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람 잘 날 없는 조계종…스님 성추문 이어 ‘아이 둘’ 논란까지
  • 이혜영 기자 (zero@sisajournal.com)
  • 승인 2023.06.08 21: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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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법부, ‘출가 후 둘째 자녀’ 의혹 휩싸인 도연스님 조사 착수
연초부터 해인사 주지스님 추문과 폭력 사태 등 잡음 끊이지 않아
대한불교조계종 호법부가 출가 후 자녀를 얻었다는 의혹에 휩싸인 도연스님에 대한 조사를 진행 중이다. ⓒ 도연스님 페이스북
대한불교조계종 호법부가 출가 후 자녀를 얻었다는 의혹에 휩싸인 도연스님에 대한 조사를 진행 중이다. ⓒ 도연스님 페이스북

대한불교조계종이 또 다시 스님의 부적절한 행적 논란에 휩싸였다. 해인사 주지스님의 성추문과 뒤이은 폭력 사태로 몸살을 앓았던 조계종은 최근 카이스트 출신 유명 승려가 전 부인과의 사이에 둘째 아이를 얻었다는 주장이 나오면서 잡음이 이어지고 있다.  

8일 조계종에 따르면, 종단 호법부는 전 부인과 위장 이혼을 한 뒤 둘째 아이까지 얻었다는 의혹이 제기된 도연스님에 대한 조사를 진행 중이다. 호법부는 당사자인 도연스님을 상대로 소명을 듣는 등 사실 관계 전반을 확인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도연스님은 호법부 조사에서 '전 배우자와의 사이에 아이가 1명 있었고 이혼 후 출가했다. 전 부인과 사이에 둘째 아이를 얻은 사실이 없다'는 취지로 해명했다.

조계종은 결혼한 사람이 이혼하고 속세의 인연을 정리하면 출가를 허한다. 따라서 출가 전 결혼 여부와 자녀 유무는 문제가 되지 않는다. 그러나 이번 의혹처럼 조계종 입적을 위해 전 부인과 위장 이혼을 하고 출가 후 아이까지 낳았다면 승적 박탈 처분 대상이 된다. 

종단 측은 도연스님에게 유전자 검사를 통한 입증을 요구했지만, 그는 '전 부인이 응하지 않고 있다'고 답한 것으로 알려진다. 조계종은 도연스님이 DNA 검사 등 의혹을 완전히 소명하지 못할 경우 조사를 통해 파악된 사실을 토대로 징계 추진 여부를 결정할 방침이다. 

논란의 중심에 선 도연스님은 2005년 한국과학기술원(KAIST)에 입학한 뒤 출가했다. 그는 2015년 카이스트 기술경영학과 학사 학위를 받은 뒤 동국대 불교철학 석사와 동대학원 인도철학과 박사 학위를 받았다. 

봉은사 명상 지도자로 활동해 온 도연스님은 단행본 출간과 방송 프로그램 출연, SNS 및 개인 유튜브 채널을 개설하는 등 대중과의 접점을 늘리며 인지도를 높여왔다. 

도연스님이 '두 아이를 둔 아버지'라는 의혹은 그와 계약했던 출판사가 도서를 절판하고 계약을 전면 해지키로 한 사실이 알려지며 본격 수면 위로 떠올랐다. 

관련 의혹을 제기한 제보자 측은 "도연스님이 결혼을 허용하는 작은 불교 종파에 들어가 같은 종파의 여성과 결혼해 첫 아이를 낳았고, 이후 조계종으로 옮기길 원해 위장 이혼을 했다"며 "당시 도연스님의 아내는 '조계종으로 가서 양육비와 생활비를 벌겠다'는 말을 믿고 위장 이혼에 합의했다"고 전했다. 이어 "조계종 입적 후 '카이스트 스님'으로 자리매김한 뒤에도 전 아내와 만남을 지속한 도연스님은 둘째 아이를 임신시켰고 이후 정식 이혼을 강요했다"고 주장했다. 

도연스님은 '조계종 입적 전 결혼 및 첫 아이 출산'까지만 인정한 반면, 의혹을 폭로한 측은 '위장 이혼 후 조계종 입적 및 둘째 아이 출산'으로 배치된 주장을 내놓은 상황이다. 

현재까지 도연스님은 의혹에 대해 공개적인 해명이나 반론을 하지 않고 있다. 침묵으로 일관하던 도연스님은 조계종 조사가 시작되자 전날 페이스북에 글을 올려 "이번 일을 통해 조계종 종단에 부담을 주고 좋지 않은 영향을 준 것에 대한 책임을 느끼며 당분간 자숙하고 수행과 학업에 정진하는 시간을 보내도록 하겠다"며 SNS 활동 중단을 선언했다.

해인사 주지 현응 스님이 2021년 6월10일 경남 합천군 해인사 장경판전 법보전에서 팔만대장경을 공개하며 인터뷰하고 있다. ⓒ 연합뉴스
해인사 주지 현응 스님이 2021년 6월10일 경남 합천군 해인사 장경판전 법보전에서 팔만대장경을 공개하며 인터뷰하고 있다. ⓒ 연합뉴스

연초부터 성추문과 폭력 사태에 휩싸였던 조계종은 도연스님 논란으로 난처한 입장이 됐다. 

지난 2월 조계종은 해인사 주지인 현응스님과 관련한 추문과 각종 의혹이 잇따르자 중앙징계위원회를 열고 주지 직무 정지를 결정했다. 당시 조계종은 현응스님이 '음행'(淫行·음란한 행실)으로 범계(犯戒·계율을 어김) 논란을 일으킨 책임이 있고, 종무원으로서의 본분에 벗어난 행위로 위신을 심각하게 실추시킨 점이 인정된다고 징계 사유를 밝혔다. 

관련 의혹은 '해인사 정상화를 위한 비상대책위원회'가 "현응스님이 비구니 스님과 속복(속세의 옷) 착용으로 여법(如法·법과 이치에 합당함)하지 못한 장소에서 노출되는 등 문제가 확산하자 사직서를 제출하고 나타나지 않고 있다"고 성명을 발표하면서 공론화됐다. 

논란이 불거진 후 해인사 측은 현응스님에 대해 계율을 어긴 승려를 절에서 내쫓는 '산문출송'(山門黜送)을 결정했는데 차기 주지를 결정하는 과정에서 일부 승려와 해인사 관계자 등이 물리적으로 충돌하는 폭력 사태로 비화하기도 했다. 

같은 기간 해인사 중진 승려들이 안거(安居·외출하지 않고 수련하는 기간) 중 사복을 입고 국내 외에서 골프를 쳤다는 의혹까지 터져나오면서 조계종을 둘러싼 잡음이 계속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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