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라리 취소해 달라" 30년 표류 김천부항온천지구 주민들 하소연
  • 김시훈 영남본부 기자 (sisa541@sisajournal.com)
  • 승인 2023.06.08 11: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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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민들 "기약없는 온천사업에 공시지가만 상승, 불이익"
사업자 "외자유치로 돌파"…경북도 "김천시와 해법 모색"
김천시 부항면 파천리 온천지구 개발현장 ©시사저널
김천시 부항면 파천리 온천지구 현장 ©시사저널 김시훈

30여년 동안 시간이 멈춰있는 김천부항온천개발사업장을 찾았다. 5월23일 현재 예정부지 인근에는 낡은 건축물 3동만 방치돼 있었고 건물 내부에는 각종 생활폐기물과 해충이 들끓었고 악취마저 극심한 상태였다. 

지난 1992년 9월 서울시 강남구 소재 W개발 전 모(89)대표가 온천수를 최초로 발견해 신고한 부항온천은 한국자원연구소의 온천전문검사과정을 거쳐 온천수 적합판정을 받았다. 이후 1994년 5월 온천지구로 지정됐다. 그러나 사업은 속도를 내지 못하고 사실상 중단됐다.

세월이 흘러 30여년 동안 사업이 표류하자 인근 파천리, 안간리 주민들은 "토지가 온천지구로 묶이면서 공시지가만 높아진 탓에 매매 등 재산권 행사마저 제대로 할 수 없다"며 "차라리 지구 지정을 해지해 달라"고 호소하고 있다. 주민들에 따르면 당시 온천지 일원에는 전국의 투기꾼들이 몰려 임야와 전·밭 등을 마구 사들이면서 90%에 달하는 토지가 외지인의 손에 넘어갔다. 하지만 강산이 세번 바뀌는동안 현지인과 외지인 가릴 것 없이 경제적 피해자들만 남았다.

파천리에서 슈퍼마켓을 운영하는 문준주(여. 71)씨는 “온천개발도 안 되는 마당에 개인사유지를 온천지구로 묶어 공시지가만 턱없이 올라 토지거래자체가 무산된 상태”라고 했다. 마을 이장을 지낸 또 다른 주민 또한 “돈 있는 사람이 개발에 전격 나서지 않는 한 온천개발사업은 희망사항에 불과할 뿐”이라며 “지구해지를 위해 경북도와 김천시에 항의시위를 벌여야 한다는 게 주민의 뜻”이라고 밝혔다.

사업권자인 W개발 대표에게 사업 부진의 이유를 물었다. 그는 “서울 시청에서 서기관으로 정년퇴임을 한 관료출신”이라고 자신을 소개했다. 이어 “정권이 바뀌는 과정에서 아무런 잘못도 없이 수사를 받고 1년 9개월간의 억울한 옥살이를 하다 상고심에서 무혐의처분을 받고 풀려났다"면서 "이 과정에서 금융범법자로 낙인이 찍혔고 금융거래가 모두 끊겨 총 4994억 원에 달하는 개발비 확보가 무산됐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사업 추진 의사도 재차 밝혔다. 전 대표는 "외자 유치 가능성도 있다. 내달(6월) 중으로 가시적인 결과가 나올 것으로 기대한다"고 했다.

사후관리 부실 지적을 받고 있는 김천시와 경상북도의 공식 입장을 물었다. 김천시 관광진흥과 김종윤 관광정책팀장은 “파천리와 안간리 주민들이 ‘온천지구해지’를 요구하고 나선 것은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니다”며 “현행법상 ‘관광지’라면 지자체가 나설 수 있지만 ‘관광단지’의 경우 민간사업자가 주도하므로 김천시가 개입할 수 있는 사안도 아니다”라고 말했다.

경상북도 인·허가전담 광광지구개발팀 박진영 주무관은 “부항온천개발사업은 경북도가 무단방치를 해온 게 아니라 고위직공무원 출신인 사업자가 온천과 관련된 시·도지사의 개발계획취소 등의 법망을 교묘하게 피해갔기 때문에 사유재산침해와 직결돼 직권해지를 할 수가 없었다”고 말했다. 이어 “현재로서는 피해지역 주민들이 사업자를 대상으로 온천관광지구해지와 사업포기를 촉구하는 수 밖에 없는 일”이라며 “김천시와 함께 현지주민을 만나 소통의 시간을 갖겠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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