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당, 반성 없이 더 나아지겠다는 것은 공염불”
“내년 총선에 서울 지역구 출마 예정…국민 주거 불안 해결할 것”
[편집자 주]
한국 청년들이 여당과 야당 모두에 등을 돌리고 있다. 한국갤럽 조사에 따르면 지난해 1월 평균 34%였던 20대 무당층이 올해 4월 53%로 크게 늘었다. 같은 기간 30대 무당층도 26%에서 36%로 급증했다.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을 거쳐 지난해 대선을 치르기까지 정치에 대한 관심도와 참여율이 높았던 20·30대가 국민의힘과 더불어민주당 양쪽 모두에 대해 지지를 철회하는 이유는 뭘까. 이 거대한 ‘스윙보터’의 표심이 내년 총선에는 어떻게 움직일까. 양당의 청년 정치인을 대표하는 천하람 국민의힘 전남 순천갑 당협위원장과 권지웅 전 민주당 비대위원에게 청년들 눈에 비친 정치 현황과 청년 정치의 미래에 관해 물었다.
권지웅 전 더불어민주당 비상대책위원은 청년 무당층이 늘어나고 있는 데 대해 “국민 목소리에는 관심 없고 그들이 정한 우선순위에 따라 움직이는 정치권의 행태에 원인이 있다”고 지적했다. 한국 국회의 ‘청년 대표성’을 높이려면 과거 김대중·김영삼 전 대통령처럼 젊은 피를 수혈해 혁신을 이루겠다는 정치권의 결단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지금의 정치권은 그저 상대 진영보다 조금만 나으면 이길 수 있다는 안일한 생각뿐 절박함이 없다는 분석이다.
“지금 정치권의 우선순위에 국민은 없어”
정치인이 된 계기는 무엇인가.
“정치에 원래 관심이 있었던 건 아니고, 대학을 기계공학과로 진학해 공학도로 살 줄 알았다. 대학에 와서 등록금 문제, 주거 불안 문제 등을 접하면서 정의란 게 배워서 아는 합리의 총합이 아니라 힘의 균형점이라는 것을 깨닫게 됐다. 주거 문제와 관련한 모순, 사람들이 불행해하는 모습을 보면서 민달팽이유니온, 민달팽이주택협동조합 등을 만들어 활동을 시작했다.”
특별히 주거 문제에 꽂힌 이유가 있나.
“돌이켜보니 삶의 경험이 그쪽으로 길을 열었다. 지방에서 올라와 생활하다 보니 청년 주거 문제를 경험하게 됐고, 총학생회 회장이 되어 학교에 돈도 있고 땅도 있으니 기숙사를 짓자는 문제 제기를 했다. 이후 《친절한 미분양》이라는 다큐멘터리를 제작하면서, 부동산으로 돈을 번 사람도 불안해하고 억울해하는 모습들을 보고 충격을 받았다. 학내 동아리 느낌이었던 민달팽이유니온을 시민단체로 만들게 된 계기다.”
현실정치에 뛰어들어 보니 예상과 다른 점이 있다면.
“현실정치는 선거의 연속이라는 점이다. 일면 이해는 가면서도 기대했던 정당과는 다른 모습이었다. 시민들을 만나고 그들의 의견을 종합해 당원들이 숙의할 수 있는 공간을 만들어내고, 시민 의견 중 안 되는 것은 피드백을 해주고 이런 과정이 누적되면서 당의 정체성이 서고 그 정체성을 지키려는 자가 캠페인에 뛰어드는 것이라고 생각했다. 그러나 실제로는 권력관계에 따라서 이권이 나눠지는 경계에 있는 사람들이 캠페인에 에너지를 쏟고, 그분들 도움으로 권력을 쥐게 되면 그분들의 의사를 꽤 반영하는 방식으로 돌아간다.”
그럼에도 정치에 긍정적인 이유는 무엇인가.
“임대차 3법은 제가 정치에 뛰어든 이유라고 할 수 있다. 30세 미만의 80%가 임차인인데 이들이 안정적으로 살려면 이 법이 꼭 필요하다고 생각했다. 저 역시 임차인으로 살면서 가구를 잘 안 샀는데, 특별한 경우가 아니면 임차인이 4년 동안 살 수 있도록 입법이 되면서 신혼집에 이케아 가구를 맞춤형으로 샀다. 2년만 살 수 있었다면 그런 선택은 하지 않았을 것이다. 저는 정치가 그것을 해내는 것을 봤고, 민주당이 해냈다는 것을 자부한다. 이후 청년 월세지원사업이 서울시에서 만들어지는 데 일조했고, 정부 사업이 되는 과정도 지켜봤다. 이런 과정을 통해 희망을 봤다.”
최근 청년 무당층이 급증한 원인은 무엇이라고 보나.
