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놀자는 왜 ‘관광대국’을 구상하나
  • 조유빈 기자 (you@sisajournal.com)
  • 승인 2023.06.24 17:05
  • 호수 17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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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정의의 또 다른 카드 야놀자의 행보 주목
이수진 대표의 대담한 구상 “인바운드 관광객 5000만 명 시대”
인터파크트리플 가동하며 K관광산업 본격 진입 예고

전통의 강자와 신흥 강자의 만남은 어떤 시너지를 낼까. 국내 1세대 인터넷 쇼핑몰 인터파크는 여행과 공연 예약 분야에서 수십 년간 전문성을 발휘해온 전통 플랫폼이었다. 그래서 숙박과 레저 서비스를 중심으로 떠오른 야놀자가 인터파크를 인수했을 때, 야놀자가 여행 산업에서 어떤 큰 그림을 그려낼지, 인터파크의 노하우와 핵심 사업들을 어떻게 활용할지는 시장의 관심사였다. 야놀자는 인터파크 인수 후 여가와 관련이 적은 쇼핑, 도서 사업 등을 하나둘 정리했다. 그리고 AI 기술을 기반으로 여행상품을 추천하는 관계사 트리플을 인터파크와 통합했다.

이제 코로나19 엔데믹 시대가 열렸고, 여행업의 봄이 다시 왔다. 이 시기를 기다리던 야놀자가 3년 동안 그려온 밑그림은 ‘관광대국’이다. 인터파크의 사명을 인터파크트리플로 바꾸고, ‘5년 내 연간 외국인 방한 관광객 5000만 명 돌파’를 목표로 삼겠다고 6월20일 발표했다. 관광산업을 정조준할 채비를 본격적으로 마친 야놀자의 다음 스텝은 뭘까.

ⓒ야놀자 홈 화면·시사저널 조유빈
6월20일 서울 영등포구 페어몬트 앰배서더 서울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 참석한 이수진 야놀자 총괄대표 ⓒ야놀자 홈 화면·시사저널 조유빈

소프트뱅크 투자로 2조원대 실탄 확보…인수합병으로 몸집 키워

여행은 숙박만으로 완성되지 않는다. 교통을 고려해야 하고, 맛집을 찾아야 하며, 즐길거리가 필요하다. 야놀자가 ‘여가를 위한 모든 서비스를 제공하는 슈퍼 앱’이 되겠다고 말하는 이유다. 이미 야놀자는 맛집이라는 요소를 다루기 위해 국내 1위 웨이팅 서비스인 나우웨이팅을 운영하는 나우버스킹을 인수한 후, 그 기술을 서비스에 접목한 바 있다. 현재는 야놀자클라우드의 멤버사인 야놀자에프앤비솔루션을 통해 F&B뿐 아니라 쇼핑몰과 전시시설 등에 나우웨이팅을 활용하고 있다.

코로나19 이후 재개될 해외여행 시장을 잡기 위해 준비해 오던 야놀자가 인터파크를 인수한 배경 역시 ‘여행의 모든 것’을 완성하기 위해서다. 인터파크는 2008년 이베이코리아에 G마켓을 매각한 후 여행과 티켓 예매 부분에서 경쟁력을 발휘해 왔다. 연극, 뮤지컬, 클래식, 콘서트뿐 아니라 영화와 전시 행사까지 총망라한 인터파크의 국내 공연 티켓 예매 시장 점유율은 70%에 달한다. 여행뿐 아니라 공연이라는 즐길거리에 특화된 인터파크가 여행의 다른 요소를 충족시켜주면서 야놀자와 시너지를 낼 수 있을 것이라 판단한 것이다.

