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단연장선 전력관제설비 입찰, 첫 단추부터 잘못 끼워져 
  • 주재홍 인천본부 기자 (jujae84@gmail.com)
  • 승인 2023.06.09 15: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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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조달청 “입찰참가자격 잘못 표시…공고 당일 보충 설명” 
인천도철본부, 납품실적평가 의견 제시 포기…“공고문 때문”

인천도시철도건설본부가 인천지방조달청을 통해 발주한 ‘인천도시철도1호선 검단연장선 전력관제설비 제작구매 설치’ 입찰이 첫 단추부터 잘못 끼워진 것으로 드러났다.

인천도철본부는 인천조달청이 입찰참가자격을 잘못 제시한 사실을 뒤늦게 파악했고, 입찰참가자격을 따지는 납품실적 평가도 제대로 하지 않은 것으로 확인됐다.

이 바람에 최 상위 중앙관제 감시·제어 설비인 전력관제설비를 납품한 경력을 가진 업체를 제치고, 소규모 감시·제어장치로 평가받는 스마트급전제어장치 납품실적을 가진 업체가 1순위를 차지했다.

  

인천조달청, “입찰공고에 입찰참가자격 잘못 제시”

9일 시사저널 취재를 종합하면, 인천도철본부는 1월20일 인천조달청에 ‘인천도시철도1호선 검단연장선 전력관제설비 제작구매 설치’에 대한 물품계약 요청서를 전달했다.

기존 인천도시철도1호선 종합관제실을 개량하고, 모든 구간의 감시·제어를 위해 최상위 중앙관제 감시·제어 설비인 전력관제설비를 구매해 설치하기 위한 것이다.

인천도철본부는 물품계약요청서를 통해 ‘입찰공고일 이전 5년 이내 도시철도분야 전력관제설비(주컴퓨터장치, 통신제어장치, RTU) 모두를 1건의 계약으로 납품한 실적이 있는 업체’로 입찰참여자격을 제한했다. 전력관제설비 3가지 품목에 대해 도시철도분야에 납품한 실적을 인정하겠다는 것이다.

인천지방조달청 ⓒ주재홍 기자
인천지방조달청 ⓒ주재홍 기자

이에 인천조달청은 ‘도시철도 이외의 분야(ex : 철도분야 등)의 ‘RTU(원격단말장치)’ 인정여부를 검토해 달라고 요청했고, 인천도철본부는 ‘도시철도/철도분야 RTU를 모두 인정한다’고 회신했다. 

주컴퓨터장치와 통신제어장치 등 2가지 품목은 도시철도분야 납품실적만 인정하고, RTU 1가지 품목만 도시철도분야와 철도분야 모두의 납품실적을 인정하는 것으로 입찰참가자격이 수정된 것이다.

하지만, 3월2일 공고된 입찰참가자격은 ‘입찰공고일 기준 최근 5년 이내 도시철도/철도분야 전력관제설비(주컴퓨터장치, 통신제어장치, RTU 모두를 1건의 계약)로 납품한 실적이 있는 자’로 제시됐다. 

도시철도분야뿐만 아니라 철도분야에 전력관제설비 3가지 품목을 납품한 실적이 있으면 입찰참가자격이 있다는 것이다. 이는 최 상위 중앙관제 감시·제어 설비인 전력관제설비를 납품한 실적을 가진 업체뿐만 아니라 소규모 감시·제어장치로 평가받는 스마트급전제어장치 납품실적을 가진 업체에게도 입찰참가자격을 준 셈이다.

인천조달청은 이런 오류를 바로잡기 위해 입찰공고 당일 ‘입찰공고 상세조회’를 통해 부연설명을 달아 놓았지만, 혼선을 바로잡지 못했다. 입찰공고 상세조회 내용은 ‘*주컴퓨터장치:서버, 통신제어장치:FEP(Front End Processor), RTU(도시철도/철도분야 원격단말장치(RTU)를 모두 인정한다’고 설명했다. 

이는 인천도철본부 내부에서 오류가 포함된 입찰참가자격을 바로잡지 못했고, 오히려 철도분야에 소규모 감시·제어장치로 평가받는 스마트급전제어장치를 납품했던 업체들에게 도시철도분야 전력관제설비 시장에 진입할 수 있도록 입찰참가자격을 열어준 게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실제로 이번 입찰에서 1순위를 차지한 업체의 대표이사가 1980년 7월부터 2014년 11월까지 34년간 조달청에서 근무했던 것으로 확인됐다.  

인천조달청 관계자는 “입찰공고에 인천도철본부와 협의한 내용과 다르게 입찰참가자격을 제시한 실수가 있었다”며 “수정공고를 통해 즉시 보완했다”고 말했다. 이어 “낙찰자는 납품실적의 적합성과 입찰가격으로 정한다”며 “낙찰업체 대표의 경력이 낙찰에 영향을 줄 수는 없다”고 덧붙였다.

