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달 앱 전쟁 ‘2라운드’가 시작됐다
  • 조유빈 기자 (you@sisajournal.com)
  • 승인 2023.05.23 07:35
  • 호수 17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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엔데믹 전환·물가 상승으로 줄어든 배달 수요
'脫배달 앱' 이용자 잡으려는 ‘배달 앱 3강’의 승부수는?

‘배달 앱의 전성기’에 누구나 떠올리긴 했지만 실제로 나오지 않았던 서비스가 있었다. 월정액을 결제하면 한 달 동안 횟수에 제한 없이 무료로 배달을 이용할 수 있는 정기 구독 서비스다. 배달 앱들이 각축전을 벌이고, 배달 시간을 줄이는 ‘속도의 경쟁’을 지속하는 동안에도, ‘무료 배달’이라는 구독 서비스는 존재하지 않았다. 굳이 이 서비스를 등장시킬 이유가 없을 정도로 배달 수요가 많았기 때문이다. 이후 매월 구독료를 내면 일정액의 할인 쿠폰을 제공하는 서비스가 론칭되긴 했지만, 매달 정해진 비용을 내고 무료 배달을 이용할 수 있는 서비스는 등장하지 않았다.

그래서 요기요가 5월17일 정식으로 론칭한 ‘요기패스X’ 서비스는 시장의 주목을 받았다. 월 구독료를 내면 요기패스X 배지를 단 가게에서 일정 금액 이상의 음식을 주문할 때 배달을 무료로 이용할 수 있는 서비스다. ‘일부 음식점’과 ‘정해진 금액’이라는 허들이 존재하기에 ‘무조건 무료 배달’이라는 획기적인 서비스로 해석할 수는 없지만, 주문 건마다 배달료를 내야 하던 관행에 새로운 점을 찍은 것만은 분명해 보인다. 요기패스X와 같은 새로운 구독 서비스 등장은 그만큼 배달 앱이 위기에 빠져 있고, 외식비 상승과 배달료 인상 등으로 배달 앱에서 등을 돌린 소비자를 잡아야 하는 중요한 시간에 놓여 있다는 방증이기도 하다.

꺾인 성장세…이제 ‘속도’ 아닌 ‘혜택’에 초점

배달 앱 시장이 움직이고 있다. 일명 ‘배달 앱 3강’이라 불리는 배달의민족·요기요·쿠팡이츠를 중심으로 할인과 혜택을 늘려 이용자들을 묶어두려는 락인(Lock-in) 시도가 이어진다. 코로나19가 촉발한 비대면 시대에 배달 앱들은 크게 성장했다. 요동치는 시장에서 살아남은 배달 앱 3강은 시장의 90%를 점유하며 온라인 음식 서비스 시장의 성장을 견인했다. 수요가 넘치는 상황에서 중요한 건 속도였다. 더 빨리 고객들에게 다가가기 위한 경쟁을 시작한 배달 앱들은 단건배달과 1초 결제 등 주문과 배달 시간을 ‘빠르게’ 하는 것에 초점을 맞췄다.

지금은 상황이 달라졌다. 배달 앱의 성장세가 꺾였다. 통계청의 ‘2022년 온라인쇼핑 동향’에 따르면 2022년 배달 음식 온라인 거래액 증가율은 1.4%다. 2020년 78.1%, 2021년 48.1%에 비해 극히 낮은 증가율을 보였다. 올해는 엔데믹과 물가 상승이 겹쳐지며 소비자들의 배달 앱 이탈이 늘어났다. 앱 통계분석 플랫폼 모바일인덱스에 따르면 2022년 4월 2019만8156명이었던 배달의민족 월간활성사용자(MAU)는 올해 4월 1954만8529명으로 줄어들었다. 요기요와 쿠팡이츠 상황도 다르지 않다. 요기요의 MAU는 795만2887명에서 668만2000명으로, 쿠팡이츠의 MAU는 506만5177명에서 303만1235명으로 감소했다. 이용자를 잡을 수 있는 ‘혜택’에 대한 고민이 필요해진 것이다.

