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부채협상 ‘극적 타결’ 나비효과…들썩이는 코스피
  • 조문희 기자 (moonh@sisajournal.com)
  • 승인 2023.05.30 11: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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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채한도 협상 합의에 사라진 불확실성…세계 증시 줄줄이 상승
경기 부진에 추가 금리 상승 우려 상존…“증시 랠리 기대감은 금물”
코스피가 강보합으로 출발한 30일 오전 서울 중구 하나은행 딜링룸 모니터에 실시간 코스피와 원/달러 환율이 표시돼 있다. ⓒ 연합뉴스
코스피가 강보합으로 출발한 30일 오전 서울 중구 하나은행 딜링룸 모니터에 실시간 코스피와 원/달러 환율이 표시돼 있다. ⓒ 연합뉴스

지난 주말 사이 미국의 부채한도 협상이 극적 타결됐다. 미국의 채무불이행(디폴트) 위기를 촉발하던 부채한도 협상에 물꼬가 트이면서, 막혔던 투자 심리에 훈풍이 불어오는 분위기다.

30일 오전 11시15분 기준 코스피는 2580원대로 올라섰다. 전일 대비 23.51포인트(0.92%) 오른 2584.69에 거래 중이다. 외국인이 홀로 3213억원을 순매수하며 지수를 끌어올렸다. 장 초반 매도 우위였던 기관도 52억원 순매수 중이다. 코스닥도 같은 시각 1.79포인트(0.21%) 상승한 845.02를 기록 중이다.

이날(현지 시각 29일) 미국 뉴욕 증시는 ‘메모리얼데이(미국의 현충일)’로 휴장 상태지만, 직전 거래일인 26일(현지 시각)엔 3대 지수가 모두 큰 폭으로 오르며 마감했다. 뉴욕증권거래소(NYSE)에서 다우존스30산업평균지수는 전일 대비 1.00%, S&P500지수는 1.30%, 나스닥지수는 2.19% 각각 상승했다.

이 같은 ‘훈풍’의 배경엔 미국의 부채한도 협상이 있다. 서정훈 삼성증권 연구원은 “미국 부채한도 협상 타결로 투자 심리가 개선된 점이 국내 증시에 영향을 준 것으로 보인다”라고 분석했다.

앞서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과 케빈 매카시 하원의장은 지난 28일(현지 시각) 디폴트 시한을 앞두고 연방정부 부채한도 상향에 최종 합의했다. 합의안의 골자는 부채 상한선 적용을 2025년 1월(대선 이후)까지 연장하고 비국방 재량 지출을 현재 수준으로 유지하는 것이다. 미국 하원은 30일(현지 시각) 운영위를 개최하고 부채한도 상향 합의 관련 법안의 처리 절차에 들어간다.

부채한도 협상으로 불확실성이 사라지면서, 외국인의 투자 심리가 다시 들썩였다는 분석이다. 국내 증시에서 외국인이 주목한 종목은 반도체 대장주다. 특히 반도체 업황 개선 기대감과 맞물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를 중심으로 투자심리를 끌어올렸다. 삼성전자는 이날 11시20분 기준 7만2100원(+2.56%)에 거래 중이며, SK하이닉스는 11만2300원(+2.84%)이다. 삼성전자 주가가 7만원을 웃돈 것은 지난해 3월29일(7만200원) 이후 약 1년2개월 만이고, SK하이닉스가 장중 11만원을 넘은 것은 지난해 5월25일 이후 처음이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오른쪽)이 22일(현지 시각) 워싱턴DC 백악관에서 케빈 매카시 하원의장(공화당)과 만나 부채한도 증액 논의를 하고 있다. ⓒ AP=연합뉴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오른쪽)이 22일(현지 시각) 워싱턴DC 백악관에서 케빈 매카시 하원의장(공화당)과 만나 부채한도 증액 논의를 하고 있다. ⓒAP=연합뉴스

다만 미국의 경기 부진 우려가 여전한 터라, 부채협상 호재가 장기간 이어지진 않을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김유미 키움증권 연구원은 “금주 한국을 포함한 주요국의 주요 경제지표 발표가 다수 예정돼 있다”면서 “미국 노동시장 둔화 조짐은 가계 소득 측면에서 비우호적인 요인으로, 소비 수요가 둔화하면 우리나라 수출에도 부정적이다. 불안정한 수요 전망이 해소되지 않으면 경기 바닥은 길어질 수 있고, 우리 수출도 기대보다 지지부진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조연주 NH투자증권 연구원도 “이번 협상안으로 공화당과 민주당 모두 만족하는 결과를 얻지 못해 하원 및 상원 표결에 불확실성이 여전히 상존한다”며 “협상안이 통과돼도 예산 지출 축소 폭이 매우 미미해 예산에서 크게 감소되지 않아 매크로(거시경제) 영향은 크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추가 금리 인상을 둘러싼 우려가 여전한 점도 변수다. 조준기 SK증권 연구원은 “부채한도 협상이 타결된 것은 긍정적이나 이 소식을 증시 랠리의 신호탄이라고 해석하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면서 “채권시장과 달리 주식시장은 부채한도 협상이 난항을 겪는 동안에도 이를 악재로 심각하게 받아들이지 않으며 강세를 이어왔기에 악재의 해소로 보기에도 애매한 측면이 존재한다”고 평가했다.

또 반짝 상승세를 틈타 차익실현 매물이 쏟아질 가능성이 있어, 증시가 출렁일 것이란 전망에 힘이 실린다. 실제 유럽 증시는 부채협상 타결 직후 상승 출발했으나 매물이 출회되며 하락 전환했다. ASML(-0.86%)을 비롯한 주요 기술주와 인터넷 소비 기업인 프로수스(-2.02%), 아디다스(-0.75%) 등 소비 관련주도 부진했다. 도이체방크(-0.56%), 방코산탄데르(-1.70%) 등 금융주도 마찬가지다.

서상영 미래에셋증권 연구원은 “이날 상승 출발했던 유럽 증시가 차익실현 매물로 결국 하락 마감했다”면서 “시장의 화두가 경기와 연준의 금리 인상으로 전환될 경우 수출 의존도가 높은 한국에서 외국인 수급에 부담을 줄 수 있다. 이를 고려하면 한국 증시는 0.7% 내외 상승 출발하되 차익실현 매물 출회로 변동성이 큰 모습을 보일 것”이라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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