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지막 보루 ‘노란우산’마저 깨는 소상공인 급증
  • 김은정 디지털팀 기자 (ejk1407@naver.com)
  • 승인 2023.06.20 14:44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폐업에 따른 공제금 지급’ 올해 1조원 넘어설 듯
“금융 지원 조치 연장, 채무조정 등 필요”
공공요금 인상, 물가 상승, 경기 악화, 고금리 여파로 폐업을 결정한 소상공인들이 늘고 있는 가운데 지난달 29일 오전 서울 중구 황학동 주방거리에 중고 주방기구들이 쌓여가고 있다. ⓒ 연합뉴스
공공요금 인상, 물가 상승, 경기 악화, 고금리 여파로 폐업을 결정한 소상공인들이 늘고 있는 가운데 지난달 29일 오전 서울 중구 황학동 주방거리에 중고 주방기구들이 쌓여가고 있다. ⓒ 연합뉴스

소기업·소상공인의 노후 보장을 돕고자 마련된 공제 제도인 노란우산의 '폐업에 따른 공제금 지급액'이 올해 큰 폭으로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이 추세라면 올 연말 1조원을 돌파하며 역대 최대 규모를 기록할 전망이다.

20일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소속 양경숙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중소벤처기업부와 중소기업중앙회에서 받은 '노란우산 폐업 공제금 지급 현황' 자료에 따르면, 올해 1∼5월 폐업 공제금 지급 건수는 4만8000건으로 지난해 동기보다 51.3% 급증했다. 지급액도 5549억원으로 66.4% 상승했다.

폐업 공제금 지급 건수는 2019년 7만5000건에서 코로나를 거치며 2020년 8만2000건으로 증가했다. 이어 2021년에는 9만5000건으로 2007년 노란우산 출범 이래 최대 수치를 기록했다. 해당 건수는 지난해 9만1000건으로 소폭 감소했지만 올해 5월까지 4만8000건을 웃돌고 있다. 이대로라면 올해 연간 지급 건수는 총 10만 건을 훌쩍 넘어 2021년 기록을 경신할 전망이다.

현 추세가 이어진다면 폐업 공제금 지급액은 올해 처음으로 1조원 선을 돌파할 것으로 예상된다. 폐업 공제금 지급액은 2019년 6142억원에서 2020년 7283억원, 2021년 9040억원으로 꾸준히 확대되며 지난해에는 9682억원으로 역대 최대 규모를 보였다.

추문갑 중기중앙회 경제정책본부장은 "노란우산 폐업 공제금은 사실상 퇴직금이 없는 소상공인, 자영업자에게는 퇴직금이나 마찬가지"라며 "은행 대출 연체, 국세 체납 시에도 압류되지 않아 마지막까지 지키려는 최후의 보루와도 같은데, 이걸 깼다는 것은 그만큼 한계 상황에 몰렸다는 것을 보여준다"고 말했다.

소상공인의 폐업 급증 요인으로는 고금리 대출과 그에 따른 연체율 상승이 꼽힌다. 양경숙 의원이 한국은행에서 받은 '자영업자 소득 수준별 대출 잔액·연체율 현황'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4분기말 자영업자의 전(全) 금융기관 대출 잔액은 1019조8000억원으로 역시 사상 최대였다.

대출 연체율(1개월 이상 원리금 연체 기준)은 지난해 4분기 0.26%로 전 분기보다 0.07%포인트 증가했다. 이는 코로나 사태 초기인 2020년 2분기(0.29%) 이후 2년 반 만에 가장 높은 수치다.

양 의원은 "올해 폐업 공제금 규모가 역대 최대 수준이 될 것으로 전망되는 만큼 올해는 소상공인·소기업에게 가장 힘든 시기가 될 수 있다"며 "금융 지원 조치 연장, 채무조정 등 다양한 위험 관리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관련기사
이 기사에 댓글쓰기펼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