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표 계산으로 기득권 편든 민주당, 타다금지법 결자해지가 혁신의 길”
  • 김종일·박나영 기자 (bohena@sisajournal.com)
  • 승인 2023.06.14 10: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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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여선웅 전 청와대 청년소통정책관(전 직방 부사장)
“민주당의 기득권, 낡은 생각, 성역 깨겠다…그래야 국민 신뢰 회복”
“‘여당다운 야당’의 길 가야…‘섀도캐비닛’ 제시해 예측가능성 높이자”

최근 여의도 정치권의 유행 중 하나가 정치 이력을 자산 삼아 민간 기업, 특히 스타트업으로 자리를 옮기는 것인데 거꾸로 스타트업 현장에서 정치 현장으로 돌아온 인물이 있다. 여선웅 전 청와대 청년소통정책관은 최근 직방 부사장직을 내려놓고 정치권으로 돌아왔다. 도전하고, 바꾸고, 풀어낼 게 있기 때문이다.

여 전 정책관은 차량 호출 서비스 ‘타다’의 운영사와 전직 경영진들이 최근 대법원에서 최종 무죄 판결을 받은 것과 관련해 더불어민주당에서 제일 앞장서서 반성문을 쓰고 있다. 민주당이 반(反)기업 정서에서 벗어나는 길이 혁신의 길이라고 믿기 때문이다. 그는 6월9일 국회 소통관에서 진행한 시사저널과의 인터뷰에서 민주당이 기득권 정치에서 탈피하고 이분법적 사고와 진영 논리, 온정주의와 내로남불에서 벗어나야만 다시금 국민의 신뢰를 회복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여선웅 전 청와대 청년소통정책관이 9일 소통관에서 인터뷰하고 있다. Ⓒ시사저널 이종현
여선웅 전 청와대 청년소통정책관이 6월9일 국회 소통관에서 인터뷰하고 있다. Ⓒ시사저널 이종현

스타트업 현장에서 정치 현장으로 돌아왔다. 이유가 무엇인가.

“저는 원래 정치가 본업이자 소명이라는 생각을 갖고 있는 사람이다. 스타트업 경험을 쌓은 것도 정치를 더 잘하기 위한 선택이었다. ‘왜 대기업이 아니었냐’ 하면 지금의 시대정신이 ‘디지털화’로 표현되는 혁신이라고 봤기 때문이다. 대한민국은 산업화와 민주화의 시대를 거쳐 지금은 4차 산업혁명의 파도 앞에 있다. 그 파도를 직접 느껴보기 위해 혁신의 최전선인 스타트업 현장으로 갔다. 문재인 정부의 부동산 정책은 국민 신뢰를 받지 못했는데, 왜 그랬는지 궁금해서 부동산을 업으로 하는 스타트업(직방)에 갔다. 많은 공부를 했고, 다양한 경험을 쌓았다.”

단도직입적으로 ‘왜 지금 민주당에 여선웅이 필요한가’라고 묻는다면. 

“민주당을 다시금 국민 눈높이에 맞는 정당으로 만들기 위해서다. 지금 민주당의 경제 노선은 국민이 요구하는 것과 거리가 굉장히 멀다. 구체적으로 국민은 기업을 같이 가야 할 대상이자 일자리의 측면으로 보는데, 민주당은 반(反)기업 정서로 반기업적인 정책과 노선을 펼치고 있다. 이를 돌려놓는 게 저의 첫 번째 역할이다. 다음으로 민주당의 낡은 생각과 노선도 바꿔야 한다. 산업적 측면을 넘어 ‘서민과 중산층을 위한 정당’이란 슬로건도 재정립이 필요하다. 마지막으로 지금 분당 이야기까지 나올 만큼 당 혁신이 절실한데, 그 혁신도 국민의 시선에서 이뤄져야 한다. 민주당을 ‘중도개혁 노선’으로의 탈바꿈하는데 제 역할이 있다고 본다.”

정치 현장으로 복귀하면서 페이스북에 ‘기득권 우산 정치, 낡은 생각, 성역에 도전하겠다’고 썼다. 무슨 뜻인가. 

“그동안 민주당은 쉬운 정치를 해왔다. 이익단체라는 기득권과 혁신의 도전자들 사이의 갈등이 있을 때 민주당은 주로 기득권의 편에 섰다. 선거를 앞두고 표 계산을 먼저 했기 때문이다. 이게 제가 생각하는 ‘기득권 우산 정치’의 첫 번째 모습이다. 민주당이 그간 주창해온 세대교체의 모습 또한 비슷하다. 의제 교체와 시대 교체가 필요한 상황인데, 정작 그런 깃발과 콘텐츠 없이 청년 정치인들이 ‘이젠 우리 차례’라는 목소리를 내는 경우가 적지 않았다. 이 역시 기득권의 정치이자 우산 정치의 모습이다.”

