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진핑 방한 무산? 용산의 ‘反中 외교’ 손익계산서
  • 변문우 기자 (bmw@sisajournal.com)
  • 승인 2023.06.13 18: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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與 “文정부의 ‘굴종 외교’서 벗어나 우리 힘 보여줘야 中도 인정”
韓·中 정상회담도 장담 못해…野 “신냉전 체제서 韓이 가장 위험”

한·중 관계가 악화일로를 걷고 있다. 싱하이밍 주한 중국대사의 이른바 ‘중국 베팅’ 발언을 두고 양국 정부가 상반된 반응을 내놓으면서다. 이 탓에 정부가 추진하던 하반기 ‘한·중 관계 개선’ 플랜에도 빨간불이 들어왔다.

대통령실의 ‘반중 외교’ 손익을 두고는 정치권 내 의견이 분분하다. 여권에선 신냉전 체제에서 ‘반중 노선’이 불가피하다는 목소리와 대중 관계를 개선해야 한다는 신중론이 상존한다. 야권에선 용산이 ‘실익’ 대신 ‘이데올로기’에 초점을 맞춘 외교 전략을 구사하고 있다며, 국익에 큰 치명타를 입을 수 있단 우려섞인 비판이 나온다.

윤석열 대통령(왼쪽)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 ⓒ연합뉴스
윤석열 대통령(왼쪽)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 ⓒ연합뉴스

싱하이밍 ‘베팅’ 발언 논란에 대통령실도 가세

양국의 이번 갈등은 싱 대사가 지난 8일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와 만난 자리에서 내놓은 입장문에서 비롯됐다. 당시 싱 대사는 “중국의 패배에 베팅하는 이들은 나중에 반드시 후회한다”며 한‧미‧일 공조에 공을 들이고 있는 윤석열 정부의 외교 노선을 정면 비판했다.

해당 발언은 양국의 ‘맞불’ 대사 초치로 이어졌다. 장호진 한국 외교부 1차관은 9일 싱 대사를 불러 “외교사절의 우호 관계 증진 임무를 규정한 ‘비엔나 협약’과 외교 관례에 어긋난다”며 항의했다. 이에 능룽 중국 외교부 부장조리도 10일 정재호 주중대사를 불러, 싱 대사를 두둔하며 “한국 측이 현재 중·한관계의 문제점이 어디에 있는지 돌아보고 진지하게 대하길 바란다”고 경고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를 두고 대통령실도 이례적으로 직접 나서 싱 대사를 겨냥한 논평을 발표했다. 대통령실 핵심 관계자는 12일 브리핑을 통해 “대사라는 자리는 본국과 주재국을 잇는 가교와 같은 역할을 하는 것”이라며 “비엔나 협약 41조에서 외교관은 주재국의 법령을 존중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또 외교관은 주재국 내정에 개입해선 안 될 의무가 있다고 규정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윤 대통령도 격앙된 반응을 보인 것으로 알려졌다. 연합뉴스에 따르면, 윤 대통령은 이날 오전 대통령실에서 열린 비공개 국무회의에서 “싱하이밍 대사의 태도를 보면 외교관으로서 상호 존중이나 우호 증진의 태도가 있는 것인지 (의심스럽다)”며 “싱 대사의 부적절한 처신에 우리 국민이 불쾌해하고 있다”고 비판했다고 한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6월8일 서울 성북구 중국대사관저에서 싱하이밍 주한 중국대사를 만나고 있다. ⓒ 연합뉴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6월8일 서울 성북구 중국대사관저에서 싱하이밍 주한 중국대사를 만나고 있다. ⓒ 연합뉴스

