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택시기사도 피해자” 전동킥보드 잇단 참변에 운전자들도 비상  
  • 이혜영 기자 (zero@sisajournal.com)
  • 승인 2023.05.19 15: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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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면허 신호위반 전동킥보드, 택시와 충돌해 여고생 사망
허술한 면허 인증 등 사각지대 보완 목소리 커져
전동킥보드 ⓒ 연합뉴스
전동킥보드 ⓒ 연합뉴스

전동킥보드 관련 사고가 끊이지 않으면서 운전자들의 우려도 덩달아 커지고 있다. '도로 위 무법자'로 통하는 무면허 킥보드가 여전히 줄지 않는 데다, 안전 장비를 제대로 착용하지 않아 대형 인명사고로 직결되는 사례가 속출하고 있어서다. 또 다른 참변을 막기 위한 제도적 보완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19일 경찰에 따르면, 서울 서초경찰서는 전동킥보드 탑승 고교생 2명 중 1명이 사망하고 1명은 중상을 입은 사고와 관련해 60대 택시기사를 교통사고처리특례법상 치사 혐의로 입건하고 정확한 경위를 조사 중이다. 

당시 택시기사는 음주 상태가 아니었으며, 신호 위반 역시 없었던 것으로 확인됐다. 

택시와 전동킥보드가 충돌한 곳은 서초구의 왕복 8차선 도로에 있던 횡단보도다. 경찰에 따르면, 지난 16일 새벽 1시24분께 A(17)양과 B(17)양이 함께 타고 있던 전동킥보드가 횡단보도를 건너던 중 달려 오던 택시와 부딪혔다. 

당시 보행자 신호등은 빨간불이었고 여학생들은 무면허에 안전모를 착용하지 않은 상태였다. 두 여학생은 사고 직후 병원으로 옮겨졌지만 B양은 8시간 뒤 숨졌다. A양은 골절상 등으로 치료를 받고 있다. 

사고 당시 영상을 확인한 시민들은 택시기사에게만 책임을 묻기는 어렵다고 입을 모은다. 네티즌들은 "인명 사고가 났지만, 택시기사 역시 충돌 사고로 인한 피해자로 봐야 한다"는 반응이다. 

주행 신호에 맞춰 정상 운행 중이던 차량이 갑작스런 전동킥보드 등장을 예견하기 어렵고, 발견했더라도 빠른 속도로 접근하는 전동킥보드와의 충돌을 피하는 것은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는 이유에서다. 

공유 킥보드 업체의 허술한 면허 인증 제도 운영과 당국의 관리 부실도 도마에 올랐다. 2021년 5월 도로교통법이 개정됐지만, 면허 인증 절차에 여전히 허점이 많아 유명무실 하다는 지적이다. 

개정된 도로교통법은 전동킥보드 등 개인형 이동장치(PM)를 '제2종 원동기장치 자전거 면허' 이상의 면허를 소지한 경우에만 몰도록 허용하고 있다. 그러나 전동킥보드 대여 시 면허 인증을 요구하지 않는 곳이 여전히 많은 데다, 온라인에서 다운 받은 신분증을 허위로 등록하더라도 검증 절차 없이 승인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현행법상으로는 전동킥보드 공유 업체에 관리 소홀 책임을 묻기도 어렵다. 개인형 이동장치를 무면허로 몰다가 적발되면 운전자는 범칙금 10만원을 부과 받지만, 운영 업체의 경우 면허 확인을 소홀히 하더라도 법적으로 처벌할 수 있는 조항이 없다. 

사각지대 보완을 위한 관련 법안이 국회에서 발의되긴 했지만, 정치권의 무관심 속 수 년째 계류 중이다. 

제도적 허점을 메우지 못하는 상황에서 무면허·음주운전 등 전동킥보드 관련 사고는 날로 급증하는 추세다. 

경찰청에 따르면, 2021년 기준 전동킥보드 관련 사고 건수는 1735건이다. 2019년 447건, 2020년 897건 등 해마다 두 배 가까이 큰 폭으로 늘고 있다. 사망자도 2018년 4명, 2019년 8명, 2020년 1명, 2021년 19명, 2022년 26명으로 매년 증가하는 추세다. 무면허로 주행하다 적발된 사례는 2021년 기준 3482건에 달한다.

청소년의 개인형 이동장치 사고 규모도 2017년 12건에서 2021년 549건으로 46배 가까이 폭증한 것으로 나타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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