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면·제분’에 신경 쏠린 사이 기습 인상한 ‘아이스크림·커피’
  • 허인회 기자 (underdog@sisajournal.com)
  • 승인 2023.06.26 18: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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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달 1일부터 편의점 일부 품목 최대 25% 인상
“원유가 인상 전에 가격 올려…비난 피할 수 없어”
업계와 간담회 가진 정부…공정위도 움직일까
서울 한 대형마트의 아이스크림 매대 ⓒ연합뉴스
서울 한 대형마트의 아이스크림 매대 ⓒ연합뉴스

정부가 라면과 제분 업계에 가격 인하를 주문한 가운데 편의점에서 판매되는 아이스크림과 커피 등의 가격이 내달부터 최고 25% 인상된다. 식품업계는 원가 부담이 계속 가중돼 불가피하게 가격을 올리게 됐다는 입장이지만 후폭풍이 예상된다. 정부가 라면 업계에 대한 공정거래위원회 조사 가능성을 언급한 가운데 인하 압박이 식품 업계 전반으로 퍼질 가능성이 제기될 수도 있다는 전망이 나오고 있어서다.

26일 유통업계 등에 따르면, 내달 1일부로 편의점에서 판매되는 음료와 아이스크림, 안주류, 통조림 일부 제품의 가격이 최대 25% 인상된다. 제조사들이 공급가를 인상했기 때문이다.

롯데웰푸드(구 롯데제과)는 편의점에서 판매되는 아이스크림에 대해 가격을 20~25% 올릴 계획이다. 스크류바·죠스바·옥동자바·수박바·와일드바디·돼지바·아맛나 등의 가격은 기존 1200원에서 1500원으로 25% 오르고 빠삐코는 1500원에서 1800원으로 20% 인상된다.

당초 롯데웰푸드는 올 초 인상을 예고하고 대형마트 등의 유통 채널에 대해선 가격을 올렸지만 편의점에 대해선 계획을 연기했다. 하지만 원재료와 인건비 상승으로 인해 이번 인상이 불가피하다는 입장이다. 앞서 롯데웰푸드는 지난해 4월 제과·빙과류에 대해 두 자릿수 인상을 단행한 바 있다.

커피와 음료 인상도 이뤄진다. 코카콜라 등 음료제조사들은 조지아 오리지널·카페라떼, 맥스 캔커피 240㎖(이상 1200원→1300원), 미닛메이드 알로에·포도 180㎖(1100→1200원) 등을 인상한다. 아울러 매일유업과 동원F&B도 치즈 19종 및 식품성 음료, 스위트콘 등을 10~25% 올린다.

여름 성수기를 맞아 사람들이 많이 찾는 아이스크림이나 커피 등의 가격이 오르면서 소비자들의 불만이 커지는 상황이다. 특히 정부가 라면과 제분 업계를 향해 가격 인하를 요청하는 등 물가 안정을 도모하는 상황에서 인상 결정이 나온 것이 아쉽다는 반응이다.

한국소비자단체협의회 물가감시센터 관계자는 “커피는 소비자들이 가장 즐겨 찾는 기호식품 중의 하나이며, 아이스크림 역시 여름철이 많은 소비자들이 즐겨 찾는 현실에서 원유를 주요 원료로 하는 아이스크림, 커피 등이 원재료 부담으로 인해 가격이 또 오르는 경우, 이미 고물가로 고통을 겪고 있는 소비자들의 장바구니 부담이 또다시 가중될 것”이라고 비판했다.

특히 원유 가격 협상이 진행되고 있는 와중에 인상 결정을 내린 것에 대해 비판의 소지가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물가감시센터 관계자는 “롯데웰푸드, 매일유업 등의 경우 인상 시기가 늦어지면 시기적으로 압박을 받게 될 수 있어 원유가 인상 전에 가격 인상을 단행한 것으로 보인다”면서 “원재료가격이 아직 변동이 없음에도 미리 가격을 올리는 업체들의 경우, 소비자들의 비난을 피할 수 없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현재 낙농진흥회는 지난 9일부터 이사 1명, 생산자 3명, 우유업계 3명 등 7인으로 구성된 소위원회를 열어 원유 기본 가격 조정을 협상하고 있다. ℓ당 69∼104원 범위에서 가격이 올라갈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농림축산식품부는 유제품 가격 인상 자제를 업계에 요청하고 있다.

추경호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지난 20일 서울 영등포구 전국경제인연합회 컨퍼런스센터에서 열린 기업인 간담회에서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추경호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지난 20일 서울 영등포구 전국경제인연합회 컨퍼런스센터에서 열린 기업인 간담회에서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정부, 업계 연쇄 간담회 시작하나…‘경제 검찰’ 공정위는?

일각에서는 올해 초 잇달아 간담회를 갖고 가격 동결을 압박했던 정부가 다시 비슷한 패턴으로 식품업계 전반의 인하를 주문할 가능성도 제기된다. 이날 정부는 제분업계와 간담회를 통해 가격 안정 협조를 요청하기도 했다.

압박 카드로는 공정위가 꼽히는 상황이다. 최근 추경호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라면 인하 가격을 공개적으로 요청한 데 이어 한덕수 국무총리는 라면 업계의 담합 가능성에 대해 공정위가 들여다봐야 한다고 언급한 바 있다. 2011년 이명박 정부 당시에도 라면·빵·과자 등 식품업체들에 대한 공정위 가격 담합 조사가 이뤄지자 업체들이 잇달아 가격 인하 대열에 합류하기도 했다.

하지만 상황을 지켜봐야 한다는 주장도 있다. 지난해 공정위는 아이스크림 업체들을 가격 담합으로 과징금 1350억원을 부과하고 검찰에 고발한 바 있다. 하지만 이후에도 빙과, 아이스크림 제품들은 지속적으로 가격 인상이 이뤄졌다. 아이스크림의 올해 1분기 물가 인상률은 11.8%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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