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 둘과 J” “윤땡땡,김땡땡,전남”...‘돈봉투 20명’ 단서 나왔다
  • 공성윤 기자 (niceball@sisajournal.com)
  • 승인 2023.06.15 15: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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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 ‘민주당 돈봉투 의혹’ 윤관석·이성만 의원 체포동의안에 대한 한동훈 장관의 설명

“모욕감을 느꼈다.” 김한규 더불어민주당 원내대변인은 6월12일 기자들과 만나 이렇게 말했다. 이날 국회 본회의에서 윤관석·이성만 의원 체포동의안 제출 이유를 설명한 한동훈 법무부 장관의 발언에 대해서다. 김 대변인은 “정치적으로 계산된 발언이 많은 의원들에게 부정적인 영향을 미친 것 같다”고 덧붙였다. 민주당 곳곳에서도 한 장관의 발언 수위가 지나쳤다는 의견이 쏟아졌다. 그의 도발이 민주당을 되려 결집시켰다는 분석도 나온다. ‘민주당 전당대회 돈봉투 의혹’을 규명하기 위해 제출된 이번 체포동의안 두 건은 민주당 의원들이 대거 반대표를 던지면서 모두 부결됐다.

한 장관은 민주당의 반응을 평가 절하했다. 그는 6월14일 국회 대정부질문 출석 전 자신에 대한 비판에 “아직도 그러고 계시나요?”라고 말했다. 이어 “모욕감 이런 이야기를 하지 말고 제가 한 말 중 틀린 부분이 있는지 정확하게 지적해주시면 좋을 것 같다”고 했다.

정쟁의 도화선이 된 한 장관의 발언 중에는 윤관석·이성만 의원의 범죄사실에 관한 물증과 진술 증거가 포함돼 있다. 한 장관은 이를 구체적으로 읊으면서 금품 수수 의혹을 받는 민주당 의원 약 20명의 이니셜과 성(城), 지역 등을 거론했다. 체포동의안 이유에 대해 한 장관이 6월12일 국회 본회의에서 발표한 내용의 전문은 다음과 같다. 굵은 글씨로 처리한 부분은 범죄사실에 대한 주요 증거다. 

12일 국회 본회의에서 한동훈 법무부 장관이 윤관석, 이성만 무소속 의원 체포동의 요청 이유를 설명하고 있다. ⓒ연합뉴스
6월12일 국회 본회의에서 한동훈 법무부 장관이 윤관석, 이성만 무소속 의원에 대한 체포동의 요청 이유를 설명하고 있다. ⓒ연합뉴스

◎ 윤관석·이성만 의원 체포동의안(의안번호 2122333·2122334) 이유에 대한 한동훈 법무부 장관의 설명

법무부 장관 한동훈입니다. 대한민국 정부를 대표하여 국회의원(윤관석·이성만)에 대한 체포동의 요청의 이유를 말씀드리겠습니다.

범죄사실의 요지를 말씀드리겠습니다. 국회의원 윤관석은 2021년 4월 말 두 차례에 걸쳐 송영길 경선캠프 핵심 인사인 강래구, 이정근 등에게 송영길의 당대표 당선을 위한 지지의 대가로 더불어민주당 국회의원들에게 줄 돈을 마련해 달라고 요구하고 송영길 의원 보좌관 박용수가 사업가 김모씨로부터 받아 온 불법자금 등을 자금원으로 하여 강래구, 이정근 등으로부터 돈봉투 1개에 300만원씩 나눠 담아 받는 방법으로 두 차례에 걸쳐서 6000만원을 제공받은 다음 송영길의 당대표 당선을 위한 지지 대가로 돈봉투 20개를 직접 더불어민주당 국회의원들에게 하나씩 나눠 줬다는 겁니다.

국회의원 이성만은 송영길의 당대표 당선을 위해서 2021년 3월 송영길 경선캠프 조직총괄본부장 이정근에게 경선 자금조로 100만원을 주고 송영길 당대표의 당선을 위한 지지의 대가로 더불어민주당 지역본부장들에 대하여 살포할 자금 명목으로 강래구, 이정근에게 1000만원을 주고 2021년 4월 윤관석 의원으로부터 더불어민주당 대의원 및 권리당원 등을 상대로 송영길 당대표 당선을 위한 지지와 선거운동을 해 달라는 명목으로 300만원이 든 돈봉투를 받았다는 겁니다.

