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경제, 지금이 바닥일까 아닐까?
  • 조문희 기자 (moonh@sisajournal.com)
  • 승인 2023.06.15 17:05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정부 ‘상저하고’ 기대하지만 경제성장률 줄줄이 하향
수출 지표는 ‘냉담’…“중국 수출‧반도체 회복이 관건”

올해 한국 정부의 경기 전망은 ‘상저하고’다. 고금리·고환율·고물가 탓에 상반기 경기 침체는 불가피했지만, 하반기에는 중국의 리오프닝에 기댄 수출 개선과 물가상승세 둔화로 인한 투자‧소비 심리 회복으로 경기가 반등할 것이라는 전망이다. 정부의 경기 전망은 기준금리 결정이나 세수 운용 등 각종 경제 정책의 기반이 된다. 정부의 예측과 실제 경기 흐름이 어긋난다면 정책 실패로 귀결돼 후폭풍을 겪을 수밖에 없다.

그러나 정부의 기대대로 ‘상저하고’가 실현될 지는 미지수다. 경기 회복의 키를 쥔 수출이 줄곧 역성장을 면하지 못하고 있어서다. 각종 연구기관에선 한국의 하반기 경제성장률을 줄줄이 하향한 상태다. 정부의 예측대로라면 지금이 사실상 경기 저점이어야 한다. 한국 경기가 나아진다면 어느 시점부터 회복세를 보일 수 있을까.

한국 정부는 올해 하반기부터 경기 상황이 나아질 것으로 전망하지만, 일부 경제 전문가들 사이에선 “불확실하다”는 평가가 나온다. 사진은 12일 오후 부산항 신선대 부두에서 컨테이너 하역작업이 진행되는 모습 ⓒ 연합뉴스
한국 정부는 올해 하반기부터 경기 상황이 나아질 것으로 전망하지만, 일부 경제 전문가들 사이에선 “불확실하다”는 평가가 나온다. 사진은 12일 오후 부산항 신선대 부두에서 컨테이너 하역작업이 진행되는 모습 ⓒ 연합뉴스

尹정부 “하반기 경기, 확실히 좋아진다”

한국 경제 수장인 추경호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연일 ‘상저하고’ 전망에 자신감을 보이고 있다. 추 부총리는 지난 14일 여당 의원들을 만난 자리에서 “하반기로 갈수록 경제는 확연히 괜찮아진다. 엉터리 경제학자들이 아무렇게나 비판하는 것에 주눅들 필요 없다”고 말했다.

정부가 ‘상저하고’를 전망하는 근거는 첫째가 물가다. 통계청에 따르면, 5월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3.3%로, 19개월 만에 최저치를 기록했다. 여기에 물가에 큰 영향을 끼치는 유가도 큰 폭으로 떨어진 상태라, 이달 안에 물가상승률이 정부 목표치인 2%대로 낮아질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추 부총리도 “현재 3%대 물가상승률을 기록하고 있는 나라는 7개뿐이다. 늦어도 7월에는 2%대 물가상승률을 보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물가가 떨어지면 기준 금리를 낮출 여력이 늘어난다. 지금껏 세계 각국 중앙은행들이 고강도 긴축정책을 펼쳐온 이유가 물가를 잡기 위해서였는데, 물가가 안정세를 보이면 금리를 더 올릴 명분이 사라지기 때문이다. 금리가 낮아지면 기업 투자와 가계 소비에 숨통이 트여 경기 부양에 도움이 된다. 이에 일부 당국자들은 현재 부진한 성적표를 보이고 있는 수출 지표도 이르면 3분기에 플러스 전환할 수 있을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정부는 이 같은 ‘상저하고’ 인식을 기반으로 추가경정예산 편성 필요성도 부인하고 있다. 올해 4월까지 정부가 거둬들인 국세수입이 전년 대비 34조원 줄어 ‘세수 펑크’가 우려되는 상황인데도, 인위적인 추경 편성보다는 하반기 경기 흐름을 반영해 세수 전망을 다시 짜는 재추계 작업이 선행돼야 한다는 입장이다. 추 부총리는 “민생이나 투자 부분에 활력을 북돋아야 하는 시점에서 세금 부담을 지우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세수 부족을 걱정하는 상황에 추경 주장은 냉철하게 돌아볼 필요가 없다”고 분명히 선을 그었다.

