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 옷 입은 한화오션, 조선(造船)의 도시 거제가 다시 들썩인다
  • 김동현 영남본부 기자 (sisa522@sisajournal.com)
  • 승인 2023.06.18 15:05
  • 호수 17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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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우조선 인수한 한화 “계열사간 시너지 강화”
거제시 “행정적 지원으로 지역산업 미래 경쟁력 확보”

45년 전 경남 거제 옥포에서 첫 기치를 올린 대우조선이 5월23일 한화오션으로 옷을 갈아입었다. 지난 세월을 돌아볼 시간도 없이 사명(社名)을 변경한 지 한 달여 만에 치열한 수주전에 뛰어드는 모양새다. 그동안 쌓아온 기술력을 바탕으로 특수선 분야에서 우위를 점해 정통 수상함 명가의 재건을 알리는 것이 목표다. 하지만 업계에서는 국내외의 치열한 도전을 뿌리치기 위해 공격적 투자 등 그룹 차원의 적극적인 지원이 필수라는 목소리가 높다.

인근 통영 지역 조선업 관계자는 “LNG선·잠수함 등 단위 함정으로 승부를 겨뤘던 대우조선이 한화그룹의 전폭적인 지원을 업는다면 선박의 종류를 가리지 않고 전략적이며 종합적 접근이 가능해져, 과거의 영광을 넘어 세계 1위 조선소의 위상 회복도 불가능한 목표는 아닐 것”이라고 내다봤다. 

대우조선의 역사는 1978년 대우그룹이 대한조선공사 옥포조선소를 인수하면서 시작됐다. 이후 국내 최초 화학제품 운반선과 대한민국 첫 전투함인 이천함을 건조했다. 1993년에는 세계 선박 수주 1위를 달성하며 명실상부한 글로벌 조선사로서의 위상을 드높였다. 그러나 1998년 발생한 IMF 여파를 피할 수 없었던 모기업 대우그룹은 2000년 해체됐다. 

대우조선은 독립기업으로 거듭난 후 2008년 글로벌 경제위기 상황을 맞았다. 그럼에도 이듬해 총 29척의 선박 등을 수주하며 위상을 지켰으나, 2015년부터 적자가 시작되면서 경영이 악화되고 공적자금이 투입되던 대우조선의 민영화는 무산됐다.

올해 한화그룹으로 새 출발을 하면서 신용등급 상승 등 경영 정상화 기대를 받고 있는 한화오션은 다가올 울산급 Batch-III 호위함 5·6번함 수주전에서 신고식을 치를 전망이다. 방위사업청은 6월29일 입찰 등록, 30일 제안서 접수를 마감한다. 이후 제안업체 실사와 제안서 평가를 실시한 후 이르면 7월 우선협상대상자 선정과 협상을 거쳐 업체를 선정할 계획이다. 

한화오션 옥포조선소 전경 ⓒ한화오션 제공
한화오션 옥포조선소 전경 ⓒ한화오션 제공

HD현대 옆 부스에서 기술력 과시하며 경쟁

한화오션과 HD현대중공업은 6월7일부터 9일까지 부산 벡스코에서 열린 제13회 국제해양방위산업전(MADEX 2023)에 나란히 부스를 마련하고 각자 기술력을 과시했다. 우선 한화오션은 출범 이후 처음으로 참여하는 이번 전시회에 울산급 Batch-III 호위함과 한국형 구축함 KDDX 등 총 4종의 수상함 모형을 전시했다. 수출형 잠수함 2종과 무인잠수정 등도 함께 선보였는데, 한화오션은 “한화그룹은 조선과 연관성이 높은 방산 분야 전문기업”이라고 강조했다.

한화오션은 2018년 울산급 호위함 2차 사업의 선도함을 개발·건조한 데 이어 3척을 추가로 수주해 건조까지 마쳤다. 이 기세를 이어 울산급 Batch-III 호위함 5·6번함 수주에도 총력을 기울인다는 방침이다. 이처럼 한화오션은 정통 수상함 명가의 위상을 보여주기 위한 행보에 나서고 있는 가운데, 김동관 한화그룹 부회장도 6월7일 벡스코를 방문해 “대한민국 대표 방산기업답게 세계시장에서 더 확고한 경쟁력을 갖춰나가자”며 한화오션에 힘을 보탰다.

