묘수인가 꼼수인가…이재명 ‘혁신위’ 띄운 속내는
  • 박성의 기자 (sos@sisajournal.com)
  • 승인 2023.06.05 13: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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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파 갈등‧사법리스크에 이재명 ‘혁신위 카드’로 정면 돌파
비명계 “보여주기식 인선” 비판 속 ‘공천 혁신’ 화두로

이제 더불어민주당의 미래는 이재명 대표가 아닌 이래경 사단법인 다른백년 명예 이사장 손으로 넘어갔다. 민주당이 5일 당 혁신기구를 이끌 위원장으로 이래경 이사장을 선임하기로 결정하면서다. 이재명 대표는 “혁신안을 전폭적으로 수용하겠다”며 이 이사장에게 사실상 전권을 맡기겠다고 공언했다.

다만 ‘이래경 혁신위’를 바라보는 정치권의 시선은 극명하게 갈린다. 친이재명계가 혁신위를 일제히 극찬하고 나섰지만, 비이재명계와 여권에선 이 대표가 ‘사퇴론’을 불식시키기 위해 혁신위를 방패삼으려 한다는 의심이 제기된다. 일각에선 친명계로 분류되는 이래경 이사장의 ‘자격’을 문제 삼으며, 당내 갈등이 되레 더 증폭될 것이란 우려 섞인 전망도 나온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왼쪽)와 이래경 사단법인 다른백년 명예 이사장 ⓒ연합뉴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왼쪽)와 이래경 사단법인 다른백년 명예 이사장 ⓒ연합뉴스

이재명, 이래경에게 ‘SOS’…“더 큰 민주당 기대”

이재명 대표는 5일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에서 “오늘 민주당은 당의 혁신기구 책임자로 사단법인 다른백년의 이래경 명예이사장을 모시기로 했다”며 “새로운 혁신기구의 명칭, 역할 등에 대한 것은 모두 혁신기구에 전적으로 맡기겠다”고 밝혔다. 이어 “혁신 기구가 마련한 혁신안을 존중하고 전폭적으로 행할 것”이라며 “국민에게 신뢰 받는 민주당, 새롭고 더 큰 민주당을 만드는 일에 많은 국민과 당원 여러분들이 함께해 주실 것을 기대한다”고 말했다.

이날 임명된 이 위원장은 1954년생으로, 서울대학교 금속공학부 73학번이다. 그는 기업인으로 활동하며 독일 호이트그룹과의 합자 법인인 호이트한국 대표이사를 역임하기도 했다. 이후 민주기업가 회의 회장, 한반도재단 운영위원장 등 시민운동을 펼쳤다. 현재는 주권자전국회의 상임공동대표도 맡고 있다.

권칠승 수석대변인은 최고위원회의가 끝난 뒤 혁신위원장 선임 배경에 대해 “성공한 CEO이면서 기업가로서 사회적 책임을 놓치지 않고 수십 년간 꾸준히 우리 공동체를 위한 활동을 해오신 분”이라며 “그동안 사회 문제에 대해서 꾸준히 활동해왔기 때문에 우리나라가 가야 할 방향, 정당의 방향에 대해서도 정확하게 알고 계신 분”이라고 밝혔다.

이 대표를 비롯한 친명계에서는 이 위원장을 ‘중도’에 가까운 인물이라고 평가한다. 이 위원장이 특정 정치인이나 이념에 매몰되지 않은 정치 행보를 보여 왔다는 것이다. 실제 이 위원장은 과거 안철수 국민의힘 의원이 2014년 신당 새정치연합을 창당할 당시 참여해 안철수계로 분류되기도 했다.

익명을 요구한 친명계 의원은 이 위원장에 대해 “외부인사다보니 (특정 계파에) 치우치거나 이런 분이 아니다. 굉장히 좋은, 객관성이 갖춰진 인물이라 평가한다”고 했다. ‘이 위원장과 이 대표의 친분’에 대해서는 “전혀 없는 것으로 안다”며 “우리(친명계) 내부에서도 잘 알려지지 않은 인물”이라고 덧붙였다.

