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년 28인의 선언 “처절한 반성 통해 정치 바로 세우겠다”
  • 이원석 기자 (lws@sisajournal.com)
  • 승인 2023.05.22 08: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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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성식 이끌고 권지웅·박지현·안희철·이태우 등 참여한 초당적 청년 정치학교 ‘반전’ 1기
수료식에서 실천선언 발표 “양당 기득권 정치에 미래 맡길 수 없어…담대한 개혁 실천”
정치학교 반전 1기 수료생 중 대표자들이 20일 서울 서교동 스튜디오 반전에서 진행된 수료식에서 실천선언문을 낭독하고 있다. ⓒ시사저널 이원석
정치학교 반전 1기 수료생 중 대표자들이 20일 서울 서교동 스튜디오 반전에서 진행된 수료식에서 실천선언문을 낭독하고 있다. ⓒ시사저널 이원석

28인의 청년들이 5월20일 “지금의 정치를 보며 뼈아픈 책임감을 통감한다. 이제 더 이상 이런 정치를 좌시하지 않겠다. 처절한 반성 통해 우리 스스로를 바로 세우고, 정치를 바로 세우겠다”고 선언했다. 이들은 김성식 전 의원 등이 이끄는 정치학교 ‘반전’의 1기 수료생들이다. 더불어민주당의 권지웅 전 비상대책위원, 박지현 전 비대위원장, 반전 운영위원인 안희철 법무법인 디라이트 변호사, 이태우 전 국민의당 최고위원 등 초당적으로 모인 청년 28명이 반전 1기를 최종 수료했다.

1기 수료생들은 이날 서교동에 위치한 스튜디오 반전에서 진행된 수료식에서 실천선언문을 발표했다. 이들은 “진보, 보수를 나눌 것 없이 나아갈 미래와 지켜야 할 가치가 보이지 않는다. 당장 다음 선거에 내 자리를 지킬 수 있을지는 치열하게 고민하면서 그다음 미래에 우리가 함께 살아남을 수 있을지는 아무런 관심이 없다”면서 “양당에 뿌리내린 오늘의 기득권 정치는 빛바랜 과거의 영광에만 사로잡힌 채 정작 내일을 위한 과제는 나몰라라 외면하기 바쁘다. 더 이상 지금의 정치에게 우리의 미래를 맡 수 없다”고 꼬집었다.

이들은 이어 “망가질 대로 망가진 정치의 현주소에는 우리의 책임도 있다”면서 ▲선거용 들러리 서는 청년정치 거부 ▲국민이 원하는 정치 혁신 추구 ▲디지털 격차·기후위기·성차별 등 새 유형의 문제와 불평등 문제 해결 ▲산업화·민주화 성과를 넘어 오늘날의 문제·가치·다양성 대표 ▲지금의 구조에 갇히지 않는 담대한 개혁 실천 등 5가지 정치적 목표 아래 나아가겠다고 약속했다.

이름에 반성과 비전이라는 의미가 담긴 정치학교 반전은 기후위기와 미·중 갈등, 불평등 심화와 정치 위기 등 대전환기 속에서 반성적 성찰과 미래 비전을 갖춘 선출직 인재를 양성한다는 목표로 지난해 말 설립돼 12월부터 1기 과정을 시작했다. 합리적 중도 성향으로 평가받는 김성식 전 의원을 중심으로 안병진 경희대 미래문명원 교수, 강원택 서울대 정치외교학부 교수, 유승찬 스토리닷 대표, 이진순 와글 이사장, 안희철 법무법인 디라이트 변호사가 이끌고 있다.

초당적 성격을 지닌 반전엔 진영을 넘어 우리 정치권에서 손꼽히는 합리적 성향의 중진급 인사가 대거 참여하고 있다. 김황식 전 총리, 유인태 전 국회사무총장, 윤여준 전 환경부 장관, 정성헌 한국DMZ평화생명동산 이사장 등이 고문을 맡았고, 멘토단엔 김부겸 전 총리, 김영춘 전 해양수산부 장관, 강훈식 더불어민주당 의원, 유경준·최형두 국민의힘 의원, 장혜영 정의당 의원, 권영진 전 대구시장, 김세연·김해영·정태근·채이배 전 의원 등이 속해 있다.

다음은 반전 1기 수료생 28인의 실천선언 전문.

반전 1기 수료생들이 함께 실천선언문을 읽고 있다. ⓒ시사저널 이원석
반전 1기 수료생들이 실천선언문을 읽고 있다. ⓒ시사저널 이원석

「이따위 정치에 우리의 미래를 맡길 수 없습니다. 함께 돌파합시다.」

언젠가부터 우리는 우연히 살아남고, 조용히 죽어가는 세상을 삽니다. 거센 빗물이 반지하방을 집어삼킨 날, 축제를 한껏 즐기던 159명의 사람들이 길에서 바스라져 집으로 돌아가지 못한 날, 하루 7명의 노동자가 기계 틈으로 순식간에 끌려들어 간 날, 전세방 한 켠에 마련한 작은 희망이 거대한 속임수와 기만에 처참히 무너진 날. 남들과 조금 다르거나 힘이 없거나 가진 것이 적은 사람들이 매일 한 걸음씩 삶으로부터 멀어져 가던 모든 날. 우리는 우연히 살아남고 조용히 죽어가는 세상을 살고 있습니다.

