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당 러브콜 뿌리치고 김성식이 청년 정치학교 ‘반전’ 이끄는 이유
  • 이원석·김종일 기자 (lws@sisajournal.com)
  • 승인 2023.05.22 10:05
  • 호수 17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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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반전 설립 주도하고 운영위원장 맡은 김성식 전 의원
“거대 양당 적대적 공존 체제 오래 못 가…다당제 연합정치가 정치 바꾸는 길”
“이분법적 체제는 미래 의제 못 풀어…청년 중심 ‘전환의 정치’ 필요”

‘합리적 중도’로 통하는 김성식 전 의원은 20대 국회를 끝으로 일선 정치를 떠났다. 지난 대선 당시 양당 모두에서 뜨거운 러브콜을 받았지만, 그의 결정은 뜻밖에도 청년 정치인 양성의 길이었다. 김 전 의원은 ‘반전’이라는 이름의 청년 정치학교 설립을 주도하고 운영위원장도 맡았다. 반전은 ‘반성’과 ‘비전’을 결합한 조어로, 과거에 대한 성찰에서 미래의 통찰이 시작된다는 의미다. 그가 정치학교에 뛰어든 이유는 무엇일까. 그 길에 그가 늘 강조하던 정치 개혁과 미래세대를 위한 더 나은 정치가 있을까. 6개월이란 일정 끝에 첫 번째 수료생들을 배출하는 수료식을 나흘 앞둔 5월16일 서울 마포구 서교동에 위치한 스튜디오 반전에서 그를 만났다. 

5월16일 오후 서울시 마포구에 위치한 스튜디오 반전에 서 만난 김성식 전 의원이 정치학교 반전의 의미와 역할, 필요성 등에 대해 역설하고 있다. ⓒ시사저널 이종현

지난 대선 때 양당 모두에서 러브콜을 받았다. 왜 기존 정치권 대신 정치학교를 택했나. 

“정치를 하는 내내 정치 인재를 제대로 길러내는 시스템을 갖추는 것이 궁극적인 선진 정치이자 민주 정치라고 생각했다. 정치는 결국 사람이 하는 것이니 (좋은 자원을) ‘길러내야’ 하고 (나쁜 자원은) ‘걸러내야’ 한다. 그런데 우리 정치는 미래세대를 선거 때 급히 영입해 이리저리 써먹고 금방 내치는 경우가 많았다. 미래세대 본인들도 충분히 준비되지 않은 상태에서 시련을 겪고 상처받는 경우가 너무 많았다. 20대 국회를 마지막으로 일선 정치에서 물러나면서 정치학교를 모색했고, 같은 뜻을 가진 분들과 마음을 모아 미래세대에게 (제 미래도) 걸어보기로 했다. 정당이 해야 할 일을 안 하니 우리가 마음고생을 하고 있다(웃음).”

반전만의 특별함이 있다면. 목표와 비전은.

“정파를 뛰어넘어 다양한 예비 청년 정치인이 모였다. 서로 견해가 다른 것을 전제하되 거기에서 통합의 길을 찾도록 노력하는 것이 우리의 가장 큰 특징이다. 따라서 특정 이념이 아니라 보수와 진보를 가로지르는 초정파적인 강사들을 모셨다. 정견이 다르더라도 다른 정치 그룹과 어떻게 협력하고, 또 경쟁할 수 있는지에 대해 이해를 넓히는 게 목표다. 또 이들이 함께 훈련하고 성장하면서 서로가 서로에게 거울이 되고 힘이 되는 존재라는 걸 알게 해주고 싶었다. 물론 아직 부족한 점이 많다. 그러나 열정을 갖고 부족함을 채워가다 보면 언젠가는 정치판의 개혁, 정당의 개혁, 정치 생태계의 근본적인 변화가 이뤄지고, 거기에 우리도 보탬이 되는 쪽으로 자연스럽게 자리하고 있지 않을까 기대하고 있다.”

1기 진행 과정에서 가장 기억에 남는 장면은.

“6개월 과정 중 4개월 정도 지났을 때다. 1박2일 해커톤(팀을 이뤄 마라톤하듯 긴 시간 동안 결과물을 완성해 내는 프로그램)을 진행하는데 ‘우린 왜 정치를 하는가’에 대해 밤새 토론하고 있더라. 더 나아가 사적인 속 깊은 이야기, 뭉클하고 찡한 얘기들까지 나누더라. 사실 그때까지 많은 프로그램이 진행됐지만 내면의 교류까지 가는 건 어려워 보였다. 이들이 훌륭한 정치를 할 수 있나 없나를 떠나 미래세대의 힘을 하나로 모으는 게 가능할까 걱정이 들었던 것도 사실이다. 그런데 열릴 것 같지 않던 그 문이 확 열리고 어느 순간 이들이 스스로 마음을 터놓고 대화하는 사이가 됐다. 건강한 토론까지 이뤄지는 모습을 볼 때 가장 보람이 있었다.”

매주 토요일, 6시간씩 21주간 진행됐다. 상당한 강도인데. 

