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차 수소차의 ‘나 홀로 독주’ 선제적 타격인가, 위험한 질주인가
  • 박치현 영남본부 기자 (sisa518@sisajournal.com)
  • 승인 2023.06.25 13:05
  • 호수 17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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넥쏘 내세운 현대차, 전 세계 수소차 시장 51.2% 점유
글로벌 업체들, 경제적 효과 고려해 수소차 개발에 소극적 입장

올해 5번째 생일을 맞은 현대차의 수소연료전지차(FCEV·이하 수소차) ‘넥쏘(Nexo·2018년 3월 출시)’가 나 홀로 독주하고 있다. 전 세계를 누비는 수소차 2대 중 한 대는 넥쏘일 정도다. 2020년에 이미 글로벌 누적 판매량 1만 대를 기록했고, 5년 만에 국내 누적 판매량 3만 대를 돌파했다. 현대차의 질주는 거침이 없다. 하지만 선진국 글로벌 완성차 업체들은 관망세다. 기술 개발의 한계 때문이다. 전문가들의 전망은 엇갈린다. ‘경쟁력 우위 선점’이란 시각과 ‘성급한 질주’라는 우려가 공존하고 있다. 시험대에 오른 현대차의 미래가 주목되고 있다.  

수소차에는 수소연료전지 배터리가 탑재돼 있다. 수소차 탱크에 실려있는 수소를 공기 중 산소와 반응시켜 전기에너지로 구동하는 방식이다. 수소는 연소할 때 이산화탄소는 나오지 않고 물만 배출한다. 그래서 수소차는 전기자동차(이하 전기차)와 함께 친환경 모빌리티로 주목받고 있지만, 좀처럼 뜨지 못하고 있다. 

SNE리서치가 분석한 올 1분기 국가별 수소차 판매량을 보면, 한국이 넥쏘의 내수 판매에 힘입어 전년 동기(1442대) 대비 32.7% 늘어난 1914대의 판매량을 기록했다. 시장 점유율은 51.2%로 단연 선두다. 중국은 최근 수소 상용차 판매가 회복세를 보이면서 793대를 팔아 전년 동기(379대) 대비 109.2% 증가했다. 반면 미국 731대(-29.2%), 유럽 177대(-18.1%), 일본 113대(-75.9%)로 모두 역성장을 기록했다. 세계 수소차 시장에선 당분간 현대차의 독주체제가 유지될 전망이다.

ⓒ현대자동차
전북 완주의 상용차 수소충전소에서 차량에 수소를 충전하는 모습 ⓒ현대자동차

넥쏘에 이상기류 감지, 딜레마 빠진 현대차

잘나가던 현대차의 수소차 넥쏘에 이상기류가 감지되고 있다. 지난해 9~11월 사이 매월 1000대 이상 팔렸으나, 12월 446대로 떨어진 이후 올 1월 307대, 2월 884대, 3월 694대, 4월 327대 등에 그쳤다. 1~4월 누계판매는 2212대로, 지난해 같은 기간 2708대보다 18.3% 줄었다. 특히 4월 판매는 전년 1294대보다 74.7% 줄어들었다. 수출도 제동이 걸렸다. 2019년 793대, 2020년 995대, 2021년 1118대로 증가하다가, 2022년 363대로 급감했다. 전문가들은 “넥쏘가 출시된 지 6년 동안 페이스리프트(부분 변경) 모델조차 선보이지 못한 데다, 수소충전가격 상승의 악재까지 작용한 결과”라고 지적했다. 

현대차는 딜레마에 빠졌다. 투자를 더 늘릴 수도, 포기할 수도 없어 진퇴양난이다. 차세대 수소차를 개발하려면 막대한 자금이 필요하고, 무엇보다 ‘꿈의 연료’인 수소 경제가 열리기까지는 넘어야 할 산이 많다는 현실을 실감했기 때문이다. 

현재 글로벌 에너지 수요 중 수소 비중은 3%에 불과하다. 국내에서도 수소를 만들고 있지만 생산기술이 걸림돌이다. 석유화학 제품 부산물에서 수소를 뽑아내고 있지만 양이 충분치 않고 유해물질이 많이 나오는 문제를 해결하지 못한 상태다. 세계 수소 생산의 94%는 천연가스에 고온·고압 수증기를 반응시켜 추출하는 그레이(Gley)수소다. 저렴하게 대량 생산할 수 있지만, 수소 1kg당 이산화탄소가 11kg이나 배출된다. 이산화탄소를 포집·저장(CCS)하면 청색수소(Blue)를 얻을 수 있지만 비용이 너무 비싸 생산단가가 높다. 친환경 수소는 태양광·풍력에서 얻은 전력으로 물을 전기분해해 만드는 그린(Green)수소다. 하지만 현재 기술로는 수소에서 얻는 에너지보다 전력 소비량이 더 커 비효율적이다. 이러한 경제적·기술적 문제 때문에 그레이수소를 수소차에 넣고 있다. 전문가들이 수소차를 ‘무공해’ 차가 아닌 ‘저공해’ 차로 부르는 이유다.  