‘낡은 생각’과 ‘성역’은 무엇을 의미하나.

“민주당은 1987년 체제 이후 한 번도 세계관을 바꾸지 않았다. 특히 진영 논리가 강했다. 상대 진영은 거대한 악이고, 우리 진영은 조금 잘못했더라도 상대에 비하면 작은 문제인 만큼 무조건 보호하려는 이분법적 사고가 팽배했다. 가장 대표적인 낡은 생각이다. 기업을 바라보는 생각도 낡았다. 지금 산업 현장은 단순히 자본가와 노동자라는 과거의 기준으로만 나눠서 볼 수 없다. 자본은 악, 노동은 선이라는 구도도 통하지 않는다. 제조업 중심의 경제 구조가 빠르게 디지털화 되면서 정치가 경제에 있어 해야 할 역할도 다층적이다. 성역은 이런 낡은 생각을 ‘진영주의’로 보호하려는 것을 의미한다. 진영주의의 세계관에선 세상은 이분법적으로 나뉜다. ‘기업은 갑, 노동자는 을’ 이런 사고로는 복잡다단한 현실의 문제들을 제대로 풀어낼 수 없다. 민주당이 국민에게 질타받는 ‘온정주의’와 ‘내로남불’도 상당 부분 이 문제들에서 기인한다. 우리의 성역을 깨야 한다.”

여선웅 전 문재인 정부 청와대 청년소통정책관(오른쪽)과 국민의힘 장예찬 최고위원(왼쪽)이 12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소통관에서 타다금지법 폐기 촉구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여선웅 전 문재인 정부 청와대 청년소통정책관(오른쪽)과 국민의힘 장예찬 최고위원(왼쪽)이 12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소통관에서 타다금지법 폐기 촉구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서민과 중산층을 위한 정당’의 재정립은 왜 필요하다고 주창하나.

“많은 분들이 이 슬로건을 민주당의 정체성으로 꼽는다. 그런데 지금 이 슬로건이 2023년 우리 국민을 설레게 하고 있을까. 아니라면, 왜 아닐까에 대한 고민이 필요하다는 점을 환기하고 싶다. 김대중 전 대통령이 이를 외쳤을 때의 이념적 좌표는 ‘중도개혁정당’이었다. 우리가 지금 이 정체성을 잃은 채 슬로건만 외치고 있지는 않은지 되돌아봐야 한다. 동시에 바뀐 국민의 눈높이도 맞춰야 한다. 민주당은 20여 년간 세 차례나 집권한 정당이다. 이제 국민은 민주당을 한 번도 집권하지 못한 그런 야당처럼 여기지 않는다. 국민 모두를 바라보고, 집권당처럼 수권 능력을 보여줄 정책과 노선이 필요하다. 이제 우리는 국민 전체를 대변하는 정당으로 가야 한다. 이를 위한 정책과 노선의 재정립, 치열한 토론이 필요하다.”

구체적으로 대안이 있나.

“야당은 무조건 싸워야 한다는 기조에서 벗어나 정책적으로 대안을 제시해 언제든 집권할 수 있는 수권정당처럼 보이는 면모를 갖춰야 한다. 민주당이 집권하면 ‘어떤 사람’들이 ‘어떤 정책’을 ‘어떻게’ 펼칠 것인지를 예측가능하게 보여줄 필요가 있다. 섀도캐비닛(Shadow Cabinet·예비내각)을 보여주면 좋겠다 싶다. 이를 위해선 민주당의 정책위원회 구조를 부처 중심으로 확대 재편하는 게 필요할 수 있다. 가령 우리 당이 집권하면 정책위의 국토부 담당자가 내각에 들어갈 가능성이 큰 셈이다. 국민 입장에서 보면 ‘인물’과 ‘정책’ 모두에서 예측 가능성이 높아진다. ‘여당다운 야당’의 길로 나아가야 한다.” 

타다 이야기를 해보자. 타다에 대한 대법원의 무죄 판결이 있었다. ‘타다의 승소가 민주당의 패소’라고 평가한 이유는.

“‘타다금지법’은 민주당이 세상을 기업과 반기업으로 나누고, 무조건 반기업적 시각으로 접근한 데 원초적인 문제가 있다. 타다금지법 시행 이후 택시 산업이 좋아졌나? 더 어려워졌다. 소비자들은 더 불편해졌다. 대법원이 타다에 최종 무죄 판결을 확정함으로써 타다금지법의 입법 취지도 명분을 잃었다. 지금 민주당이 이에 대해 충분히, 제대로 반성하지 않는 것은 그 입법을 했던 것만큼 문제라고 본다.”