이제 증거 관계에 대해 설명드리겠습니다. 먼저 물적 증거입니다. 범행 과정에서의 여러 상황이 고스란히 녹음된 다수의 통화 녹음파일이 있습니다. 그중 몇 개를 추려서 시간 순으로 말씀드리면,

1. 2021년 3월18일 이정근씨가 강래구씨에게 “이성만 의원님께서 오늘 오셔서 100만원 주고 갔다”라고 말하는 통화 녹음.

2. 3월29일 이성만 의원이 이정근씨에게 현금 1000만원을 ‘그 돈’이라고 지칭하면서 “그 돈 내일 주면 안 되냐”고 협의하고 다음 날 돈을 건네기 직전에 이성만 의원과 이정근씨가 돈을 주고받을 장소를 정하는 통화 녹음.

3. 4월24일 강래구씨가 이정근씨에게 “윤관석 형이 마지막으로 의원들한테 좀 줘야 되는 것 아니냐, 그렇게 얘기하더라고. 왜냐하면 이제 경쟁 캠프 쪽에서 의원들한테 뿌리니까”라고 말하는 통화 녹음.

4. 4월27일 강래구씨가 이정근씨에게 송영길 보좌관 박용수로부터 받아 놓은 돈을 윤관석 의원에게 전달하라면서 “저녁 먹을 때쯤 전화 오면 10개 주세요”라고 하고 이정근 씨가 “윤한테?” 라고 하자 “예”라고 대답하는 통화 녹음. 당일 저녁에 윤관석 의원과 이정근씨가 돈을 주고받을 구체적인 장소를 정하는 통화 녹음.

5. 4월28일 윤관석 의원이 이정근씨에게 “어제 그것 의원이 많아서 다 정리를 해 버렸는데 모자라. 인천 둘하고 J는 안 주려고 했는데 애들이 보더니 ‘기왕 하는 김에 우리도 주세요’라고 해서 거기서 3개 뺏겼어”라고 말하는 통화 녹음.

6. 같은 날 윤관석 의원이 이정근씨에게 “5명 빠졌더라고, 오늘 안 나와 가지고”라고 말하는 내용, 이정근씨가 박용수 보좌관에게 “10개 달라고 그런 거니까 나 그대로 줄게. 알아서 하라고 해야지”라고 말하는 내용과 그 후 윤관석 의원과 이정근씨가 돈을 주고받을 구체적인 장소를 정하는 내용이 녹음된 통화 녹음.

7. 4월29일 윤관석 의원이 이정근씨에게 자신이 의원회관을 돌아다니며 의원들에게 돈봉투를 줬다면서 “내가 회관 돌리면서 쭉 만났거든. 윤땡땡 의원하고 김땡땡 의원 전남 쪽하고”라고 의원들의 실명을 직접 말하는 통화 녹음 등 돈봉투의 조성·살포 과정이 마치 생중계되듯이 녹음되어 있습니다.

이에 더하여 이정근씨가 윤관석 의원에게 돈봉투 10개씩을 두 차례에 걸쳐서 전달할 때마다 그 자금을 제공한 박용수씨에게 텔레그램으로 ‘윤 전달했음’, ‘윤 잘 전달’이라고 보낸 메시지도 그대로 남아 있고 범죄사실에 부합하는 일정표와 국회 출입 기록도 있습니다. 이런 적나라한 물증들은 검찰과 무관하게 민주당 소속의 이정근씨 등이 당시 자발적으로 녹음했거나 작성했던 것이고 윤관석·이성만 의원의 육성이 포함된 것으로서 검찰이 적법한 절차에 따라 확보한 것입니다. 윤관석·이성만 의원과 송영길 전 대표가 주장하듯이 불법적으로 추출하거나 왜곡하거나 악의적으로 편집할 여지도 없습니다. 녹음된 대화의 양과 등장인물이 워낙 많아서 의미가 모호한 부분도 없습니다.

다음으로 진술 증거입니다. 이정근, 강래구, 사업가 김모씨 등 민주당 송영길 캠프의 핵심 관계자들이 각각 위 물증과 정확히 부합하는 진술을 하고 있습니다. 이들은 불법 자금을 자금원으로 돈봉투를 만들고 주고받는 상황과 경위에 대해서 자세하게 진술하고 있습니다. 뿌려진 불법 자금의 출처도 자기들 돈이 아닌 것으로 확인됐습니다. 송영길 전 대표와 과거 전대협 활동을 같이했던 사업가 김모씨는 강래구씨의 돈 요구를 받고 송영길 의원 보좌관 박용수씨에게 돈을 전달했다고 상세히 진술했습니다.

