野 ‘친일파냐’ 與 ‘공산당이냐’…‘색깔론’에 민생은 뒷전?
  • 박성의 기자 (sos@sisajournal.com)
  • 승인 2023.06.15 18: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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野 ‘후쿠시마 오염수’ 비판에 與 ‘싱하이밍 논란’ 맞불
추경 및 민생 논의 뒷전…“이러니 무당층 늘어” 비판도

“중국 공산당 한국 지부장인가.” (김기현 국민의힘 대표)

“일본 대변인 노릇을 하는 게 아닌가.”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

여의도 국회에 때 아닌 ‘색깔론’ 공세가 벌어지는 모습이다. 야당이 ‘후쿠시마 오염수 방출’과 관련해 정부 여당의 ‘친일 행보’를 비판하자, 여당이 ‘싱하이밍 대사 발언 논란’을 언급하며 이재명 대표의 책임론을 띄우면서다.

정치권 일각에선 여야가 이념 논쟁을 지속하는 것을 경계하는 목소리도 나온다. 경제난이 깊어진 가운데 ‘친중‧친일 몰이’는 여야뿐 아니라 국민에게도 실익이 없다는 주장에서다. 철 지난 ‘이데올로기 공세’가 계속되면 ’실용‘을 중시하는 MZ세대(2030세대) 유권자 상당수가 선호 정당이 없는 무당층으로 돌아설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시사저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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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일‧친중 블랙홀’로 빨려 들어간 여야

싱하이밍 주한 중국대사가 지난 8일 이재명 대표와 만찬 자리에서 정부 정책을 거칠게 비판하면서, 여야간 공방전이 격화하고 있다. 싱 대사는 당시 만찬에서 “미국이 승리하고, 중국이 패배하는데 베팅하는 건 잘못된 판단”이라며 윤석열 정부의 외교정책을 비판해 ‘내정 간섭’, ‘갑질 외교’ 논란을 빚었다.

싱 대사 발언을 계기로 한‧중 관계가 악화된 가운데 민주당 의원들이 잇따라 중국을 방문하면서 논란이 확산하는 양상이다. 앞서 도종환·박정·김철민·유동수·민병덕·김병주·신현영 민주당 의원 등 7명은 전날 중국 베이징을 방문을 위해 출국했다. 지난 12일부터 민주당 민생경제위기대책위원회 소속인 김태년·홍익표·고용진·홍기원·홍성국 의원도 중국에 체류 중이다.

여당에선 민주당 의원들의 이번 방중이 ‘외유성 출장’이라며 형사 고발을 예고하는 등 공세 수위를 끌어올렸다.

김기현 국민의힘 대표는 15일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언론 보도에 따르면 (야당 의원들의 방중)비용을 중국이 지불한다고 한다”면서 “뇌물 외유가 아닐 수 없다”고 말했다. 김병민 최고위원도 이 자리에서 “단결된 힘으로 중국의 오만방자한 행태를 꾸짖어도 부족할 이때 중국 비용으로 십수명이 방중단을 꾸려 중국으로 향한 의원들이 있다”라며 “이분들 대한민국 국회의원 맞나”라고 맹공을 퍼부었다.

반면 민주당은 ‘후쿠시마 오염수’를 정치권 화두로 띄우는 모양새다. 이재명 대표는 김기현 대표와 일본 대사의 만남을 ‘오염수 동맹’이라고 비판했다.

이 대표는 12일 당 최고위원회의에서 “오늘부터 일본이 후쿠시마 오염수 방류 시운전을 시작한다고 한다”며 “희한하게도 오직 가장 큰 피해 입는 대한민국의 윤석열 정부만이 오염수 방류를 침묵으로 사실상 용인하고 있다. 기가 막힌 오염수 동맹”이라고 지적했다. 김 대표를 겨냥해서는 “여당 대표가 지난주 일본 대사와 만난 이유가 국민에게 오염수를 선물하기 위한 작업이었냐는 비판까지 나온다”고 비꼬았다.

 

‘색깔론’ 격화에…“수준 낮은 논쟁” 비판도

정치권 내부에서도 ‘이념 논쟁’을 우려하는 분위기가 읽힌다. 특히 여야 초선의원들 사이에서 자성의 목소리가 나온다. 국회가 ’나이 든 화두’에 집중하면서, 양당이 내놓은 혁신 화두가 묻히고 있다는 비판에서다. 

국민의힘 한 초선의원은 “글로벌 경제난 앞에 대한민국이 ‘원팀’으로 움직여도 모자란데, 둘로 쪼개져 총질을 한다”며 “이러면서 양당이 혁신을 말하면 누가 믿어주겠나”라고 반문했다. 민주당 한 초선의원도 “(후쿠시마 오염수 논란 등은) 분명 짚고 넘어가야할 문제는 맞다”면서도 ”이제 (국회가) 본연의 자리로 돌아가 겸허하게 민생에 집중해야 한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경제난이 가중되는 가운데 이념 논쟁이 장기화되면 유권자들이 ‘정치 피로감’을 느낄 수 있다고 경고한다. 특히 이념보다 ‘실용’을 더 큰 가치로 두는 MZ세대(2030세대)에게 균열과 ‘편 가르기’는 공감보다 반감을 부를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박상병 정치평론가는 “한국 정치권은 기본적으로 기득권 세력이다. 그리고 그 기득권을 유지하는 가장 간편한 방법이 진영 대결”이라며 “이 균열의 정치를 가장 거부하고 있는 유권자가 MZ세대다. 이념, 정당, 지역 등을 근거로 투표하는 세대가 아니다. 이들에게 중요한 것은 실용”이라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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