‘反中 외교’ 두고 대립하는 與野…‘제2 한한령’ 가능성도

이처럼 용산의 거칠어지는 ‘반중 외교’ 노선을 두고 정치권에서도 의견이 분분하다. 여권에선 정부와 대통령실의 기조에 화답하는 분위기다. 문재인 정부 때처럼 중국에 저자세로 일관하지 않고, 우리나라의 저력을 보여줘 ‘협상’을 이끌어내야 한다는 이유에서다. 장예찬 국민의힘 청년최고위원은 통화에서 “우리 정부가 한·미 동맹과 나토 참석 등 모습을 보여줘야 중국으로부터 제대로 된 대우와 인정을 받으면서 정상적인 외교를 할 수 있다. 중국도 우리 정부에게 협상을 하자는 자세를 취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김기현 대표도 지난 5월24일 윤석열 정부의 외교·안보 정책 토론회에서 “중국에 가서 ‘혼밥’을 먹었던 사례, 우리나라 기자가 중국으로부터 폭행을 당해도 침묵으로 일관했던 과거 문재인 정권의 굴욕적인 모습을 더 이상 재현해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박수영 여의도연구원장도 “친중·종북 굴욕 외교가 1년 만에 극복돼서 자유민주주의와 시장경제를 중심으로 한 가치동맹으로 다시 대한민국의 위상을 국제사회에서 찾아가고 있는 시점”이라고 주장했다.

신냉전 체제로 접어든 만큼 ‘반중 노선’은 불가피하다는 주장도 나온다. 장 청년최고위원은 “유엔 안보리에서 중국과 러시아가 대한민국의 안보상 위협이 되는 북한 편을 들어주고 있다”며 “가치 동맹의 측면에서 중국, 러시아와 협상·대화는 하되, 그들과 밀착해서 외교를 하기는 불가능한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엄경영 시대정신연구소 소장도 “한‧미‧일이 (동맹을) 강화한 것은 새롭게 재편되는 국제 정세에서 대한민국 역할이 확실히 정해진 측면에서 긍정적”이라고 봤다. 

다만 여권 내부에서 신중한 분위기도 감지된다. 국회 외교통일위원회 소속인 하태경 국민의힘 의원은 통화에서 “하반기에 예정된 G20 정상회의에서 다자 정상회의 형식으로 양국 정상이 만날 가능성이 있다고 봤다”며 “하지만 이번 일 때문에 (정상회동이) 어떻게 될지는 두고 봐야 한다”고 전했다. 이어 “만약 양국 관계가 안 풀리면 미팅도 의미가 없어진다”며 “현 시점에서 대중국 전략과 관련해서 ‘하나의 중국’ 원칙에 대한 입장을 근본적으로 정리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야권에선 정부가 ‘실익 외교’를 버리고 ‘일방 외교’ 노선을 택했다며, 득보다 실이 클 것이란 우려가 나온다. 국회 외교통일위원회 민주당 간사인 이재정 의원은 지난 1일 MBC라디오 《김종배의 시선집중》에 출연해 “스스로 신냉전을 만드는 방식으로 인입해버린 대한민국 정부의 무능함이 너무 참담하다”며 “북·중·러 동맹과 한·미·일 동맹이 기정사실화될 경우에 가장 위험한 것은 대한민국”이라고 직격했다.

일각에선 중국 정부가 ‘제2의 한한령’을 실시할 수 있단 우려도 제기된다. 지난 2016년 중국 정부는 한국 정부의 사드(THAAD·고고도 미사일 방어체계) 배치에 맞서 한국 콘텐츠의 송출을 금지하고 중국에 진출한 기업에 불이익을 주는 ‘한한령’을 전개한 바 있다.

다만 양국 관계가 더욱 얼어붙는다 해도 중국이 ‘한한령’ 규모의 경제 보복까지 나서긴 어려울 것이란 분석도 나온다. 이상만 경남대 극동문제연구소 교수는 이날 YTN 라디오 《뉴스킹 박지훈입니다》에 출연해 “이미 제한적인 한한령이 있었지만 일반적인 그런 커다란 대규모적인 한한령은 할 수가 없을 것이다. 왜냐하면 중국 입장에서 자기네들이 필요한 부분에 대해서는 일단 못 건드릴 것”이라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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