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로 돈 빼돌려 주택 27채 구매…역외탈세자 52명 세무조사
  • 이주희 디지털팀 기자 (hee_423@naver.com)
  • 승인 2023.05.31 16: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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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세청, 전국 동시 세무조사 착수…탈루액은 1조원대 추정
수출 거래 조작에 '회사 쪼개기'…'강남부자보험' 통해 수십억 증여
오호선 국세청 조사국장이 31일 오전 세종시 정부세종청사에서 수출입거래 조작, 부당 역외금융거래 등 역외탈세자 52명 세무조사 착수와 관련해 브리핑하고 있다. ⓒ연합뉴스
오호선 국세청 조사국장이 31일 오전 세종시 정부세종청사에서 수출입거래 조작, 부당 역외금융거래 등 역외탈세자 52명 세무조사 착수와 관련해 브리핑하고 있다. ⓒ연합뉴스

국세청이 부당 국제 거래로 국부를 유출하면서 공정 경쟁을 저해한 역외탈세자 세무조사에 착수했다. 올해 대규모 세수 결손이 불가피한 상황에서 부족한 세수를 메우고, 성실 납세를 독려하기 위한 의도로 풀이된다.

31일 국세청에 따르면, 이번 조사 대상이 된 역외탈세자는 총 52명으로 이들의 전체 탈루액은 1조원대로 추정된다. 유형별로는 현지 법인을 이용해 수출 거래를 조작한 수출업체(19명), 투자수익을 부당 반출한 사모펀드 및 역외 편법 증여 자산가(12명), 사업 구조를 위장해 국내 소득을 국외 유출한 다국적기업(21명) 등이다.

앞서 국세청은 과세 당국 간 국제 공조 및 네트워크를 통해 매년 200건 안팎의 역외 탈세 세무조사를 진행해왔다. 최근 3년간 총추징 세액은 4조149억원이었다. 연평균 추징세액은 1조3억여원이다. 역외탈세 세무조사의 건당 부과 세액도 꾸준히 증가해 2021년 68억1000만원을 기록했다.

구체적인 사례를 보면 수출업체 사주 A씨는 계약 명의를 위장해 자녀의 페이퍼컴퍼니가 사업을 수행하는 것처럼 꾸며 수출 물량을 넘겨줬다. 이렇게 부정 축적한 회삿돈으로 A씨 일가는 27채의 해외 주택을 구매하고도 주택 취득 사실을 미신고해 임대소득을 탈루했다. 국세청은 페이퍼컴퍼니의 소득을 A씨 업체에 과세하고, A씨 일가가 해외부동산으로 벌어들인 임대소득을 추징할 예정이다.

B씨의 경우 회사 지분 매각으로 얻은 자금을 자녀에게 편법 증여하기 위해 '강남부자보험'으로 알려진 배당 역외보험상품을 자녀 명의로 가입했다. B씨는 보험료 20여억원을 대납하고 연 6∼7%의 배당 수익을 얻었지만, 이를 국외에 은닉하고 소득을 신고하지 않았다. 국세청은 B씨가 대납한 보험료에 대해 증여세로 과세하고, 보험 배당수익에 대해서도 소득세를 매길 방침이다.

다국적 플랫폼 기업인 C사는 국내 고객에게 온라인서비스를 제공하면서 영업·판매·홍보·마케팅 등 필수 기능을 국내 자회사에 각각 분산시켰다. 이 같은 '회사 쪼개기'로 C사는 국내에서 수천억원 상당의 매출을 올리고도 세금 납부 없이 소득을 국외로 가져갔다. 국세청은 C사의 국내 수익 중 국내 사업장 귀속분에 대해 과세할 예정이다.

국세청은 이들이 헌법상 납세 의무를 무시하고 반사회적 역외탈세를 저지르면서 공정과 준법의 가치를 훼손했다고 지적했다. 아울러 경제적 자원을 부당하게 유출하면서 자유롭고 공정한 시장 경쟁을 방해하고, 국제 수지 균형에도 부정적인 영향을 끼쳤다고 비판했다.

국세청은 "어려운 경제 여건을 감안해 세무조사 감축 기조를 유지하면서 헌법상 절차적 정의인 적법절차, 조세법률주의 및 조세공평주의를 세무조사의 원칙으로 세워나가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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