실탄은 확보돼 있었다. 이미 국내 1위 여행 플랫폼 자리에 오른 야놀자는 2021년 손정의 회장의 소프트뱅크 비전펀드를 통해 2조원 이상의 투자를 유치했다. 소프트뱅크가 국내 유니콘을 대상으로 조 단위 투자에 나선 건 쿠팡 이후 처음이었다. 문규학 소프트뱅크 비전펀드 파트너는 야놀자에 추가 투자를 단행하면서 “여행 준비에서 호텔 예약은 서비스의 극히 일부이며 모빌리티, 공연, 액티비티, 식당 예약, 콘텐츠 등 다양한 방면에서의 역할이 필요하다. 비전펀드가 전 세계에서 투자한 기업 중 야놀자와 접점이 있는 부분이 아주 많다. 이를 잘 연결하는 작업을 도와줄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여행 산업 내 영향력을 확대하기 위해 인터파크를 품에 안은 야놀자는 지난해 관계사 트리플과 인터파크를 합병했다. 트리플은 빅데이터를 기반으로 항공권, 호텔, 투어, 입장권 등 각종 여행상품과 콘텐츠를 맞춤으로 제공하는 초개인화 플랫폼이다. “여행객이 원하는 요구를 디테일하게 반영한 맞춤형 상품만이 세계인의 이목을 끌 수 있다. 여러 빅데이터를 활용해 상품을 개발해 검색 없이 준비하는 K트래블 시장을 열겠다”는 것이 최휘영 인터파크트리플 대표의 계획이다. 국내외 여행과 레저 액티비티 시장에서 경쟁력을 확보할 기술력이 확보돼 있다는 설명이다.

 

“패키지 여행 중요해”…‘K콘텐츠’의 잠재력 주목

이수진 야놀자 총괄대표는 6월20일 서울 영등포구 페어몬트 앰배서더 서울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관광대국’이라는 키워드를 야놀자의 미션으로 짚었다. 이 대표는 “5년 내 인바운드 관광객 5000만 명 시대를 만들 것”이라고 자신했다. 또 “우리의 미션은 관광대국을 만드는 것이다. 우리는 대한민국 여행산업이 성장할 때 우리도 성장한다는 공식을 발견했다. 대한민국을 관광대국으로 만드는 것은 새로운 수요를 창출하는 것이고, 그것은 우리가 할 수 있는 애국이라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전 세계 관광산업의 규모는 약 9.2조 달러(1경원 이상)에 달한다(2019년 기준·세계여행관광협의회). 이는 전 세계 GDP의 10.5%에 해당하는 규모다. 관광산업은 전쟁이나 테러, 금융위기 등 대외 충격에도 15년마다 2배 이상의 성장세를 보여온 산업이기도 하다. 산업 자체의 성장성뿐 아니라 환경친화적 요소를 갖고 있다는 점, 지역 간 양극화를 해소할 수 있다는 점에서 이미 선진국들은 관광산업을 고부가가치 산업으로 인식하고 육성하고 있다.

다만 글로벌 여행 시장의 성장세에도 한국의 여행산업 성장률은 일본의 1/3 수준에 불과한 데다 무려 1조5000억원의 적자에 시달리고 있다(올해 1월 기준). 불과 1년 만에 5배 가까이 적자가 불어났다. 관광수입을 책임지는 것은 인바운드 수요다. 그러나 외국인 관광객이 적게 들어오고, 해외로 나가는 내국인 관광객은 늘어나면서 한국 관광산업은 적자를 면치 못하고 있다. 코로나19 이전인 2019년을 기준으로 인바운드 관광객은 1750만 명. 야놀자가 제시한 5000만 명은 무려 그 3배에 달하는 수치다. 정부가 제시한 ‘2027년까지 연간 해외 관광객 3000만 명 달성’보다도 높은 목표치다.

이 수치를 달성하기 위해 야놀자가 집중하는 것은 K콘텐츠다. 한국 문화 경험이 한국 방문 의향에 크게 영향을 미친다는 조사 결과를 볼 때, K콘텐츠를 접목한 K트래블은 인바운드 관광객을 끌어올 수 있는 잠재력이 충분하다는 것이다. 여행에 K엔터와 K푸드를 접목하고, 국적별 맞춤형으로 구성한 여행 패키지를 통해 관광산업의 경쟁력을 끌어올린다는 계획이다.