추경호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장관이 7일 반도체 초격차 지원을 위해 경기도 평택 삼성전자 평택캠퍼스를 방문, 반도체 생산 현장을 둘러보면 관계자의 설명을 듣고 있다. ⓒ연합뉴스
한국 경기를 떠받드는 반도체 업황이 수출 부진을 겪고 있다. 사진은 지난 4월7일 추경호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장관이 경기도 평택 삼성전자 평택캠퍼스를 방문한 모습 ⓒ연합뉴스

민간 “하반기에도 경기침체…경착륙 시작됐다”

그러나 정부의 강한 자신감과는 달리 전문가들 사이에선 “하반기 경기의 불확실성이 크다”는 경고가 나온다. 하반기로 갈수록 경기가 나아질 순 있지만, 그 폭이 어느 수준일지는 장담할 수 없다는 이유에서다. 홍성욱 산업연구원 실장은 전날 전국경제인연합회(전경련) 주관으로 열린 ‘2023년 하반기 산업전망 세미나’에서 “지정학적 리스크와 금융부문 불확실성 확대 등으로 글로벌 경기가 제한적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며 “하반기 수출은 상반기에 비해 감소율이 둔화할 것으로 예상되지만 이를 고려해도 올해 경제성장률은 코로나19 위기 이후 가장 낮은 수준을 보일 것”이라고 전망했다.

실제 경기 회복과 직결되는 수출 지표는 나아지지 않는 상태다.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달 수출은 전년 동월 대비 15.2% 떨어져, 8개월 연속 감소했다. 한국 산업을 떠받드는 반도체 산업이 위축한 데 따른 영향이다. 김양팽 산업연구원 전문연구원은 앞선 전경련 세미나에서 하반기 반도체 업황 개선은 어려울 것으로 내다봤다. 김 연구원은 “상반기보다는 하반기의 산업 여건이 양호할 수 있으나 반도체 수요 산업이 부진해 상승 전환을 위한 동력은 부족할 것”이라며 수출 감소율(-12.8%)이 두 자릿수에 달할 것으로 예측했다.

특히 한국 수출의 큰 비중을 차지하는 중국 시장의 불안전성이 변수로 꼽힌다. 중국의 리오프닝 파급 효과로 글로벌 경제 회복세를 기대했지만, 중국 내에서도 고금리‧고물가가 지속되며 영향력이 제한된 상황이다. 민간 싱크탱크인 현대경제연구원은 ‘경착륙, 시작되다’라는 보고서를 통해 “중국 부동산 시장 침체와 높은 부채 등으로 한국 수출 경기 회복이 지연될 가능성이 있다”며 “수출과 내수 부진이 동시에 감소하면서 한국 경제는 경착륙(급격한 경기 침체)이 시작되는 국면에 위치했다”고 분석했다.

때문에 한국 경제성장률도 줄줄이 하향 조정되고 있다. 현대경제연구원은 1.8%에서 1.2%로, OECD(경제협력개발기구)는 1.6%에서 1.5%로, IMF(국제통화기금)는 1.7%에서 1.5%로 낮췄다. 한국은행도 1.6%에서 1.4%로, 한국개발연구원(KDI)도 1.8%에서 1.5%로 하향했다. 정부도 오는 7월 초 발표할 하반기 경제정책방향에서 올해 경제성장률(기존 1.6%)을 소폭 낮출 가능성이 높다. 다만 당국은 3분기가 저점이고 그 이후로는 상향 조정될 것이란 입장이다.

관련기사
이 기사에 댓글쓰기펼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