“시작할 때 운영진은 ‘절반도 수료하지 못할 수 있다. 감수하자’고 했다. 34명으로 시작해 27명이나 수료했다. 토요일에 지방에서 기차를 타고 매주 올라오는 수강생도 있었다. 모두들 최선을 다해 줬다. 수료한다고 공천을 주나 코인(가상자산)이 나오나. 여기서 6개월간 동고동락한 인연을 더 큰 정치적 발전으로 가져가지 못하면 어떻게 정치를 더 할 수 있겠냐는 마음이 수강생들에게 있었다고 본다. 6개월이란 시간이 눈 깜박할 사이에 지나갔다고 하는 사람이 대부분이다.”

청년 정치인들은 어떤 정치를 지향해야 할까. 

“우리는 ‘전환의 정치’라고 표현하고 있다. 옛날 산업화·민주화 시대의 고도성장, 이분법에 갇힌 정치가 아니라 미·중 갈등, 기후변화, 인적자원, 세대·계층·성별 간 갈등, 인구 문제, 지역 소멸이 중요한 과제인 대전환의 시대다. 예전과는 완전히 다른 방식의 전환의 정치가 새롭게 만들어져야 하는 것이다.”

대전환의 시대를 청년들은 어떻게 바라보고 풀고자 하던가.

“이들은 나 같은 꼰대 세대나 기성세대에 비해 훨씬 창의적이다. 다양성 속에서도 통합을 이뤄가고자 하는 발랄함도 갖고 있다. 아울러 기후위기, 젠더, 불평등 같은 하나의 의제에 대해서도 나름의 비전과 강점을 다 갖고 있었다. 그 강점들을 시대에 맞는 보편적 의제로 재구성하고 종합화하는 게 미래세대의 숙제라는 점도 발견했다. 앞으로 미래세대는 인간의 존엄과 개인들의 삶의 질을 중시하면서 그것들을 어떻게 종합적으로 구현해 낼지에 대한 고민을 이제 막 시작했다. 좋은 강의가 많았지만, 그것들을 자신의 것으로 소화하고 본인들의 정책 패키지로 만들어 나가는 과정이 더 심화된 형태로 전개될 것이라고 본다.”

인터뷰 도중 활짝 웃는 김성식 전 의원 ⓒ시사저널 이종현
인터뷰 도중 활짝 웃는 김성식 전 의원 ⓒ시사저널 이종현

청년 정치인들이 놓인 정치적 환경은 어떻게 진단하나.

“과거엔 거대 양당 체제 속에서 서로 밀어붙이는 것만으로 생존이 가능했는지 몰라도 이젠 한 정당이 해결할 수 없는 복합적이고 융합적인 숙제들이 우리 앞에 놓여 있다. 숙제는 밀려 있고, 새로운 시대의 숙제는 거대 양당으론 감당이 안 된다. 결국엔 다당제 연합정치로 가는 게 실질적으로 정치를 바꾸는 길이라고 본다. 서로가 정책 연합을 해 내각도 같이 구성해야 한다. 국회는 책임정치를 해야 한다. 기존의 진영정치가 아닌 다원적인 연합정치가 이뤄지면 좋겠다. (거대 양당에서) 서로 번갈아 가며 대통령을 해도 내 삶이 바뀌지 않고 문제는 풀리지 않는다는 걸 국민도 이제 느끼고 있다고 본다.” 

거대 양당에 대한 불신이 극에 달했다.

“거대 양당이 스스로 안 바뀌면 결국 스스로 무너져 내릴 거다. 진영 대결이 더 심해졌고, 국민 눈치보다는 강성 지지자 눈치만 보는 정치판이 됐다. 문제 해결 능력이 사라졌다. 그래서 무능해졌고, 도덕적으로는 타락했다. 국민이 이런 정치를 계속 보고 있진 않을 거다. 대전환의 시기에 고도 성장기와 이분법 시대에 뿌리를 내린 적대적 공존 양당 체제는 오래가지 않을 것이다.”

내년 총선을 앞두고 무당층은 늘었고 제3지대도 거론된다. 그때마다 1순위로 거론되는 인물이 김 전 의원이다. 어떤 역할을 할 여지가 있나.

“2008년 초선 의원이 되고 1년이 지나니 ‘아, 거대 양당제로는 안 된다’는 걸 느꼈다. 이후 거대 양당에 들어가지 않겠다는 약속을 나름 지키면서 국민의당과 함께했다. 하지만 그걸 제대로 일궈내지 못한 것에 대한 자책감은 말로 다 할 수 없다. 정치 일선에서 떠난 이유도 사실 그것 때문이다. 구체적으로 예측할 능력은 없지만, 결국 거대 양당의 문제는 반복될 것이기에 대한민국 정치 생태계는 언젠가 재편될 거라고 본다. 제3지대보다는 다당제로의 개편 속에 새로운 1당이 생기길 기대한다. 반전은 초정파적인 정치학교라 수강생들에게 직접 이 길을 제시하지 않는다. 다만 다당제에 기초한 연합정치로의 한국 정치의 근본적 재편에 관심을 가져주길 내심 바라고 있는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어떻게 할지는 내 몫은 아니다. 필요하다면 응원할 것이다. 제 왼손은 거들 뿐이다(웃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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