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근 30분 전 “사장님 저 오늘 연차 쓸게요”
  • 송태진 노무사무소 이랑 대표노무사 (sisa@sisajournal.com)
  • 승인 2023.06.25 14:05
  • 호수 17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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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차휴가는 근로자 권리, 간섭할 수 없어” vs “그건 권리 남용, 동료 배려해 사용해야”

“나 때는 연차를 이렇게 막 쓰지는 않았는데…”. 서태지와 아이들에게 적지 않은 영향을 받고 사회에 진출했던 X세대에게 직접 들은 이야기다. 그들도 처음 회사에 입사했을 때는 독특하고 개성 있는 행동으로 기성세대의 눈총을 받았겠지만 이제는 그들이 기성세대가 돼 MZ세대를 곱지 않은 시선으로 바라보고 있다. 이래서 역사는 반복된다는 말이 있나 보다.

반복되는 역사 속에서 최근 들어 자주 등장하는 이야기가 MZ세대들의 연차 사용 방법이다. MZ세대들은 동료들을 배려하지 않고 이른바 ‘기습 연차’를 사용한다는 것이다. 전날 갑자기 연차를 신청한다거나 출근시간에 숙취 때문에 갑자기 연차를 쓰겠다고 일방적으로 통보한다.

세대를 막론하고 이런 식의 연차휴가 사용은 지양해야 한다. 함께 일하는 상사나 동료, 고객들에게 피해를 줄 수 있기 때문이다. 아울러 일방적인 연차 사용은 근로자에게 문제가 될 수 있다. 회사에서는 이렇게 연차휴가를 사용하는 근로자를 징계할 수도 있고, 이참에 본보기로 직원들 기강도 한번 잡을 수 있을 것이다.

당일 연차휴가 사용, 문제 될 수도 

근로의 대가로 받은 임금은 근로자가 자기 마음대로 쓸 수 있다. 그럼 연차휴가도 근로의 대가로 받은 것이니 아무런 제한 없이 사용할 수 있을까. 자유로운 연차 사용이 강조되는 시기라곤 하지만 아무런 제한이 없다고 보긴 어렵다. 연차휴가를 사용하기 위해서는 ①사전에 신청이 있어야 하고, ②휴가의 종류 및 기간이 특정돼 있어야 한다. 이를 연차휴가의 시기지정권 행사 방법이라고 하는데 아래에서 구체적으로 살펴보자.

■방법①: 사전 신청  어느 직원이 아무 말 없이 출근하지 않았다가 다음 날 출근해서는 “저 어제 연차 쓴 거예요”라고 한다면 어떨까. 이 같은 연차휴가 사용은 상식적으로도 법적으로도 허용되지 않는다. 연차휴가는 “사전에” 그 사용 여부가 확정돼야 한다. 물론, 회사가 배려해 그날을 연차휴가를 사용한 것으로 처리할 수는 있겠으나 무단결근 처리하더라도 법적으로 아무런 문제가 없다.

■방법②: 종류 및 기간 특정  회사에 출근하지 않는 사유는 다양하다. 연차휴가 외에도 질병휴가(병가), 여름휴가, 휴일, 보상휴가, 휴업, 휴직 등이 바로 그것이다. 따라서 연차휴가를 사용하고자 한다면 언제부터 언제까지 연차휴가를 사용하겠다는 의사를 명확하게 표시해야 한다. 연차휴가는 다른 휴가와 달리 법적으로 반드시 유급으로 처리하도록 하는 휴가이므로 종류와 사용기간이 특정돼야 한다.

근로자가 이 조건을 모두 충족해 연차휴가를 신청하면 회사에서는 반드시 승인해야 할까. 원칙적으로는 그렇다. 근로자가 지정한 시기에 연차휴가를 사용하도록 하는 것이 사업 운영에 막대한 지장을 초래하는 경우 그 시기를 변경할 수 있을 뿐이다. 주의해야 할 것이 2가지 있는데, 첫째는 사용자에게 연차휴가 거부권이 아니라 시기변경권이 있다는 것이고, 다른 하나는 사업 운영에 막대한 지장이 있는지 여부는 신중하게 판단해야 한다는 것이다.

■주의사항①: 거부권 X, 변경권 O  근로기준법 어디에도 연차휴가 신청에 대한 사용자의 거부권을 규정하고 있지 않다. 따라서 근로자가 적법하게 연차휴가 시기를 지정한 경우, 그러한 휴가 사용이 사업 운영에 막대한 지장을 초래하지 않는 이상 사용자는 근로자가 연차휴가를 사용할 수 있게끔 해야 한다. 혼동하면 안 되는 것이 위에 설명한 시기지정권의 행사 방법을 준수하지 않은 경우 근로자가 출근하지 않은 기간을 무단결근으로 처리해도 무방하다.

