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J계 원로가 바라본 한일 관계 “日, 김대중-오부치 선언 계속 번복”
  • 이원석 기자 (lws@sisajournal.com)
  • 승인 2023.06.05 07:35
  • 호수 17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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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정대철 헌정회장 “일본도 독일처럼 넓은 태도 취해야…사죄한다고 비굴해지지 않아”
“尹대통령, 한일 외교 높게 평가하지만 피해자 설득 아쉬워”

윤석열 정부 들어 오래 경색됐던 한일 관계에 훈풍이 불고 있다. 윤 대통령과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는 최근 두 달 새 도쿄와 서울, 히로시마에서 3차례 연달아 만나며 달라진 한일 관계를 과시했다. 그러나 평가는 일부 갈린다. 지난 3월 강제징용 피해자들에 대한 배상 문제와 관련해 ‘제3자 변제안’에 한일 정부가 합의한 것에 대해 ‘당사자들에게 충분한 이해를 구하지 않은 채 일방적으로 진행됐다’는 시각 때문이다. 일본 정부의 진심 어린 사과도 없었다는 지적 또한 나온다. 

한일 관계 개선과 관련해선 항상 언급되는 것이 김대중-오부치 선언이다. 1998년 당시 김대중 대통령과 오부치 게이조 일본 총리가 과거 식민지배에 대한 ‘통절한 반성과 사죄’를 토대로 미래지향적으로 나아가자는 취지로 손을 맞잡았다. 이번에도 한일 양국은 김대중-오부치 선언을 역사적으로 계승한다고 여러 번 강조했다. DJ계 원로인 정대철 헌정회장은 이 장면을 어떻게 바라봤을까. 시사저널은 6월1일 여의도 국회의사당 내 헌정회장실에서 정 회장과 만나 인터뷰를 가졌다. 

ⓒ시사저널 이종현
정대철 헌정회장 ⓒ시사저널 이종현

얼어붙었던 한일 관계가 윤석열 정부 들어 급격히 녹고 있습니다. 어떻게 보셨습니까. 

“한일, 한·미·일의 결속 등 외교에 대한 부분은 굉장히 높게 평가합니다. 한일 정상회담도 잘했다고 생각합니다. 단지 사전, 사후에 마음이 아픈 위안부, 강제징용 피해자들을 잘 설득했다면 어땠을까 하는 아쉬움이 남습니다. 과거사·역사인식·독도 문제 등에 있어선 우리의 입장을 계속 떳떳하고 당당하게 주장해야 합니다.”

일본 측의 제대로 된 사죄가 없었다는 지적이 있습니다.

“윤 대통령의 한일 관계 개선을 위한 담대한 행보에도 일본 측의 호응은 성의가 있어 보이지 않습니다. 한반도에 대한 식민통치, 과거사에 대한 사죄, 사과와 관련해 독일과 비하면 턱없이 부족해 보입니다. 최근에도 프랑크 발터 슈타인마이어 독일 대통령이 폴란드를 찾아 ‘사죄나 사과에는 시효가 없다. 또 사과하고 싶다’고 말했더군요. 또 사죄한다고 해서 비굴해지는 것이 아닙니다. 오히려 더 훌륭하게 여겨질 겁니다. 일본도 그런 넓은 태도를 취해야 합니다. ”

사과는 없었지만, 1998년 김대중-오부치 공동 선언을 계승한다는 입장 발표는 있었습니다.

“일본은 김대중-오부치 선언을 계승하지 않고 계속 번복해 왔습니다. 지난 5월 방한 때도 기시다 총리는 과거사 사과에 대해 한국 국민의 기대에 크게 못 미치는 언급만 했을 뿐입니다. 과거 하토야마 유키오 전 일본 총리가 방한해 소주를 함께 마시면서 이런 얘길 했더니 그다음 날 오후 하토야마 전 총리가 계획에 없이 독립문에 가서 절을 했다는 보도가 나오더군요. 정말 감동이었습니다. 일본이 흔쾌하게 우리 조상과 국민에 대해 사죄하는 모습을 보여줘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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