 

인천도철본부, 납품실적 평가에 ‘의견 없음’  

인천도철본부는 투찰이 시작되기 전까지 이런 사실을 새까맣게 모르고 있었던 것으로 확인됐다. 인천도철본부 관계자는 “입찰공고가 나간 지 열흘 후쯤 입찰참가자격이 잘못 제시된 것을 알았다”며 “이미 입찰공고가 나간 상태인데다 특정기업에 특혜를 줬다는 오해를 살 수 있어서 즉각 입찰을 취소하지 못했다”고 해명했다.     
  
이는 철도분야에 주컴퓨터장치와 통신제어장치, RTU를 납품한 실적이 있는 2곳의 기업이 검단연장선 전력관제설비 입찰에 참가하게 되는 계기가 됐다. 소규모 감시·제어장치로 평가받는 스마트급전제어장치 납품실적으로 최 상위 중앙관제 감시·제어 설비인 전력관제설비를 납품할 수 있는 기회가 생긴 것이다.

인천도철본부는 부랴부랴 검단연장선 전기공사 설계사에게 ‘일반철도에 설치된 스마트급전제어장치를 금회 시행하는 검단연장선 전력관제설비의 동등 이상 물품으로 볼 수 있는지 여부’를 검토해 달라고 요청했다. 

인천시 도시철도건설본부 ⓒ주재홍 기자
인천시 도시철도건설본부 ⓒ주재홍 기자

설계사는 스마트급전제어장치를 전력관제설비와 동등 이상의 물품으로 볼 수 없다고 판단했다. 설계사는 “스마트급전제어장치는 일반철도와 고속철도, 광역철도 등 교류계통의 감시·제어만 수행하고, 도시철도에 적용된 직류계통의 감시·제어 기능이 없다”고 설명했다. 이어 “인천도시철도1호선 전력관제센터는 국가철도공단의 구로관제센터와 같은 개념이다”며 “구로관제센터 하위 소규모 급인 스마트급전제어장치는 규모와 성능 면에서 부적합하다고 판단된다”고 덧붙였다. 전력관제설비는 최 상위 중앙관제 감시·제어 설비이고, 스마트급전제어장치는 현장 소규모 감시·제어장치 설비로 평가한 것이다. 

인천도철본부는 3월17일 설계사의 의견을 인용해 ‘스마트급전제어장치 납품실적을 계약목적물과 동등이상 물품으로 볼 수 없다’며 ‘부적합’으로 평가했다.
  
하지만, 인천도철본부는 스마트급전제어장치 납품실적으로 입찰에 참가한 업체들이 잘못 제시된 입찰공고를 내밀면서 반발하자 한 발작 물러섰다. 납품실적 평가에선 ‘납품실적이 계약 목적물과 동등이상 물품에 해당하지 않음’이라고 해놓고 입찰참가자격 적격여부에 대해선 ‘조달청에서 판단할 사항’이라며 ‘의견 없음’이라고 통보했다. 

인천도철본부가 사실상 입찰참가자격 적격여부를 판단해야 할 권리를 포기한 셈이다. 실제로 입찰공고엔 ‘제출서류에 대한 적합여부는 수요기관(인천광역시 도시철도건설본부)에서 평가합니다’라고 명시돼 있다.

결국, 인천도철본부는 3월30일 스마트급전제어장치 납품실적에 대해 ‘의견 없음’이라고 적시했다. 이어 스마트급전제어장치와 전력관제설비 납품실적으로 입찰에 참가한 업체들의 입찰참가자격을 을 모두 ‘적격’으로 판단했다.

이 바람에 스마트급전제어장치 납품실적으로 입찰에 참가한 업체 2곳이 각각 1, 2순위 적격심사 대상에 오르게 됐다. 소규모 감시·제어장치로 평가받는 스마트급전제어장치 납품실적을 가진 업체가 최 상위 중앙관제 감시·제어 설비인 전력관제설비를 납품한 경력을 가진 업체를 제치고 인천도시철도1호선 중앙관제 감시·제어 설비인 전력관제설비를 구축하게 된 것이다. 이는 인천도시철도1호선의 안전을 인천도철본부가 외면했다는 비판이 나오는 대목이다.
    
인천도철본부는 현재 인천조달청에 입찰취소를 요청한 상태다. 이번 입찰에서 1, 2순위를 차지한 업체들의 납품실적이 전력관제설비가 아닌 소규모 감시·제어장치여서 입찰 본래의 목적에 도달할 수 없는 중대한 하자가 발생했다는 게 이유다. 당초 ‘도시철도/철도분야 전력관제설비로 납품한 실적이 있는 자’로 제시된 입찰참가자격을 ‘도시철도 전력관제설비로 납품한 실적이 있는 자’로 변경해야 한다는 것이다.  

인천도철본부 관계자는 “조달청은 입찰공고에 적시된 입찰참가자격을 기준으로 적격여부를 판단하라고 하고, 입찰참가자들은 입찰공고에 적시된 대로 입찰에 참가할 자격이 있다고 주장했다”며 “잘못된 입찰공고 때문에 잘못된 판단을 할 수밖에 없었다”고 해명했다.

한편, 이번 입찰에서 스마트급전제어장치 납품실적으로 1순위를 차지한 기업은 조달청을 상대로 ‘낙찰자 지위 확인 등 가처분 신청’을 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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