■주의사항②: ‘사업 운영에 막대한 지장’의 판단 방법  

그럼 언제 시기변경권을 행사할 수 있을까. 사업 운영에 막대한 지장을 초래하는지 여부에 대해 법원(서울고등법원 2019. 4. 4. 선고 2018누57171 판결, 대법원 확정)은 “그 사업장의 업무 능률이나 성과가 평상시보다 현저하게 저하돼 상당한 영업상의 불이익을 가져올 것이 염려되거나 그러한 개연성이 엿보이는 사정이 있는 경우에 한해 그 연차휴가의 시기를 변경할 수 있다. 단순히 참가인이 연차휴가를 사용함으로써 근로 인력이 감소돼 남은 근로자들의 업무량이 상대적으로 많아진다는 일반적 가능성만으로 시기변경권이 인정되지 않는다”고 판단한 사례가 있다. 따라서 단순히 근로자가 연차휴가를 신청한 날에 일이 좀 많을 것 같다는 등의 사정만으로는 사업 운영에 막대한 지장이 있다고 보기 어렵다는 것이다.

■시기지정 방법: 사전 신청, 제한할 방법이 없나  

앞서 설명한 연차휴가의 시기지정권 행사 방법 중 ‘사전 신청’과 관련해 실무적으로 많은 분쟁이 발생하고 있다. 어디까지를 사전이라고 봐야 하는지가 바로 그 문제의 원인이다. 연차휴가를 사용하기 위해서는 사전에 그 사용 신청을 해야 한다는 것은 법 해석에 의해 당연히 도출되는 조건이다. 하지만 구체적으로 어디까지를 사전 신청으로 인정할 것인지에 대해서는 근로기준법에 자세히 규정돼 있지 않다. 따라서 ‘사전’의 구체적인 범위는 취업규칙이나 근로계약 등에서 어떻게 정하고 있느냐에 따라 달라진다. 즉, 회사에서 취업규칙 등에 연차 신청은 사용일로부터 2일 전에 해야 한다고 규정하는 등 그 구체적인 절차를 정하고 있다면, 그 규정에 의해 ‘사전’의 범위가 특정되는 것이다. 관련 사례를 몇 가지 살펴보자.

판례(서울고등법원 2014. 2. 7. 선고 2012나92571 판결, 대법원 확정)는 직전 영업일에 연차휴가를 신청하는 것이 올바른 연차휴가청구권의 행사라고 보기 어렵지만 근로자의 정당한 권리행사에 대해 근무태도가 불량하다는 이유로 비난할 수 없는 만큼 연차휴가 사용은 정당하다고 판시한 바 있다. 법원이 이와 같은 판단을 한 이유는 회사 취업규칙 등에 연차휴가 신청 절차가 촘촘하게 규정돼 있지 않았기 때문으로 보인다. 회사에서 별도로 연차휴가 신청 절차를 정해 두지 않았다면 시간적으로는 휴가 사용 시점 이전에만 신청하면 되기 때문이다.

다른 판례(서울행정법원 2014. 3. 20. 선고 2013구합55406 판결, 대법원 확정)에서는 “취업규칙 제50조에는 ‘연차유급휴가를 얻고자 하는 자는 소속장에게 청하여 허가를 얻어야 한다’고 규정돼 있는바, 참가인 B가 위 각 휴무신청에 관해 소속장의 허가를 얻지 못한 이상 위 각 결근이 무단결근이 된다”고 판시한 바 있다. 이는 회사에 연차휴가 시기지정권의 행사 방법을 규정해 두었으나 이를 어겼으므로 징계사유에 해당한다고 판단한 것이다. 해당 사례에서는 다른 사유도 있긴 했으나 근로자 해고가 정당하다고 판단했던 사례이기도 하다.

 

“연차휴가 사용 방법 명확히 규정해야”

그런데 회사 내에 연차휴가 시기지정권의 행사 방법을 규정해 두었음에도 이를 위반한 연차신청에 대해서 정당하다고 본 사례도 있다. 해당 사례에서 법원(서울행정법원 2008. 10. 2. 선고 2008구합11556 판결, 대법원 확정)은 “사용시기를 지정해 연차유급휴가 사용일의 당일 및 하루 전에 연차휴가신청서를 제출했음에도 원고가 적법한 시기변경권을 행사했다고 볼 만한 자료가 없는 점, 원고의 연차유급휴가 사용 절차 규정이 소속 근로자의 연차유급휴가로 발생하는 업무 공백 등 사업 운영의 장애를 미연에 방지하기 위한 것일 뿐 강행규정인 근로기준법을 위반할 수는 없는 점 등에 비추어 보면, 원고가 적법한 시기변경권을 행사하지 않은 이상 참가인의 연차휴가 사용은 적법하므로, 이는 참가인에 대한 정당한 징계사유가 될 수 없다”고 판단했다. 이는 기존에는 휴가 신청 절차 여부를 크게 문제 삼지 않다가 갑자기 징계까지 이뤄졌던 점이 크게 작용한 것으로 보이는 사례다.

앞서 살펴본 것처럼 회사에서 취업규칙 등에 연차사용 신청 절차에 대해 구체적으로 정해 두지 않는 이상 당일에 사용하겠다고 하는 이른바 기습연차를 제한할 수 있는 방법이 없다. 결국 회사는 이러한 분쟁을 미연에 방지하기 위해선 연차휴가 신청 절차를 촘촘하게 규정하고 이를 실질적으로도 잘 관리하는 것이 중요하다. 여기서 더 나아가 상호 배려하는 조직문화 관리도 이뤄진다면 더욱 좋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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