‘지금의 민주당은 타다 반성문을 쓸 수 없다’고도 했다. 어떤 맥락인가.

“타다금지법은 단순히 총선을 앞두고 택시 업계에 손을 내민 것이 아니다. 민주당의 구조적 문제와 맥이 닿아있다고 봐야 한다. 먼저, 민주당은 양대 노총의 의제를 받아 실현하는 구조를 갖고 있다. 택시는 한국노총과 민주노총 모두에서 잘 되는 산업이다. 타다금지법을 폐기하려면 양대 노총과 헤어질 결심을 해야 한다. 아울러 민주당의 을지로위원회에 대한 역할 변화도 요구된다. 당시 타다금지법도 을지로위원회 위원장인 박홍근 의원이 주도했다. 무엇보다 민주당 내 온정주의가 문제다. 민주당엔 우리 편의 잘못을 지적하지 못하는 문화가 있다. 법안 발의를 주도한 박홍근 의원의 진정성을 인정하더라도, 지금의 결과에 책임을 지려면 박 의원이 틀렸다고 해야 한다. 타다금지법 폐기는 박 의원과 척을 질 각오가 필요하다. 누가 과연 할 수 있을까.”

여선웅 전 청와대 청년소통정책관이 9일 소통관에서 인터뷰하고 있다. Ⓒ시사저널 이종현

그럼 민주당은 지금 무엇을 어떻게 해야 할까.

“타다금지법의 가장 큰 문제는 사실 플랫폼 기업이 한국에서 성공하기 힘들다는 신호를 세계적으로 주고, 실제 그런 기회를 놓쳐버린 데 있다. 당시 정부와 국회가 단순히 타다의 사업을 무산시킨 게 아니라 수많은 스타트업들의 꿈을 좌절시킨 것이다. 동시에 민주당은 반기업의 상징처럼 여겨지게 됐다. 민주당 스스로 타다금지법 폐기를 해야 한다. 국민의힘이 주도해서 한다면 더 부끄러운 일이다. 타다금지법을 민주당이 스스로 바꾸는 것이 혁신의 지표가 될 수 있다고 본다. 기업과 시장을 바라보는 시각을 바꾸는 게 지금 민주당에 가장 필요한 혁신이기 때문이다.”

현안도 살펴보자. 이래경 전 혁신위원장이 임명 9시간 만에 물러났다. 어떻게 지켜봤나.

“결과적으로 국민 눈높이를 맞추지 못했다. 언론 등에서는 ‘천안함 자폭설’ 등을 주로 논란으로 다뤘지만, 개인적으로는 ‘코로나 진원지의 방향이 미국을 향하고 있다’는 발언도 문제로 여겨졌다. 무엇보다 세계인의 눈높이에 안 맞기 때문이다. 다른 차원도 짚어보고 싶다. 이 전 위원장은 ‘구국의 심정으로 수락했다’는 표현을 했는데, 이제 정치를, 혁신위원장직을 더 이상 구국의 심정으로 안 했으면 한다. 과거 ‘86세대’ 선배들은 거악으로부터 나라를 구한다는 심정이 필요했을 거다. 지금도 그런가. 혁신과 어울리는 적임자는 구국의 심정 대신 국민의 눈높이를 맞출 사람이라고 본다.”

혁신위는 결국 ‘돈봉투 의혹’과 ‘김남국 사태’로 민주당이 도덕성 등에 타격을 입은 데서 비롯됐다. 

“오랫동안 민주당이 국민에게 더 신뢰받았던 이유에는 도덕성이 있었다. 정책적으로 부족한 부분들을 도덕성으로 채워왔는데, 이번에 여러 의혹을 다루는 과정에서 국민의 눈높이를 전혀 맞추지 못했다. 착각하면 안 된다. 우리의 문제가 질타받는 상황에서 ‘상대는 더 문제가 있을 텐데, 왜 우리한테만 이래’라는 식의 자세로는 아무 것도 해결하지 못한다. 여기에 온정주의와 내로남불 태도가 겹쳐지니까 문제가 일파만파 커졌다.”

마지막으로 내년 총선에서 국회에 입성하게 된다면, 국민 입장에서 무엇이 좋아지고 바뀔 것이라고 기대할 수 있을까.

“두 가지다. 세상을 바꾸고 싶어하는 이들이, 마음껏 바꿀 수 있도록 그 환경을 만들어주는 국회의원이 되려고 한다. 가슴에 품은 정치적 목표다. 아울러 지금은 산업 대전환의 시기다. 그 파도에 올라탈 수 있는 법과 제도를 만드는 정치를 하겠다. 혁신의 영역에서 선진국의 ‘사다리 걷어차기’에 우리의 기술을 보호하면서, 동시에 뒤처지지 않게 유연하고 능동적인 법과 제도를 만드는 데 앞장서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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