배달 앱 이용이 줄어든 가장 큰 이유는 뭘까. 지난 4월 오픈서베이가 발표한 ‘배달 서비스 트렌드 리포트’에 따르면 전국 만 20~59세 남녀 2000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배달 서비스 이용이 줄어들었다고 답한 28.8%의 응답자 중 대부분이 ‘비싼 배달비’(83.9%)를 이유로 들었다(중복 응답). ‘배달 음식 가격이 비싸져서’(56.9%), ‘외식비 자체를 줄이려고’(54.4%)가 그 뒤를 이었다. 음식 주문을 포기하는 배달비 수준은 3933원 선인 것으로 나타났다. 포장 비중은 2020년 이후 지속적으로 상승했다. 전년 대비 음식 포장 이용이 늘었다고 응답한 비중도 40%가 넘는 것으로 나타났다.

비싼 배달비와 비싼 음식 가격. 이것이 ‘탈(脫)배달 앱’의 원인이라면, 배달 앱들은 이 부분을 해결해야 하는 상황이 됐다. 배달 음식 자체의 수요를 늘리기 위해 음식값 할인 프로모션에 적극적으로 나서게 된 것이다. 쿠팡이 멤버십 회원 혜택을 배달 앱인 쿠팡이츠까지 확대한 것도 이 때문이다. 쿠팡이츠는 그동안 단건배달을 중심 전략으로 삼았다. 한 라이더가 배달지가 비슷한 주문을 여러 건 픽업해 순차적으로 배달하는 것이 일반적일 때, 쿠팡이츠는 업계 최초로 ‘한집배달’ 서비스를 도입하면서 빠르게 배달 시장에 안착했다. 그러나 2021년 702만 명이던 월간활성사용자는 감소세를 탔고, 지난해 11월에는 359만 명, 올해는 300만 명 수준으로 줄어들었다.

ⓒ배달의민족·freepik
ⓒ배달의민족·freepik

 

ⓒ요기요
ⓒ요기요
ⓒ쿠팡이츠
ⓒ쿠팡이츠

위기에 빠진 배달 앱, ‘할인’에 매진

쿠팡이 쿠팡이츠의 이용자 이탈을 막기 위한 방안으로 꺼내든 것이 ‘멤버십 할인’이다. 쿠팡의 멤버십인 ‘로켓와우’ 회원을 대상으로 주문 금액의 10% 할인을 제공하는 서비스를 지난 4월부터 시작했다. 그동안 쿠팡은 로켓와우 회원에게 무료 교환·반품, 쿠팡플레이 콘텐츠 무료 이용, 로켓프레시 신선식품 장보기 등의 혜택을 부여했지만 쿠팡이츠와 관련된 혜택은 제공하지 않았다.

이번에 로켓와우 혜택을 쿠팡이츠 할인으로 확장한 것은 기존에 보유하고 있던 1000만 명 이상의 로켓와우 회원을 쿠팡이츠의 잠재적 이용자로 확보하기 위함이다. 통상 서비스를 새로 시작할 때 일부 지역에서 시행한 후 순차적으로 확대하는 방식을 취해 왔던 쿠팡은 이번에도 서울 송파구와 관악구를 기점으로 서비스를 시작했다. 만약 배달비 2000원을 포함한 주문 금액이 2만원이라면 2000원을 할인받을 수 있어 최소 배달 비용을 절감하는 효과와 비슷하다.

요기요도 이달 말까지 서울 지역의 모든 주문에 조건 없이 총 12%의 할인을 제공하는 프로모션을 운영한다. 고물가 상황에서 배달 주문이 줄어든 것을 고려해 요기패스와 요기패스X 등 멤버십 서비스와 중복 할인을 가능하게 하면서 배달 주문을 늘리기 위함이다. 배달의민족도 배민1의 ‘더하기 쿠폰’ 등 할인 쿠폰을 발급하면서 브랜드 할인과 함께 이용할 경우 최대 할인을 받을 수 있다는 것을 이벤트 페이지를 통해 알리고 있다.

