尹대통령 외면했는데…김기현, 이재명에게 손 내민 속내는?
  • 박성의 기자 (sos@sisajournal.com)
  • 승인 2023.05.30 19: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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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고위 리스크’ 후 김기현 조언 구하며 ‘리더십 변화’ 시도
“협치 물꼬” 기대 속 野 일각 “이재명 이용해 체급 높이려” 의심도

윤석열 정부 출범 이후 총부리만 겨누던 여야가 모처럼 ‘화해의 장’을 마련했다. 김기현 국민의힘 대표가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제안한 정책회담을 수락하면서다. 정치권 일각에선 김 대표가 여야 대표 회담을 통해 ‘일석이조’를 기대하고 있다는 추측도 나온다. 영수회담을 거부한 윤석열 대통령과의 차별화를 통해 ‘대통령실 2중대’라는 오명을 벗으면서, 대권주자였던 이 대표와 ‘같은 체급’이라는 인식을 심으려 한다는 분석이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왼쪽)와 국민의힘 김기현 대표가 지난 23일 경남 김해시 진영읍 봉하마을에서 열린 노무현 전 대통령 서거 14주기 추도식에 참석해 추도식 영상을 바라보고 있다. ⓒ연합뉴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왼쪽)와 국민의힘 김기현 대표가 지난 23일 경남 김해시 진영읍 봉하마을에서 열린 노무현 전 대통령 서거 14주기 추도식에 참석해 추도식 영상을 바라보고 있다. ⓒ연합뉴스

당 위기 앞 달라진 김기현? 

30일 시사저널 취재를 종합하면, 최근 김기현 대표는 만나는 여권 인사들에게 ‘당의 문제점’ ‘개선 방법’ 등을 물었다고 한다. 최고위원회 내에서 연이어 ‘설화’가 발생하고, 당의 지지율이 박스권에 갇히자 이에 대한 타개책을 고민했다는 것이다.

과거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회에 몸 담았던 한 인사는 “김기현 대표가 ‘교회 오빠’ 같은 이미지를 벗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며 “당내에서는 단호한 리더십을, 당 밖으로는 ‘큰 정치’를 하기 위해 고심하고 있는 모습”이라고 귀띔했다. 이어 “이런 고민을 혼자 담아두지 않고 주변인들에게 (김 대표가) 적극적으로 나누며 답을 찾고 있다”고 덧붙였다.

실제 최고위원들의 ‘줄 징계’ 후 김 대표의 행보가 달라졌다는 시각도 있다. 대표적인 예가 이재명 대표의 ‘정책회담’ 제안을 받아들인 것이다.

정치권에 따르면, 김 대표는 지난 23일 노무현 전 대통령 추도식에서 옆자리에 앉은 이 대표에게 회동을 제의했으나 이 대표가 ‘밥만 먹는 자리’라며 거절했다고 한다. 이후 이 대표가 26일 최고위원회의에서 “공개적 정책대화는 언제든 환영한다”고 역제안하자, 김 대표가 ‘좋다’고 화답하면서 양당 대표 간 회동이 성사됐다. 건건이 충돌하던 여야 대표가 모처럼 ‘화해의 장’을 조성하는 데 합의한 셈이다.

정치권 일각에선 회동이 성사된다면 그 수혜는 이 대표보다는 김 대표가 입게 될 것이란 전망이 우세하다. ‘윤심(윤 대통령 의중)만 좇는 여당 대표’라는 일각의 꼬리표를 떼어 내고, ‘정치인 김기현’으로서의 메시지를 공개적으로 낼 수 있는 기회라는 분석에서다.

진중권 광운대 특임교수는 “사실상 대통령실이 모든 걸 주도하는 가운데 김기현 대표가 자기 리더십을 제대로 보여주지 못했다”며 “그러한 가운데 (회동이 성사되면) 자기 존재감을 드러낼 수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어 “이재명 대표도 사법 의혹에서 벗어나 국면을 전환할 기회를 갖게 될 수 있다. 여야 모두에게 윈윈인 회담”이라고 덧붙였다.

박상병 정치평론가는 “현재 국회는 ‘여당이 없는 상태’다. 윤 대통령과 여당의 직할체제가 구축되면서 여야 관계는 뒷전이 돼버렸고, 대통령과 야당이 강대강 대치를 이루면서 정치는 실종됐다”고 지적했다. 이어 “김기현 대표가 이재명 대표를 만나 여야 관계를 정상화시키고 적극적으로 협치를 이뤄낼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실무진 이견에 회담 성사 가능성은 미지수

다만 실제 김 대표와 이 대표의 회담이 이뤄질 지는 미지수다. ‘TV토론 방식’에 대해 여야 간 이견이 없지만, 어떤 현안을 다룰 지를 두고 여야가 극명한 입장차를 보이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일례로 민주당은 ‘후쿠시마 오염수 문제’를, 국민의힘은 김남국 의원을 둘러싼 ‘코인 사태’를 핵심 의제로 다루자는 입장이다.

여기에 민주당 일각에선 김 의원의 제안을 ‘꼼수’라 의심하는 모습이다. 익명을 요구한 친이재명계 민주당 한 의원은 “여당이 (후쿠시마 오염수 문제 등) 국민이 관심을 갖는 사안이 아닌 정략적 주제만 화두로 올리려 하는 걸 보면 협상 의지에 의심이 든다”며 “김기현 대표가 ‘체급’을 올리기 위해 이 대표를 이용하려는 모습”이라고 지적했다.

반면 국민의힘 측은 여야 대표 회담 성사에 무게를 싣는 모습이다. 민주당의 반발에도 김 대표의 회동 의지가 선명하다는 것이다. 국민의힘 원내 핵심관계자는 “정쟁을 목적으로 ‘판’을 키운 건 김기현 대표가 아닌 이재명 대표”라며 “식사 회동 등을 먼저 제안한 게 김 대표다. 민주당의 저의만 없다면 회동은 성사될 것”이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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