ⓒ인터파크트리플 제공
김종윤 야놀자클라우드 공동대표(왼쪽)와 최휘영 인터파크트리플 대표가 6월20일 서울 영등포구 페어몬트 앰배서더 서울에서 열린 인터파크트리플 미디어데이에서 발언하고 있다. ⓒ인터파크트리플 제공

야놀자가 지역에 집중하는 이유

최휘영 인터파크트리플 대표는 “그동안 패키지여행의 루트는 여행사의 편의를 위해 인사동에서 명동, 동대문 쇼핑으로 이어지는 단조로움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며 “K팝, K콘텐츠, K푸드 등 관광객이 원하는 취향이 다채로워진 지금, 한국도 많은 것을 보여줄 준비가 돼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가고 싶었던 곳, 하고 싶었던 일들을 제시하면 AI가 원하는 상품을 구성해 보여주는 맞춤형 서비스를 비롯해, 이동수단이나 체크인 방법, 맛집 등 궁금한 점에 대해 AI가 현지 가이드처럼 해결해 주는 원스톱 서비스를 통해 관광객에게 다가선다는 계획이다.

또 하나는 ‘지역’이다. 한국을 찾는 외국인 관광객은 보통 인천공항으로 입국해 서울에 머무르는 경우가 많다. 양양, 무안, 청주 등 지역공항은 사실상 개점휴업 상태를 이어왔다. 이 지역공항을 통해 외국인 관광객들이 유입되고, 지역관광 패키지 상품을 이용할 경우 해당 지역의 경제가 활성화되고 일자리가 창출되는 긍정적인 효과가 발생할 수 있다는 데 주목했다.

‘여행’이라는 키워드를 통해 지역 소멸이나 인구 감소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일본의 경우 도쿄, 오사카, 후쿠오카, 홋카이도 등 다양한 관광지가 활성화돼 있고, 베트남 역시 하노이, 호찌민, 다낭, 나트랑 등 많은 관광지를 통해 관광객을 불러들인다. 야놀자는 다양한 통로를 통해 한국의 제3, 제4 관광지를 만들겠다는 청사진을 그리고 있다. 우리나라의 지리적 여건상 지역공항도 서울에서 크게 멀지 않기 때문에, 지역에서 시작해 서울을 아우르는 다양한 여행상품도 구상할 수 있을 것이라는 설명이다.

지역 관광이 활성화될 경우 중소형 숙박시설의 활성화도 기대할 수 있다. 김종윤 야놀자클라우드 대표는 “중소형 숙박시설의 경우 3~6개월이면 관광객을 맞이할 준비를 마칠 수 있으며, 이미 한국공항공사 및 다양한 지자체와의 협력이 진행되고 있다”고 밝혔다. 중소벤처기업부와 창업진흥원과 함께 진행한 전국일주 프로젝트나 최근 강원도와 지역 관광 활성화를 위한 협약을 맺고 강릉에 야놀자 숲을 조성한 것도 지역 활성화와 지역경제 회복에 동참하기 위한 프로젝트의 일환이다.

다음 스텝은 유통이다. 이렇게 K여행의 매력을 알릴 수 있도록 고도화된 여행상품을 전 세계에 확보한 2만 개 이상의 유통 채널을 통해 유통하겠다는 것이다. 야놀자는 지난 5월 북미와 유럽을 중심으로 호텔과 렌터카, 항공권 등의 여행 아이템을 여행사에 공급하는 B2B 업체 고 글로벌 트래블(GGT)을 인수한 바 있다. 한국의 숙박시설을 비롯해 K콘텐츠를 담은 여행상품을 GGT 유통망을 통해 해외 온·오프라인 여행사에 공급할 수 있게 됐다는 얘기다.

대한민국 여행산업의 역량을 극대화하고, 멤버사 간 시너지를 통해 대표적인 여행 플랫폼으로서의 성장을 꾀하겠다는 것이 야놀자의 포부다. 기존에 국내 사업이나 아웃바운드 중심의 사업에 집중했다면, 인바운드 사업으로 범위를 확장하면서 여행산업을 키우겠다는 것이다. 최근 GGT 인수에 대한 축전이 미국 나스닥 증권거래소 외부 전광판에 걸리면서 야놀자의 나스닥 입성이 임박한 것이 아니냐는 관측이 나왔지만, 야놀자는 상장에 대해서는 공식적으로 언급하지 않고 있다. 김종윤 대표는 “명시적으로 상장에 관해 언급하지 못하는 것은 그럴 수밖에 없기 때문”이라며 “글로벌 원톱 트래블 테크 기업이 되기 위한 행보를 하겠다는 점만은 명확하게 말씀드릴 수 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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