ⓒ현대자동차
현대자동차 울산공장의 넥쏘 생산라인 ⓒ현대자동차

“수소차 못 만드는 게 아니라 안 만들어”

김필수 대림대 자동차학과 교수는 “글로벌 완성차들이 수소차를 못 만드는 게 아니라 안 만들고 있다”고 지적했다. 실제로 초기에 수소차 기술을 이끌던 메르세데스-벤츠는 수소 SUV인 GLC-F 모델 생산을 2020년 중단했다. 폭스바겐그룹도 2020년 수소 승용차 개발 포기를 발표했다. 일본 혼다는 수소차 클래리티를 2021년 단종했다. BMW는 지난해 12월 ‘iX5 하이드로젠’을 개발했지만 올해 100여 대만 만들어 테스트를 이어갈 계획이다. 도요타는 지난 5월 액체수소 엔진 차량을 처음 선보인 후 엔진 테스트 중 화재가 난 바 있어 성공 여부는 지켜봐야 할 상황이다. 

선두에서 치고 나가던 현대차도 속도 조절에 들어갔다. 지난해 말 수소차 개발 조직을 일부 축소했다. 넥쏘 후속 모델을 출시하지 못하는 건 수소연료전지 업그레이드가 쉽지 않아서다. 제네시스 수소차 출시(2025년)도 연기했다. 3세대 수소연료전지 개발도 일시 중단했다. 내부 분석 결과 차세대 수소차 핵심 기술력과 시장성이 부족하다는 평가가 내려졌기 때문이다. 

전기차 대세론에 밀려 수소차는 존재감을 잃어가고 있지만 장점도 많다. 전기차는 외부 전기 공급으로 리튬이온이 화학반응을 일으키기 때문에 충전에 30분~1시간까지 걸린다. 반면 수소차는 이러한 화학반응 없이 압축된 수소를 연료탱크에 채우기만 하면 되기 때문에 5분 정도면 완충할 수 있다. 주행거리도 전기차는 1회 충전으로 300~400km를 이동할 수 있지만 수소차는 6kg의 수소를 탑재하면 600km를 달릴 수 있다. 수소차는 가솔린이나 LPG 차량보다 안전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폭발 우려도 거의 없다. 수소연료전지는 수소와 산소를 전해질과 촉매 아래에서 느리게 반응시켜 전기를 얻는 장치로, 수소폭탄에 들어가는 중수소나 삼중수소와 다르기 때문이다. 

물론 단점도 많다. 전기차 배터리는 30만km 이상 운행이 가능하지만 수소차 연료전지 수명은 15만~20만km 정도에 불과하다. 에너지 효율도 전기차의 1/2∼1/3 수준이다. 그래서 일론 머스크는 수소차 연료전지(fuel cell)를 ‘바보 전지(fool cell)’라고 불렀다. 특히 수소 충전소에 대한 심리적 거부감 때문에 충전소를 함부로 짓기도 힘들다. 국내 전기차 충전기는 20만 기를 넘지만, 수소차 충전기는 200기도 안 된다. 당장 수소차를 사도 충전소가 없다는 현실적인 문제가 대중화의 최대 걸림돌이다. 

현대 수소차의 90%는 국내에서 팔렸다. 정부와 지자체가 막대한 보조금을 지원한 덕분이다. 넥쏘의 판매가격은 6765만원(모던 트림 기준)에 달하지만, 보조금 3000만원을 받으면 3000만원대에 살 수 있다. 소비자들은 보조금이 줄어들거나 없어지면 불편한 수소차를 굳이 사지 않겠다는 입장이다. 언제든 수소차 판매량이 급감할 수 있다는 의미다. 

결론적으로 전기차는 잘나가는 반면 수소차는 역주행하는 모양새다. 물을 활용한 ‘수전해’ 방식의 친환경 그린수소는 경제적인 대량 공급이 아직은 요원하다. 수소의 생산, 이동과 저장 등 해결해야 할 과제도 산적해 있다. 핵심은 수소 생태계 조성이지만 여전히 기술적인 난제는 물론 시장성이 떨어지는 문제점도 큰 상황이다. 

글로벌 완성차들이 테스트베드를 진행하며 수소차 개발을 관망하는 동안 현대차는 엄청난 돈을 쏟아붓고 수소차 시장의 왕좌에 등극해 ‘나 홀로 독주’를 이어가고 있다. 불확실하지만 미래를 위한 ‘선제적 타격’이 될지 ‘위험한 질주’가 될지 현대차를 바라보는 글로벌 경쟁업체들의 계산도 복잡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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