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로 나눌 수 있는 향기를 전하다
  • 조창완 북 칼럼니스트 (sisa@sisajournal.com)
  • 승인 2023.05.21 12:05
  • 호수 17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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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남동 산수화티하우스 정혜주 대표가 전하는 《차의 언어》

1년 전 ‘애호가의 마음으로 애호가들이 만드는 책’을 표방하며 《기품의 발견》으로 ECER 시리즈를 시작한 셀렉트핀의 두 번째 편은 《차의 언어》다. 애호의 범주에서 빠질 수 없는 차의 세계를 다룬 이는 한남동에서 산수화티하우스를 운영하는 정혜주 대표다. 어릴 때부터 어머니로부터 차를 알게 된 정 대표는 2014년 좋은 환경(山)에서 나는 좋은 차를 고르고, 깨끗한 물(水)로, 차가 지닌 것들을 조화롭게(和) 우려내 한 잔의 차로 드리는 곳을 표방하는 이곳을 열었다. 이번 책은 정 대표가 10여 년간 정리한 차 이야기를 차분하게 풀어낸 정갈한 기록이다.

책은 차의 본체인 잎과 물을 시작으로 잔, 다관, 공도배, 다하 등 차를 즐기는 기구는 물론이고 차 생활에 의미를 더해 주는 나무, 금속, 유리 등을 이야기한다.

차의 언어│정혜주 지음│셀렉트핀 펴냄│262쪽│4만원
차의 언어│정혜주 지음│셀렉트핀 펴냄│262쪽│4만원

독자들은 정 대표가 들려주는 이야기를 따라가다 보면 차의 전반을 그려갈 수 있다. 정 대표가 집중하는 차는 중국이나 대만 등을 고향으로 하는 녹차, 우롱차, 홍차, 보이차 등이다. 중국 차는 푸젠, 저장, 안후이, 윈난은 물론이고 대만까지 광범위하게 생산하는 만큼 천양지차의 색깔을 갖고 있다. 차는 수확하는 시기, 차수, 가공 방법에 따라 천양지차가 있는 만큼 그 세계를 이해하는 일은 어지간한 경험으로 정리될 수 없다. 우리나라가 우러난 엽저(차 잎 모양)로 연대를 추측하는 중국 대익논차대회에 처음 참가 자격을 얻었을 때, 1, 2등으로 출전한 이들이 정 대표가 교육한 제자라는 자부심도 있었다.

정 대표는 굳이 다도라는 표현을 쓰지 않지만, 차를 다루는 마음이 삶의 자세와 닮아있다는 것을 자연스럽게 전한다.

“매번 같은 방식으로 차를 우릴 수도 있지만 좀 더 잘하고자 마음먹는 것, 우리는 과정을 자세히 들여다보며 더 나은 방향으로 나아가는 것이 수행과 닮아있습니다. 다구를 갖추고 일련의 과정을 거쳐 차를 우릴 때, 차는 ‘기(氣)가 있고 도(道)가 있는 어떤 것’이 됩니다.”

찻잔들의 세계로 가면서  ECER 시리즈 첫편에 소개된 ‘무등도요’ 고현 조장현 작가를 비롯해 ‘진주요’ 홍우경 작가의 도자기 등이 소개된다. 또 중국 자기의 고향인 경덕진이나 덕화 등의 자기 세계도 조금 엿볼 수 있다. 단품으로만 4253만 위안(82억원가량)에 거래된 적이 있는 차호는 의흥의 자사호를 비롯해 대만이나 한국 작가들의 차주전자 세계를 탐색한다. 

책은 맑은 차처럼 정갈하게 정리된다. 후반은 ‘차의 언어로 만든 자리’다. 찻자리를 꾸미는 방법에 관해 소박하게 풀어 쓴 글이다. 아울러 정 대표의 어머니가 쓰던 자사호의 스토리를 이야기한다. 자사호의 고향인 중국 의흥에 가서 그 차호를 만든 홍화평 작가를 만나고, 깨진 뚜껑을 수리받는 과정도 담았다.

편집자는 이 책에 대해 차에 관한 백과사전 같은 지식을 주는 것을 지양하고, 차가 말하는 말들을 담는 것에 충실하고자 했다고 말한다. 그리고 그 의지에 충분히 부합한다. “차에 대해 어떤 마음을 가진 사람이고 어떤 태도를 가진 사람인지 더 많은 이에게 알리고 싶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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