“첫 번째는 ‘내 말은 듣지 않는’ 정치이기 때문이다. 정치는 이미 옳다고 생각하는 게 정해져 있고, 그들이 생각하는 옳음은 바꿀 수 없다는 이미지가 고착됐다. 대법 판결까지 나왔는데, 여전히 조국 전 장관이 검찰에 의해 피해를 보았다고 주장한다. 대선에 지고도 민주당이 검경 수사권 분리법안을 계속 밀어붙인 것도 같은 맥락이다. 대선 때 1000명의 시민에게 이전 정부가 못했던 것은 무엇인지, 앞으로 정부가 해야 할 것은 무엇인지를 인터뷰했는데 주거·코로나19·노동 문제 등이 주로 나왔고, 검경 수사권을 분리해야 한다는 얘기는 거의 못 들었다. 대선 이후 민주당이 집회에까지 나가 투쟁한 것은 검찰독재정부 타도와 최근에 후쿠시마 오염수 관련 등이다. 이태원 참사, 화물연대 파업, 전세사기 문제도 민주당이 다루긴 했지만 지도부의 우선순위라고 느껴지는 조치는 거의 없다. 자기 언어로 검찰 개혁을 해야 한다고 주장하는 젊은 시민이 과연 몇이나 되겠나. 권력기관에 의한 폭력이 없어졌다고 생각하진 않지만, 그게 과연 과거에 그것을 경험했던 사람들 것이 아니라 지금 시민들의 것인지 묻고 싶다. 공론장에서 설득이 안 되니 의원총회에서 결의하고 진행함으로써 명분을 얻는데, 국민과는 멀어지는 느낌이다.”
민주당이 총체적 위기를 맞은 이유는 무엇일까.
“국민이 지켜보는 것은 문제 그 자체뿐 아니라 문제가 터졌을 때 그것을 대하는 태도다. 돈봉투 사건이 별일 아닌 것처럼 얘기하는 목소리가 공공연하게 돌고, 공개적으로 옹호하는 듯한 발언을 하는 것은 완전히 다른 차원의 문제다. 전당대회에서 이길 목적으로 돈이 전달됐는데 금권선거가 아니라고 볼 수 있나. 그런 돈이 필요했다면 합법화하는 조치를 했어야 한다. 택시기사들과의 대화에서 나오는 정도의 내용을 좀 깊이 고민하면 답이 나온다. 김남국 의원 사태와 관련해서 물어보면 가장 먼저 하는 얘기가 ‘(국회) 일하면서 그런 거 하면 안 되지’다. 정치에서 문제를 제대로 본다는 건 국민의 눈높이에서 보는 거다.”
“민주당, 제대로 된 사과와 조치 없이는 총선도 필패”
한국 국회의 ‘청년 대표성’이 낮은 이유는 무엇일까.
“우리 사회는 정치인으로 성장할 공간이 많지 않다. 586세대는 정치인으로 성장할 수 있는 공간이 넓었다. 시민운동과 학생운동이 활발했던 때여서 시민사회에서도 국가권력에 대한 이해도를 높일 수 있었고 관련 논의를 이어갈 생태계가 구축돼 있었다. 우상호, 송영길 같은 정치인이 처음 도전했을 때조차도 꽤 훈련이 된 상태였다. 이에 반해 지금은 시민사회 전체가 위축돼 있다. 1990년대 이후 학생운동도 저물었고, 희망제작소 등의 활동이 있었지만 두터웠다고 보긴 어렵다. 지금의 젊은 층이 정치적으로 숙련될 공간이 적기 때문에 준비된 정치인이 적은 것이다. 이들이 정치적 훈련을 할 수 있는 공간을 정당이나 시민사회에서 만들 수 있다. 또 설사 준비가 안 됐더라도 젊은 정치인이 필요하다고 여기는 시대인식을 가진 집단이 있었다면 지금보다 훨씬 많은 젊은이가 국회든 지방의회든 들어갔을 것이다. 586세대가 들어간 것도 김대중, 김영삼이라는 두 정치적 리더의 결단이 있었기 때문이다. 젊은 피를 수혈하겠다며 리더가 공간을 열어준 것이다. 지금 정치권은 이런 결단을 못 한다. 어떻게든 쇄신하고 뭐라도 해보려는 절박함이 없고, 우리가 상대 진영보다 조금만 나으면 이길 수 있다고 생각한다.”
다가올 총선에서 2030 표심을 움직이려면 어떤 전략을 세워야 할까.
“180석에 가까운 의석을 가진 정당인 민주당이 처음 할 일은 지난 기간 동안 확인된 잘못을 제대로 반성하는 것이다. 이것 없이 우리가 더 나아지겠다는 것은 공염불이다. 제대로 된 사과와 조치를 해내지 못하는 지도부로 선거를 치른다면 필패다. 이것을 해낸다면 지금의 지도부여도 이길 수 있다.”
청년 정치인에게 꼭 필요한 자질은 무엇일까.
“조정 능력이다. 현 정치권에서 상대랑 싸운다는 것은 제압해서 이겨먹는다는 것인데, 필요한 것은 내주고 일부분은 손해 보면서 적절히 진보하는 것이 잘 싸우는 것이다.”
총선 출마 계획과 정치적 목표는 무엇인가.
“서울·수도권 지역구에서 출마할 계획이다. 대한민국의 주거로 인한 불안을 해결하고 싶다. 사회의 불평등과 양극화가 심각한데, 이를 완화하기 위해서라도 주거 격차 문제를 푸는 게 중요하다고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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