 

“외부 인사라더니 사실상 친명계”…비명계 반발

그러나 친명계의 주장과 달리 이 위원장이 사실상 ‘이재명 팬’에 가깝다는 주장도 나온다. 실제 2019년 이재명 대표가 친형의 강제진단 사건 관련해 2심에서 당선무효형을 선고받고 대법원 판결을 기다리는 중 ‘경기도지사 이재명 지키기 범국민 대책위원회’를 구성하자고 처음 제안한 게 이 위원장이다. 이 탓에 비명계 일각에선 이 위원장이 당내 ‘집안싸움’의 도화선이 될 것이란 우려가 제기된다.

당내 소장파 중진인 이상민 민주당 의원은 이날 시사저널과의 통화에서 이 위원장 선임과 관련해 “이재명 대표를 지지했던 사람이 (혁신위원장으로) 내정됐다. 그런데 어떻게 이재명 체제의 결함과 한계를 극복하는 대안이 될 수 있겠는가”라고 반문한 뒤 “오히려 (이 대표 체제의) 결함을 더 증폭시키고 확대하고 재생산하는 구조가 될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 의원은 당 지도부를 향해서도 “혁신위원장은 지도부 체제의 문제를 전제로 새로운 대안을 제시하는 자리인 만큼, 선정 경위부터 밝히라”고 촉구했다.

최창렬 용인대 특임교수는 “친명계로 기운 사람이 혁신위원장이 돼버렸으니 더 이상 민주당 혁신위에 기대할 수 있는 바가 없어 보인다. 친명계 인사이기 때문에 이재명 대표도 ‘전권을 부여하겠다’고 자신 있게 얘기할 수 있었던 것”이라며 “혁신위가 총선을 앞두고 당을 봉합하는 역할을 해줘야 하는데, 임명 과정을 보면 혁신위가 오히려 갈등을 더 키울 가능성도 있다”고 분석했다.

한편에선 이 위원장이 당의 외연을 되레 좁힐 것이란 주장도 나온다. 이 위원장이 SNS를 통해 음모‧음해에 가까운 주장을 펼쳐왔다는 비판에서다. 앞서 이 위원장은 페이스북에 “지난 한국 대선에도 이들 미 정보조직들이 분명 깊숙이 개입하였으리라”, “자폭된 천안함 사건을 조작하여 남북관계를 파탄낸 미패권 세력들”, “건설노동자들이 죽어가고 있다. 윤석열 정권 반드시 퇴진 시켜야 한다”는 등의 게시글을 남긴 바 있다.

이에 여권도 비판에 가세했다. 신인규 국민의힘바로세우기 대표는 이날 통화에서 ”민주당이 혁신위를 띄우면 국민의힘은 긴장해야 한다. 그래야 건전한 상호발전이 가능한데 (민주당 혁신위가) 전혀 긴장감을 주지 못한다. 이재명 대표가 주도한 겉핥기 식 인선이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강성 지지층만 결속하고 정치세력들을 불러 모아서는 내부 자정이 불가능하다. 민주당 혁신위 인사도 같은 맥락에서 기대가 없다”고 덧붙였다.

 

관건은 공천 룰? ‘혁신의 칼’ 어디까지 휘두를까

일각에선 혁신위를 둔 당내 갈등 전선이 향후 더 확대될 수 있단 우려섞인 전망도 나온다. 가장 큰 화두는 내년 총선에 적용할 공천룰(특별당규)이다. 이 위원장이 ‘현역 기득권’ 타파를 주장할 경우 ‘이재명 지도부’와 ‘이래경 혁신위’가 충돌할 가능성도 언급된다.

관련해 서영교 최고위원은 이날 BBS라디오 《전영신의 아침저널》에 출연해 “혁신위는 혁신안을 만들어 내는 것이고, 필요한 집행이 있으면 거기서 할 수 있지만 그 다음 단계의 정치와 총선 단계를 요구한다면 그건 집행하기 어렵다”며 “혁신위의 집행 권한까지는 더 논의해야 할 것 같다. 그리고 집행은 그 다음 기구들이 만들어지면서 진행돼 나가지 않을까 생각한다. (왜냐하면 혁신위가) 집행기구는 아니지 때문”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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