 건너던 초등학생 B(8)군을 친 혐의를 받는다. B군은 심정지 상태로 병원에 옮겨졌으나 끝내 사망했다.

목격자들에 따르면, B군은 사고 직후 달려온 주민들에게 "아프다"고 말하는 등 의식이 있었지만 급격히 상태가 악화됐던 것으로 전해진다.

경찰은 A씨가 교차로 구간에서 신호를 어기고 우회전하던 중 사고를 낸 것으로 보고 있다. 

해당 교차로는 인근에 초등학교 2곳이 위치해 있어 전국 13곳에만 설치된 차량 우회전 신호등이 설치된 곳이었다. B군이 길을 건널 당시에도 보행자 신호에 파란불, 우회전 신호등은 빨간불이 각각 들어왔던 것으로 조사됐다.

A씨는 경찰 조사에서 "우회전 신호를 보지 못했다"고 진술했다.

A씨는 사고를 인지한 승객들로부터 '버스를 멈추라'는 다급한 외침을 듣고서야 버스를 세운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은 스쿨존 내 어린이 사망사고인 점을 고려해 '민식이법'으로 불리는 특가법 5조의 13을 적용했다. 해당 법률은 스쿨존 내에서 안전 의무를 위반해 어린이를 사망에 이르게 한 경우 무기 또는 3년 이상의 징역에 처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경찰 관계자는 "스쿨존 내에서는 전방 주시 등 안전 의무를 다해야 하는데 A씨가 이를 소홀히 한 것 같다"며 "A씨에 대한 음주측정 결과 음주는 아닌 것으로 파악됐다"고 말했다.

경찰은 시내버스에서 블랙박스를 확보해 영상을 분석하는 등 정확한 사건 경위를 조사하고 있다. 경찰은 조사를 마치는 대로 A씨에 대한 구속영장을 신청할 방침이다. 

전직 공무원 A(66)씨가 지난 8일 오후 2시21분쯤 음주 상태로 대전 서구 둔산동 탄방중 인근 도로를 달리다 고(故) 배승아(9)양을 치어 숨지게 한 사고 현장 모습 ⓒ연합뉴스=독자 제공
전직 공무원 A(66)씨가 4월8일 오후 음주 상태로 대전 서구 둔산동 탄방중 인근 도로를 달리다 고(故) 배승아(9)양을 치어 숨지게 한 사고 현장 모습 ⓒ연합뉴스

2020년 3월 '민식이법' 시행 등 스쿨존 내 교통 법규를 강화하는 법안이 잇달아 적용됐지만, 인명 사고는 계속 발생하고 있다. 

지난 4월8일 대전시 둔산동 어린이보호구역에서는 만취한 60대 운전자가 몰던 차량이 인도로 돌진해 인도를 걷던 초등학생 4명을 덮쳤다. 이 사고로 9살 배승아양이 사망했고, 나머지 세 어린이도 크게 다쳐 병원 치료를 받았다. 

지난 2일에는 작년 12월 서울 강남구 언북초등학교 앞에서 초등생을 치어 숨지게 한 운전자 C(40)의 결심 공판이 열렸다. C씨는 지난해 12월2일 낮 만취한 채 자신의 SUV를 몰고 가다 하교하던 D(당시 9세)군을 들이받은 뒤 구호 조치를 하지 않은 채 현장을 이탈했다. 결국 D군은 목숨을 잃었다.

D군 부친은 공판에서 "지금이라도 (아들이) 당장 '아빠'하고 돌아올 것 같다"며 "음주운전은 너무나 큰 범죄 행위고, 뺑소니는 절대 생각할 수 없는 선택이며 스쿨존 사망사고는 그 어떤 사고보다 중한 범죄임을 판시해 다시는 이와 같은 안타까운 사고가 일어나지 않게 해달라"고 호소했다. 

도로교통공단 등에 따르면, 스쿨존에서 발생한 어린이 교통사고 건수는 2019년 567건에서 2020년 483건으로 줄어들었다가 2021년엔 523건으로 다시 늘었다. 2022년에는 481건으로 일부 감소했지만, 여전히 500건에 육박한 실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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