윤관석·이성만 의원은 돈봉투를 만들지도 주고받지도 않았다고 주장합니다만 만약 그분들 주장이 사실이라면 송영길 전 대표의 당선을 위해서 누구보다 열심히 뛰었던 사람들인 강래구, 이정근, 사업가 김모씨 등이 동지 관계였던 송영길, 윤관석, 이성만 의원 등을 해코지하기 위해서 모두 입을 맞춰서 억지로 적극적인 거짓말을 꾸며 내고 있는 것이어야만 합니다. 그건 가능하지도 않고 이분들이 그럴 이유도 없습니다. 이정근씨는 물론이거니와 2018년 민주당 대표 경선 당시에도 송영길 캠프의 총괄선거대책본부장까지 역임했던 강래구씨도 처음에는 윤관석·이성만 의원처럼 극구 부인했으나 현재 이 사건 돈봉투 혐의를 대부분 인정하고 있습니다. 무엇보다 앞서 들으신 바와 같이 이 사건은 범죄 생중계 같은 녹음 파일들이 있는 사건들이고 진술들만 있는 사건이 아닙니다.

다음으로 이 사건이 구속이 필요할 만큼 중대한 사건인지에 관해 말씀드리겠습니다. 이 사건에서 오고 간 금품 액수 6000만원 등이 얼마 되지 않는다며 국회의원을 구속할 만한 사안이 아니라고 주장하는 분들이 혹시 있을지 모르겠습니다. 그러나 국회의원이 국민의 대표라는 말은 최소한 국민과 같거나 더 엄격한 기준을 적용받아야 한다는 말이지 일반 국민보다 특혜를 받아야 한다는 말은 아닐 겁니다. 당연히 최소한 일반 국민들에게 적용되는 기준이 이 사건에서도 적용되어야만 합니다.

국회의원이 대표하는 대한민국 국민은 당내 경선에서 선거권자 8명에게 합계 225만원을 줘도 구속됐고, 기초의원 선거에서 선거운동원 3명에게 합계 266만원을 줘도 구속됐고, 선거구민 8명에게 합계 332만원을 줘도 구속됐고, 기초단체장 선거에서 선거구민 143명에게 합계 371만원을 주어도 구속됐습니다. 심지어 조합장 선거에서는 30만원과 교통 편의를 제공해도 구속됐고, 조합원에게 50만원을 줘도 구속됐습니다. 이런 매표 행위에 대해서 왜 이렇게 일반 국민들이 비교적 소액을 주고받은 사건에까지 대부분 구속되는지 그 이유는 바로 돈으로 표를 사고파는 것이 민주주의의 존립 자체를 위협하는 중대 범죄이기 때문입니다. 게다가 자기들 돈 나눠 준 게 아니라 업자에게서 받은 불법 정치자금을 나눠 준 것이라는 점도 간과되어서는 안 될 겁니다. 그리고 이 범죄에서 지시를 이행한 실무자에 불과한 강래구씨가 이미 같은 혐의로 법원의 결정으로 구속된 점도 형평성 측면에서 반드시 고려되어야 합니다.

이러한 이 범죄의 중대성 때문에 지난 4월17일 민주당의 당대표와 최고위원들께서 대국민 사과와 함께 신속하고 공정한 수사를 요청하신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오늘 표결하실 범죄사실의 핵심은 민주당 당대표 선거에서 송영길 후보 지지의 대가로 민주당 국회의원 약 20명에게 돈봉투를 돌렸다는 겁니다. 그 범죄사실에 따르면 논리 필연적으로 그 돈봉투를 받은 것으로 지목되는 약 20명의 민주당 국회의원들이 여기 계시고 표결에도 참여하시게 됩니다. 최근 체포동의안들의 표결 결과를 보면 그 약 20명의 표는 표결의 결과를 좌우하는 캐스팅보트가 될 것으로 보입니다. 돈봉투 돌린 혐의를 받는 사람들의 체포 여부를 돈봉투 받은 혐의를 받는 사람들이 결정하는 것은 공정하지도 공정해 보이지도 않습니다. 국민들께서도 같은 생각이실 겁니다.

이제 국민들께서 이런 상황을 다 아시고 이 중요한 표결의 과정과 결과를 지켜보실 거라 생각합니다. 고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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