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유정, 잔혹 살해 후에도 ‘태연’…조용히, 꾸준하게 범행 준비했다
  • 이혜영 기자 (zero@sisajournal.com)
  • 승인 2023.06.02 08: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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범죄물 즐겨보던 ‘은둔형 외톨이’, 살해 충동 느끼자 계획 세우고 실행
2일 오전 검찰 송치…실제 얼굴 드러낼 듯
부산에서 20대 또래 여성을 살해하고 시신을 훼손·유기한 혐의를 받는 정유정(23)의 신상이 6월1일 공개됐다. ⓒ연합뉴스
부산에서 20대 또래 여성을 살해하고 시신을 훼손·유기한 혐의를 받는 정유정(23)의 신상이 6월1일 공개됐다. ⓒ연합뉴스

부산에서 또래 여성을 살해한 후 시신을 훼손·유기한 정유정(23)의 엽기 범죄 행각이 하나둘 드러나고 있다. 외부와의 연결고리가 끊긴 채 사실상 '은둔형 외톨이'로 지내던 정유정은 수개월에 걸쳐 '시신 없는 살인'을 검색하는 등 꾸준히 범행을 준비했던 것으로 드러났다. 끔찍한 범행 직후 시신 유기에 사용된 여행용 가방을 끌고 태연히 거리를 다니는 모습에서 죄책감은 찾아볼 수 없었다. 

2일 부산경찰청에 따르면, 20대 또래 여성인 A씨를 살해하고 시신을 훼손한 뒤 낙동강변에 유기한 혐의를 받는 정유정은 최근 조사에서 "살인해보고 싶어서 그랬다"고 범행을 자백했다. 

정유정은 평소 인터넷과 방송 등으로 범죄 및 수사 관련 프로그램을 즐겨 봤고, 도서관에서도 범죄 관련 책을 여러 권 빌려 본 것으로 확인됐다. 할아버지와 둘이 살던 정유정은 평소 조용하고 내성적인 성격이었고, 외부와의 접촉이나 활동도 거의 없는 '은둔형 외톨이'로 지냈다고 한다. 

고교 졸업 후 직장을 다니지 않고 5년 간 공무원 시험을 준비했다는 정유정은 가족과 이웃들이 생각했던 것과 달리 치밀한 범죄를 계획하고 있었다. 

'살인 충동'을 느꼈다는 정유정은 지난 2월부터 범행까지 약 3개월 간 인터넷을 통해 '살인' '시신 없는 살인' 등을 검색한 것으로 확인됐다. 범행을 결심한 정유정이 노린 것은 과외 중개 앱이었다. 

과외 중개 앱에는 과외 학생을 구하기 위한 대학생 등의 프로필이 다량으로 올라와 있고, 이력 확인과 연락처를 확보하는 것도 비교적 수월하다. 정유정도 피해자에게 접근, 온라인 상으로 대화를 나누며 자신을 '중3 자녀를 둔 학부모'라고 소개했다. 피해자가 직접 정유정을 만나지 않는 한 이 부분에 대한 진위를 파악하기 어려운 점도 노린 것으로 보인다. 

정유정이 '신분 탈취'를 목적으로 했을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이수정 경기대 범죄심리학과 교수는 MBC와의 인터뷰에서 "(피해자가) 온라인 상에서 인기 있는 과외 교사였잖나. 본인의 핸디캡을 극복하기 위한 방법으로 이 여성의 정체성을 훔치려고 했던 것 같다"고 설명했다. 

피해자가 거리를 이유로 과외를 거절하자, 정유정은 아이를 직접 보내겠다며 시범 수업을 한 후 결정하자는 취지로 설득했고 결국 피해자 집 주소를 받아냈다. 범행 당일인 지난달 26일 정유정은 학생으로 완벽 위장하기 위해 중고거래를 통해 교복까지 사입고 피해자를 찾아갔다. 

피해자 집에서 잠시 대화를 나눈 정유정은 곧바로 흉기를 휘둘러 A씨를 잔혹 살해했다. 이후 자신의 집으로 이동해 여행용 가방을 들고 나왔고, 태연히 거리를 활보했다. 

살인, 사체유기 등 혐의를 받는 20대 여성 A씨가 지난 5월26일 빈 캐리어를 갖고 자신의 집을 나서는 모습 ⓒ부산경찰청 제공
살인, 사체유기 등 혐의를 받는 정유정이 5월26일 빈 캐리어를 갖고 자신의 집을 나서는 모습 ⓒ부산경찰청 제공

정유정은 범행 이튿날인 27일 새벽 1시께 택시를 타고 평소 산책하며 봐둔 경남 양산 낙동강변에 시신 일부를 유기했다.  

정유정은 시신 유기를 위해 택시를 타고 이동했는데 캐리어를 숲속에 버리는 것을 이상하게 여긴 택시기사의 신고로 범행이 드러났다. 경찰이 캐리어를 확인했을 때 가방 안에는 혈흔과 함께 A씨의 신분증도 함께 있었다. 

경찰은 A씨 집에서 나머지 시신 일부를 발견했고, 27일 오전 6시께 정유정을 살인과 사체유기 혐의로 긴급 체포했다.

경찰은 정유정에 대한 프로파일러 심리상담과 사이코패스 여부를 검사하고 있다. 

경찰은 이날 오전 정씨를 검찰에 송치할 계획이다. 전날 부산경찰청이 신상정보공개심의위원회를 거쳐 정유정의 이름, 나이, 사진 등 신상을 공개한만큼 검찰 송치 과정에서 실제 얼굴이 처음 공개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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