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스피 3000’ 꽃길 2년 만에 다시 열리나
  • 송준영 시사저널e. 기자 (song@sisajournal-e.com)
  • 승인 2023.06.20 11:05
  • 호수 17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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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적 장세 돌입으로 하반기 국내 증시 강세 예상 나와
경기 침체 우려로 상방 닫혀있다는 의견도

올 하반기 국내 증시 강세론을 두고 증권가에서는 ‘긍정론’과 ‘부정론’이 첨예하게 맞붙고 있다. 본격적인 실적 장세에 힘입어 코스피가 2년 만에 3000선을 돌파할 것이라는 전망이 있는 반면, 경기 침체 가능성 탓에 ‘박스권’에서 움직일 것이라는 의견도 나온다.

DB금융투자는 국내 증권사 중에서 가장 긍정적인 하반기 증시 전망을 내놨다. DB금융투자는 최근 ‘2023년 하반기 주식시장 전망-오르다 3000’을 통해 코스피가 하반기 3000선에 도달할 것으로 예상했다. 코스피의 3000선 돌파 의견은 하반기 전망 보고서를 낸 증권사 중에서 유일했다. 코스피가 최근 2600선을 넘어섰다는 점을 감안하면 15%가량의 상승 여력이 남았다고 본 것이다.

ⓒ연합뉴스
하반기 국내 증시 강세론을 두고 증권가에서는 긍정론과 부정론이 첨예하게 엇갈리고 있다. 사진은 코스피가 3000선을 돌파한 2021년 10월15일 서울 중구 하나은행 본점 딜링룸 모습 ⓒ연합뉴스

“코스피 3000 돌파” vs “박스권 등락”

DB금융투자는 올 하반기 장·단기 금리차 확대에 따른 금융 장세와 펀더멘털(기초체력) 개선에 따른 실적 장세가 함께 나올 것으로 예상했다. 우선 금융 장세와 관련해선 인플레이션 우려가 해소되는 시점이라는 점을 주목했다. 역사적으로 ‘비용 인상(Cost Push) 인플레이션’의 마찰 해소는 기준금리 인하 가능성으로 이어졌고, 주식시장은 이 같은 요인들을 반영해 상승해 왔다는 의견이다. 펀더멘털 개선과 관련해서는 올 하반기 ‘물가상승률 하락→화폐당 구매력 제고→소비 증가→펀더멘털 개선’이 진행될 수 있다고 봤다. 결과적으로 경기 모멘텀과 기업 실적 컨센서스(평균 전망치)의 개선으로 이어져 올해 하반기 증시에서 실적 장세가 나타날 수 있다는 관측이다.

KB증권도 올 하반기 증시를 긍정적으로 보고 있다. KB증권은 올 하반기 코스피 예상 상단을 2920으로 제시했다. KB증권 역시 실적 장세로 옮아갈 수 있다는 점을 주요 근거로 삼았다. 서비스 중심의 미국 경제가 둔화하더라도 제조업의 반등으로 글로벌 경기는 상반기보다 하반기가 좋을 것이라는 예상이다. 이에 KB증권은 제조업 비중이 높은 한국의 실적 회복 가능성은 크다고 평가했다.

하반기 코스피 전망치를 상향한 사례도 나왔다. 삼성증권은 6월5일 보고서를 통해 하반기 코스피 예상 밴드를 2200~2600에서 2350~2750으로 상향 조정했다. 앞서 제시한 코스피 예상 밴드 상단은 증권사 중에서 가장 낮은 수준이었다. 삼성증권은 시장과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 사이의 장래 정책금리 경로를 둘러싼 극단적 괴리가 빠르게 축소됐다며 코스피 상단을 높였다. 이 밖에도 메리츠증권은 시장금리 하락에 따른 기업의 자본조달 비용 정상화를 근거로 코스피 밴드를 2500~2900으로 설정했다. 한국투자증권은 통화정책과 기업 실적 변화에 따라 횡보와 상승을 반복하는 계단식 오름세를 예상한다며 2400~2800을 제시했다.