오늘보다 내일이 더 불평등한 나라에서 불안정한 일자리만 늘어나고, 가난의 미래는 더 큰 가난인 시대에 불안하고 외로운 청년들은 어두운 방에서 점점 시들어 갑니다. 변화무쌍한 날씨가 예고하는 종말의 파도는 도시의 가장 낮고 작은 사람부터 삼키고, 젊은이들이 하나둘 탈출하는 지방에는 빈집만 늘어갑니다. 각자도생의 시대가 된 지 오래지만, 각자가 도생할 수 있는지조차 알기 어려운 세상입니다.

이 병든 세상에서 정치는 어떤 책임을 지고 있습니까? 무능한 정부는 날마다 실패하고 양당을 중심으로 한 정치권은 본질을 잃은 아귀다툼으로 소음공해만 일으키고 있습니다. 진보, 보수를 나눌 것 없이 나아갈 미래와 지켜야 할 가치가 보이지 않습니다. 당장 다음 선거에 내 자리를 지킬 수 있을지는 치열하게 고민하면서 그다음 미래에 우리가 함께 살아남을 수 있을지는 아무런 관심이 없습니다. 양당에 뿌리내린 오늘의 기득권 정치는 빛바랜 과거의 영광에만 사로잡힌 채 정작 내일을 위한 과제는 나몰라라 외면하기 바쁩니다.

더 이상 지금의 정치에게 우리의 미래를 맡길 수 없습니다.

우리는 제각각의 목표를 갖고 다양한 기반에서 정치를 해 온 청년들입니다. 같은 점보다 다른 점이 더 많은 우리가 이렇게 모인 이유는 단 하나입니다. 최소한의 기능도 목적도 방향성도 잃고 폭주하는 정치를 막아서야 한다는 절박함 때문입니다.

망가질 대로 망가진 정치의 현주소에는 우리의 책임도 있습니다. ‘거기서 거기’라는 냉소와 실망에 제대로 된 대안을 마련하지 못했습니다. 부당함과 불합리를 관행으로 여기는 모습을 지켜만 보기도, 나 하나 바뀐다고 정치가 달라지지 않을 것이란 패배주의에서 벗어나지 못하기도 했습니다. 그 결과로 도달한 지금의 정치를 보며 뼈아픈 책임감을 통감합니다. 이제 더 이상 이런 정치를 좌시하지 않겠습니다. 처절한 반성을 통해 우리 스스로를 바로 세우고, 정치를 바로 세우겠습니다.

우리는 다음의 5가지 정치적 목표 아래 나아가겠습니다.

첫째, 지금까지의 청년정치를 거부합니다. 나이가 어린 것만으로 새로움을 강조하거나 기득권의 선거용 들러리로 스스로를 세우지 않겠습니다. 대신 청년정치라는 이름에 걸어주셨던 희망과 기대를 복원하는 데에 전력을 다하겠습니다.

둘째, 소수의 권력자가 아닌 다수의 국민을 위하는 대안이 되겠습니다. 당장의 공천에 선택받지 못할까 봐 전전긍긍하며 줄 설 자리를 따르는 대신 국민이 원하는 정치, 국민이 제시한 기준을 지키며 정치의 혁신을 추구해 나가겠습니다.

셋째, 우리에게 주어진 다음 30년의 과제를 당사자로서 유능하고 책임감 있게 해결해 나가겠습니다. 디지털 격차·기후위기·외로움과 고립·성차별·노동과 돌봄의 소외·지역소멸 등 눈앞에 닥친 새로운 유형의 문제와 불평등을 깊이 체감하며 다른 누구도 아닌 우리의 문제로써 명확히 풀어가겠습니다.

넷째, 과거의 성취를 넘어 내일을 그리는 정치를 하겠습니다. 대한민국의 눈부신 발전을 일궈냈던 산업화와 민주화의 성과를 이제는 넘어서서 오늘날 우리의 삶을 관통하는 문제·가치·다양성을 분명하게 대표하고 반영할 수 있는 정치 생태계를 만들겠습니다.

다섯째, 지금의 구조에 갇히지 않는 담대한 개혁을 상상하고 실천하겠습니다. 우리가 어디에 서 있든 지금 발 딛고 있는 기반을 완전히 갈아엎겠다는 각오로 임하겠습니다. 정당이라는 ‘종’으로 나누면 제각각의 길을 걷고 있을지라도 개혁이라는 ‘횡’으로 나누어 지금의 정치를 뒤엎겠다는 단 하나의 목표로 합세하여 무엇이든 돌파하겠습니다.

모두가 근심 어린 표정과 목소리로 정치의 위기를 말합니다. 다를 바 없이 절박한 마음으로 모였으나 동시에 우리는 위기에서 기회가 비롯된다고도 믿습니다. 여전히 혼자만으로는 어렵습니다. 그러나 함께라면 결국 돌파할 수 있습니다. 냉소와 비관은 강해 보이지만 단지 거기에서 그칠 뿐입니다. 아주 작은 가능성이라도 믿고 나아갈 때, 몇 번이고 꺾여도 다시 부딪혀 균열을 낼 때, 비로소 우리가 바랐던 세상을 가질 수 있습니다.

대한민국 정치, 함께 반전을 만들어 냅시다.

2023. 5. 20.

정치학교 반전 1기 수료생 일동

고승혁 권지웅 김기현 김연웅 김지나 김형남 김혜미 문정은 박민준 박지현 배강훈 신상훈 신정현 안영일 안희철 양소희 이가현 이상준 이은호 이재정 이진심 이태우 제민수 조원문 최준영 최진욱 한영수 홍서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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