론스타에 이어 엘리엇도 ‘일부 패소’…줄줄이 남은 ISDS 재판 ‘비상’
  • 조문희 기자 (moonh@sisajournal.com)
  • 승인 2023.06.20 22: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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론스타는 2800억원, 엘리엇은 690억원 배상 판결
대규모 배상 위기 벗어났지만 수천억원 혈세 투입 불가피
검찰은 최근 삼성물산의 강남 재건축 불법 수주 의혹에 대한 수사에 착수한 것으로 확인됐다. © 시사저널 최준필
미국계 헤지펀드 엘리엇이 2015년 삼성물산-제일모직 합병 당시 한국 정부가 부당하게 개입해 약 1조원 규모의 손해를 봤다며 2018년 제기한 국제투자분쟁에서 한국 정부가 690억원을 배상하라는 판정을 받았다. © 시사저널 최준필

미국계 헤지펀드 엘리엇이 한국 정부를 상대로 1조원대 손해배상을 요구한 국제투자분쟁(ISDS)에서 한국 정부가 약 690억원을 배상하라는 판정을 받았다. 대규모 배상 위기에선 벗어났지만, 지난해 8월 나온 ‘론스타 사태’에 이어 이번에도 ‘일부 패소’하면서 수백억원대 혈세 투입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법무부는 20일 세계은행 국제투자분쟁해결센터(ICSID) ‘엘리엇 사건’ 중재판정부가 엘리엇 측 주장을 일부 인용했다고 밝혔다. 엘리엇이 2018년 한·미 자유무역협정(FTA)을 근거로 네덜란드 상설중재재판소(PCA)에 이번 분쟁을 제기한 지 5년 만에 나온 결론이다.

법무부에 따르면, 중재판정부는 엘리엇이 청구한 7억7000만 달러(약 9900억원) 중 약 7%를 인용해 한국 정부가 엘리엇 측에 5358만6931달러(한화 약 690억원) 및 지연이자를 배상금으로 지급하라고 명했다.

중재판정부는 또 엘리엇이 한국 정부에게 법률비용 345만7479달러(44억5000만원)을 지급하고, 한국 정부는 엘리엇에 2890만3188달러(372억5000만원)을 지급하도록 명령했다.

엘리엇은 지난 2015년 삼성물산이 제일모직과 합병 추진 당시 한국 정부가 부당하게 개입해 국민연금공단이 찬성표를 행사하도록 한 결과, 주가 하락 등으로 7억7000만 달러의 피해를 봤다고 주장했다. 당시 엘리엇은 보유하고 있던 7.12%의 삼성물산 지분을 근거로 합병 결정을 하지 못하도록 주주총회 결의 금지 가처분 신청 등을 냈지만 모두 기각된 바 있다.

한국 정부는 엘리엇 측 주장과 관련해 정부의 개입이 없었을 경우 국민연금이 합병에 반대했을지 여부가 확실하지 않다는 반론을 펼쳐왔다. 다만 이 같은 주장이 전부 받아들여지진 않았다. 특히 지난해 4월 삼성물산-제일모직 합병 사건과 관련해 문형표 전 보건복지부 장관과 홍완선 전 국민연금 기금운영본부장 등이 직권남용 등 혐의로 실형을 선고받은 게 영향을 끼쳤을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이들의 유죄 확정으로 한국 정부가 국민연금에 압력을 행사했다는 사실 자체를 부인하긴 어려워졌기 때문이다.

한편 한국 정부는 지난해 8월 이번 분쟁과 비슷한 ‘론스타 사태’에서도 일부 패소한 바 있다. 론스타는 한국 정부가 2012년 외환은행 매각 과정에 부당하게 개입해 손해를 봤다며 46억7950만 달러(약 6조3215억원)의 규모의 ISDS를 청구했고, 10년 간 분쟁을 이어온 결과 한국 정부가 론스타 측 청구액 중 4.6%인 2억1650만 달러(약 2925억원)를 지급하라는 판정을 받았다. 판정 당시 법무부는 “4.6% 패소가 아닌 95.4% 승소한 것”이란 입장문을 냈지만, 결과적으로 수천억원의 혈세 투입이 불가피해진 상황이다. 정부는 현재 배상액 전부를 무효로 하기 위한 불복절차를 준비하고 있다.

한국 정부가 론스타에 이어 엘리엇 사건도 일부 패소 판정 결과를 받아들게 되면서, 또 다른 국제 분쟁인 ‘메이슨 사건’에도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커졌다. 미국계 사모펀드 메이슨캐피탈은 삼성물산과 제일모직의 합병 과정에서 한국 정부의 부당 조치로 2억 달러(약 2563억원)의 손해가 발생했다며 ISDS를 제기했다. 이외에도 스위스 기업 쉰들러, 이란계 기업 대주주 다야니 가문 등 해외 투자자가 한국 정부를 상대로 낸 ISDS 가운데 결론이 나지 않은 사건은 5건 남아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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