그에 반해 올 하반기 증시를 보수적으로 바라보는 시각도 존재한다. SK증권은 이달 초 ‘2% 아쉬울 때’라는 보고서를 통해 하반기 코스피 예상 밴드를 2300~2650으로 제시했다. SK증권은 연준의 긴축 영향 누적으로 인해 미국 경기가 연말이 될수록 약해질 가능성이 크고, 국내 수출기업들의 펀더멘털이 대대적으로 좋아지기도 쉽지 않을 것이라는 점을 근거로 들었다.

하이투자증권도 코스피의 우상향보다는 2350~2750선 사이의 박스권 움직임을 예상했다. 하이투자증권은 아직 글로벌 금융시장이 ‘코로나19 버블(거품)’의 후유증 구간에 놓여 있다고 평가했다. 이에 미국 연준이 금리 인하에 나서 새로운 버블을 만들지 않는 이상 하반기 증시는 추가 상승보다는 기간 조정 가능성이 크다는 분석이다. 이웅찬 하이투자증권 연구원은 “달러 강세와 금리 상승 속에 AI 관련주가 급등해 증시 부담이 커졌다. 여기에 연준은 2%의 물가를 목표로 하고 있어 올해 안에 금리를 인하하기는 어렵다고 본다”며 “증시의 하락 전환을 전망하기는 어렵지만 추가 상승 여지는 좁아지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대신증권의 경우 하반기 증시가 전강후약(前强後弱) 형태를 보일 것으로 예상했다. 3분기에는 중국 경기 회복 훈풍 속에 반도체 업황 개선이 맞물리며 2700선을 돌파할 것으로 봤다. 그러나 4분기에는 미국과 유럽 경기 악화 영향으로 코스피의 변동성이 확대되며 박스권에서 등락할 것으로 예상했다. 대신증권은 하반기 코스피 밴드 전망치를 2380~2780선으로 제시했다.

 

엇갈린 전망 속 선호 업종도 ‘가지각색’

이 같은 상황 속에서 증권사들의 선호 업종도 다양해 눈길을 끈다. 이 중에서도 AI와 반도체를 비롯한 기술업종에 대한 선호가 높았다. 미래에셋증권은 하반기에도 경기 둔화는 이어지는 만큼 AI를 대체할 만한 다른 성장동력이 나타나지 않는 이상 테크에 대한 높은 의존도가 지속될 수 있다고 평가했다. NH투자증권은 반도체와 함께 조선, 헬스케어를 추천했고 신한투자증권은 IT(정보통신기술)와 헬스케어, 엔터·레저를 주목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하반기 증시를 보수적으로 바라본 SK증권도 하반기 전망 보고서를 통해 “지수 상승에 베팅해 주식 비중 자체를 늘리기보다는 박스권 안에서 단단하게 좋은 상대 성과를 낼 수 있는 업종을 추천한다”며 반도체, 조선, 건강관리 등 업종을 제시했다. 박스권 장세를 예상한 하이투자증권은 2~3분기에는 반도체와 자동차를 선호업종으로 내걸었고 3~4분기에는 산업재의 우위를 전망했다.

일각에선 정부가 투자를 주도하는 산업을 유심히 살펴볼 필요가 있다는 의견도 나왔다. KB증권은 주요국들의 패권 경쟁은 ‘정부 주도 B2B 투자 시대’가 시작됐음을 뜻한다고 해석하면서 상반기에 전기차, 폐배터리, 로봇, 반도체 후공정, 자원 등의 주가가 상승한 것은 단순한 우연이 아니라 각국 정부 정책 변화에 시장이 민감하게 반응했기 때문이라고 평가했다. KB증권은 이와 관련한 업종으로 바이오, 기계(로봇), 상사·소재(광물자원) 등을 꼽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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