배달비 문제는 배달 앱의 필연적인 과제다. 요기요는 이 문제를 2019년부터 운영해 오고 있는 ‘구독 서비스’로 해결하고자 했다. 슈퍼클럽, 요기패스에 이어 최근 출시한 요기패스X는 이용자들의 ‘체감 배달비’를 줄일 수 있는 서비스다. 소비자가 월 9900원을 정기 결제하면 앱 내 ‘요기패스X’ 배지가 붙은 가게에서 주문할 경우 배달비가 무료다. 최소 주문 금액은 1만7000원이다. 요기요는 지난 4월부터 서울과 경기도 일부 지역에서 베타테스트를 시작했는데, 테스트 당시 2만원이었던 최소 주문 금액을 1만7000원으로 낮추면서 정식 서비스를 시작했다.

이미 요기패스를 시작하면서 ‘반값 프로모션’을 운영했던 요기요다. 당시 9900원이었던 구독료를 4900원으로 할인하면서 90만 명의 구독자를 모았다. 이번에는 서비스를 론칭하면서 ‘한 달 구독료 무료’ 혜택을 내걸고 구독자를 공격적으로 유치하고 있다. “업계 트렌드를 발 빠르게 반영한 새로운 멤버십을 론칭해 차별화된 서비스를 제공하고자 한다”는 것이 스티브 조 요기요 최고 마케팅 책임자의 설명이다.

“이용자 실제 혜택·요금체계 등 살펴봐야”

다만 요기패스X 해당 영업점이 거리, 날씨, 피크타임 등에 따라 변동적으로 적용된다는 점, 최소 주문 금액이 존재한다는 점은 향후 구독자 확장에 허들이 될 수 있다. 구독경제 전문가인 전호겸 서울벤처대학원대학교 구독경제전략연구센터장은 “일주일에 평균 1.6회 이상 배달 서비스를 이용하는 이용자들에게는 이득일 수 있지만, 1인 가구의 경우 최소 주문 금액 1만7000원이 부담스러운 허들로 작용할 수 있다. 또 요기패스X의 혜택이 모든 가게에서 적용되지 않는다는 점을 볼 때 구독자의 선택권이 넓어 보이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또 “한국소비자원의 조사에 따르면 매장과 배달 앱의 메뉴 가격이 다른 경우가 많았다. 요기패스X 적용 매장에서의 가격 책정을 검토해 구독자가 실제로 얻는 혜택을 살펴볼 필요가 있다”고 분석했다.

실제로 한국소비자원이 지난해 11월 배달의민족, 요기요, 쿠팡이츠에 입점한 서울 음식점 34곳의 1061개 메뉴 가격을 조사한 결과, 20곳이 매장과 배달 앱의 메뉴 가격을 다르게 책정한 것으로 드러났다. 당시 소비자원은 “매장보다 비싼 배달 앱 메뉴의 평균 가격은 6702원으로 매장 평균 가격(6081원)보다 10.2%(621원) 높았다”고 분석했다. 배달 앱 자체에서의 혜택을 늘리는 것도 필요하지만, 실제 소비자가 받을 수 있는 혜택을 고려해 프로모션이나 멤버십을 진행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배달의민족은 ‘배달비 절약’을 위해 새 배달 서비스 ‘알뜰배달’을 내놨다. 그동안 배민1을 통해 단건배달을 해오던 배달의민족은 배민1 서비스를 ‘단건배달’과 ‘묶음배달’로 나눴는데, 묶음배달 서비스인 알뜰배달을 통해 동선이 유사한 주문을 묶어 배달함으로써 배달비를 낮출 계획이다. 서울 관악구를 시작으로 오픈한 알뜰배달 서비스는 5월24일부터 송파, 강남, 동작 등 11개 구에 적용되고, 나머지 지역도 순차적으로 오픈할 예정이다. 배달의민족은 알뜰배달을 통해 입점업주와 이용자의 부담을 줄여 주문 건수를 끌어올리겠다는 입장이지만, 본격적인 서비스 시작을 앞두고 자영업자와 라이더들 사이에서 오배송과 음식 품질에 대한 이용자 클레임 등을 우려하는 목소리와 요금체계 개선에 대한 요구가 나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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