韓, 美에 “반도체 보조금 받아도 중국 증산 10%까지 허용해야”
  • 김은정 디지털팀 기자 (ejk1407@naver.com)
  • 승인 2023.05.24 14: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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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드레일 규정안 '실질적 확장·범용반도체' 기준 완화 요청
韓반도체협회 등 "실질적 확장, 5→10%로 상향해야"
23일(현지 시각) 한국 정부는 미국 반도체과학법(이하 반도체법) 보조금을 받는 기업이 중국에서 반도체 생산능력을 확장할 수 있는 범위를 미국이 제시한 수준의 두 배로 늘려달라고 미국 정부에 요청했다. ⓒ 로이터=연합뉴스
23일(현지 시각) 한국 정부는 미국 반도체과학법(이하 반도체법) 보조금을 받는 기업이 중국에서 반도체 생산능력을 확장할 수 있는 범위를 미국이 제시한 수준의 두 배로 늘려달라고 미국 정부에 요청했다. ⓒ 로이터=연합뉴스

한국 정부가 미국 반도체과학법(이하 반도체법) 보조금을 지원 받는 기업들의 경우, 중국에서 반도체 생산능력을 확장할 수 있는 범위를 미국이 제시한 수준의 두 배로 확장해 줄 것을 요청했다.

23일(현지 시각) 미국 정부 관보에 따르면, 한국 정부는 미국 상무부가 지난 3월21일 공개한 반도체법 가드레일(안전장치) 조항 세부 규정안에 대한 공식 의견서를 미국 상무부에 보냈다. 해당 의견서 공개본에서 한국은 "가드레일 조항을 미국에 투자하는 기업에 부당한 부담을 주는 방식으로 이행해서는 안 된다"고 밝혔다. 이어 "미국 정부가 규정안에 있는 '실질적인 확장'(material expansion)과 '범용(legacy) 반도체' 등 핵심 용어의 정의를 재검토할 것을 요청한다"고 말했다.

가드레일 규정안은 보조금을 받은 기업이 이후 10년간 중국 등 '우려 국가'에서 반도체 생산능력을 '실질적으로 확장'하는 중대한 거래를 할 경우, 보조금 전액을 반환해야 한다고 명시했다. 실질적인 확장을 첨단 반도체의 경우 5% 이상, 이전 세대의 범용 반도체는 10% 이상으로 규정했는데, 한국 정부는 이 첨단 반도체의 실질적인 확장의 기준을 기존 5%에서 10%로 늘려달라고 요청한 것이다. 또한 로직 반도체는 28nm(나노미터·10억분의 1m), D램은 18나노미터, 낸드플래시는 128단으로 정의한 범용 반도체 역시 기준을 완화해달라고 요구했다.

또한 중국을 비롯한 우려 기업과 공동 연구나 기술 라이선싱(특허사용계약)을 진행하게 되면, 보조금을 반환해야 하는 '기술 환수'(technology clawback) 조항이 제한하는 활동의 범위를 명확히 설명해달라고 요청했다. 한국 측은 공개본에서 실질적인 확장과 범용 반도체의 정의를 재검토해달라는 게 어떤 의미인지 구체적으로 설명하지는 않았다. 그러나 사실상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미국의 정부 보조금을 받으면서, 동시에 중국에서 더 많은 반도체를 생산할 수 있도록 해달라는 의미가 아니겠냐는 의견이 나온다.

한국 반도체산업협회(KSIA)도 상무부에 의견서를 제출하고 특허사용계약은 '기술 환수' 조항에서 제외해달라고 요청했다. 협회는 우려국과 특허사용계약을 막으면 반도체 생태계에 필요한 일상적인 사업 거래에 지장을 주는 데다, 반도체법 보조금을 받는 기업을 전략적으로 불리한 상황에 놓이게 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반도체법 보조금 지급 이전에 체결한 계약에 따라 진행하던 우려국과의 공동 연구 등의 활동은 허용해야 한다고도 했다.

한국 정부는 '외국 우려 단체'(foreign entities of concern)의 정의가 너무 광범위하고 모호하기 때문에 '수출통제명단에 포함된 기업' 등으로 좁혀야 한다고도 주장했다. 현재의 정의로는 모든 중국인과 중국 기업이 우려 단체에 포함될 수 있어 본사와 중국 법인 간의 거래 등 기업 내 활동까지 금지하는 것으로 해석될 수 있다는 게 우리 측의 입장이다.

또 미국 정부가 보조금 지급 심사 과정에서 한국 기업에 있어 민감한 기밀 정보를 요구하는 것을 자제하고, 기업과 기밀유지협약(NDA)을 체결할 것을 요청했다.

한국 정부는 의견서를 제출하는 과정에서 업계와 긴밀히 협의했고, KSIA가 요청한 내용도 미국 정부에 전달한 것으로 알려졌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도 별도의 의견서를 제출했지만, 공개본에 구체적인 내용을 담지는 않았다. 일각에서는 삼성전자가 보조금 환수 조항과 관련해 상무부가 일부 용어를 명확히하거나 수정할 것을 제안했다는 이야기가 나온다.

국제반도체장비재료협회(SEMI)도 의견서에서 기업이 기존 시설을 기술적으로 업그레이드할 수 있도록 실질적인 확장의 정의를 5%에서 10%로 높여야 한다고 요청했다.

상무부는 같은날 의견 접수를 마감했으며 앞으로 관련 내용을 검토해 연내에 확정된 규정을 발표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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