한화오션 관계자는 “계열사간 시너지 강화로 수상함 분야에서 새로운 도약을 준비하고 있다“며 “해외에서도 한화오션의 군함은 그 가치를 인정받고 있고, 특히 세계 최초로 해군 강국인 영국에 수출한 군수지원함을 건조하면서 발주처가 요구한 납기와 가격 성능 등 까다로운 요구조건들을 모두 성공적으로 충족해 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우리는 KDDX 개발사업에서 개념설계를 진행했고, 내년에 예정된 상세설계와 함건조 사업 수주를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고 했다.

경쟁업체인 HD현대중공업의 선박 수주 의지도 만만치 않다. 한화오션 바로 옆 부스에 자리를 마련한 HD현대중공업도 한국형 구축함과 연구개발 중인 차세대 함정 모형을 선보였다. 무인전력지휘통제함과 기존 모델에서 업그레이드된 한국형 항공모함 등을 공개한 것이다. 공개된 KDDX 모형은 통합마스트와 국내 개발 중인 전투체계를 적용해 체계통합을 최적화한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기술 발달에 따른 미래무기체계 추가 탑재와 추후 플랫폼 성능 개량이 용이한 ‘미래 확장형 플랫폼’으로 만들어진 것이 가장 큰 특징이라고 한다. HD현대중공업은 무인전력지휘통제함의 콘셉트를 선제적으로 제안해 해군이 추진하고 있는 유·무인복합체계 구축사업의 방향을 설정하는 데 큰 역할을 할 것이라고 자신했다.

HD현대중공업은 국내외 방산기업들과의 파트너십도 강화해 나갈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HD현대중공업 관계자는 “우수한 기술력으로 해군이 추진하고 있는 유·무인 복합체계 구축과 방산 해외수출에 선도적 역할을 해나가겠다”고 밝혔다. 이처럼 해양 방산 패권을 두고 치열한 경쟁이 이뤄지고 있는 가운데 새롭게 출범한 한화오션의 비상이 그간 침체된 거제 지역경제를 견인할 것이란 기대감이 커지고 있다.

시민들은 활기 넘치던 회색 작업복 행렬을 다시 기대하고 있고, 노동조합은 노사 상생 한마당 등을 통해 한화오션 새 출발을 환영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박종우 거제시장도 모든 행정적 지원을 약속하며 한화오션의 성공적 진수를 기대했다.

 

박종우 거제시장 “지역경제에 새로운 활력 기대…인력난 해소 위해 적극 지원”

ⓒ거제시 제공
ⓒ거제시 제공

대우조선이 한화오션으로 새 출발을 했다. 소감이 있다면.

“대우조선 정상화를 향한 시민들의 간절한 바람이 눈앞의 현실로 다가왔다. 거제를 둘러싼 주위 여건들이 긍정적인 움직임을 보이고 있는 가운데, 이번 기업결합이 거제의 새로운 역사를 여는 중요한 계기가 될 것으로 본다. 지역사회에서도 한화그룹-대우조선해양 기업결합 과정에 깊은 관심을 갖고 적극적으로 목소리를 내왔다. 한화오션이 시민들의 열망에 부응해 하루빨리 경영 정상화 궤도에 올라 지역경제에 활력을 불어넣어 주기를 기대한다.”

한화오션에 바라는 점은.

“대우조선은 지역에 뿌리내린 기업으로서 지난 50여 년간 거제와 역사를 함께해왔다. 같은 공간에서 성장하며 어려운 시간을 함께 이겨냈다. 지역사회와 기업의 발전은 그 궤를 같이하기 때문에 시간을 갖고 지역사회와 많은 소통을 해주길 바란다.”

지역 발전을 위해 협력이 중요해 보이는데 거제시의 역할은.

“조선업 재도약의 최대 걸림돌로 꼽히는 인력난 해소를 위해 적극 지원하고 있다. 원활한 노동력 수급 정책의 하나로 외국인 노동자 지원 조례, 외국인노동자지원센터 설치 등을 검토하고 있다. 조선업 도약센터를 개소하는 등 신규 인력 유입·양성에도 힘쓰고 있다. 조선업내일채움공제, 조선업 취업정착금, 조선업 훈련생 훈련수당 지원 등 다양한 사업을 추진할 계획이다. 경남도·중소조선연구원과 함께 산업부 산업혁신기반 구축사업 공모에 참여해 ‘중소형 조선소 생산기술 혁신센터(DX)’를 구축할 예정이다. 이 사업과 연계해 많은 사업도 준비 중이다. 조선 산업의 도약을 위해 다방면에 걸친 행정적 지원으로 지역산업의 미래 경쟁력 확보에 최선을 다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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