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해 24만 외국인이 한국 병원 찾는 이유
  • 노진섭 의학전문기자 (no@sisajournal.com)
  • 승인 2023.07.16 10:05
  • 호수 176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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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픽으로 본 외국인 환자 현황]
미국인·중국인·일본인이 내과·성형외과·피부과 찾아

국제사회에서 한류를 ‘케이컬처(K-culture)’라고 표현하듯이 한국 의료는 ‘메디컬 코리아(Medical Korea)’로 대변된다. 보건복지부와 한국보건산업진흥원은 2009년 한국 의료를 홍보하기 위해 메디컬 코리아를 국가 의료 브랜드로 선포한 바 있다. 정부는 이때부터 공식적으로 외국인 환자 유치를 허용했다. 

한국 병원을 찾은 ‘외국인’이란 한국 국적이 없는 사람을 말한다. 따라서 우리 국민건강보험에 가입하지 않았고 국내 거주자도 아니다. 또 주한미군과 재외공관·국제기구 직원 그리고 한국 국적을 포기하고 해당 국가로 이민을 간 한국인도 외국인에 해당한다. 이중국적을 가진 한국인은 외국인 환자 범주에 포함되지 않는다. 보건산업진흥원 관계자는 “한국계 외국인은 순수 외국인보다 친척 방문 등의 목적으로 한국을 찾을 기회가 많다. 그러나 국내 의료기관에서 외국인 환자의 이전 국적을 파악할 수 없기 때문에 한국계 외국인이 얼마나 되는지에 대한 통계는 없다”고 말했다.

2009년 6만에서 2019년 49만으로 급증

외국인 환자 유치 14년을 맞은 올해 6월 보건산업진흥원은 외국인 환자 유치 실적 보고서를 공개했다. 2009년 약 6만 명(139개국)의 외국인 환자 수는 매년 증가해 2019년 약 49만 명(191개국)을 기록했다. 코로나19 유행으로 2020년과 2021년은 각각 11만 명대와 14만 명대로 감소했다가 지난해 24만 명대로 반등했다. 코로나19 유행 이전인 2019년의 절반 수준까지 회복한 것이다. 지난 14년간 누적 외국인 환자 수는 약 327만 명을 헤아린다. 보건산업진흥원 관계자는 “외국인 환자는 신용카드나 현금뿐만 아니라 보험으로도 병원비를 지급한다. 민간 보험이나 해외 지급이 가능한 국가보험을 이용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지난해 10월부터 무비자 입국을 허용하면서 한국 병원을 찾는 외국인 환자가 다시 늘어나기 시작했다. 이행신 보건산업진흥원 국제의료전략단장은 “2022년에도 여전히 코로나19 팬데믹으로 인한 감염 위험성이 존재한 해였으나 2021년에 비해 외국인 환자가 70.1% 증가했고, 코로나19 이전 2019년의 절반까지 회복한 한 해다. 2023년 이후에는 그 회복 속도가 더 빨라질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지난해 한국 병원을 찾은 외국인 환자는 191개국 24만8110명으로 집계됐다. 코로나19 유행 이전인 2019년에는 198개국 약 49만 명의 외국인 환자가 우리 병원을 찾았다. 이는 외국인 환자 유치를 본격적으로 시작한 2009년 이후 14년 만에 최대 수치다. 그러나 코로나19 유행으로 국가 간 이동이 제한되면서 한국 병원을 찾은 외국인 환자 수도 10만 명대로 크게 줄어들었다. 지난해부터 다소 회복하는 분위기다. 지난해 한국 병원을 찾은 외국인 환자 약 24만 명 가운데 여자(61.2%)가 남자(38.8%)보다 많았다. 또 20·30대 젊은 층 외국인 환자가 전체의 54.9%로, 중장년층보다 많았다. 이들이 향한 곳은 주로 수도권에 있는 의료기관이었다. 서울(59%)·경기도(16%)·인천(3.2%)에 있는 의료기관을 찾은 외국인 환자는 전체의 약 78%로 집계됐다.

동남아 환자 늘고 러·중앙아 환자는 줄어

가장 많이 한국 병원을 찾은 외국인 환자의 국적은 미국·중국·일본 순이다. 전체 외국인 환자 중 미국인은 17.8%로 가장 많다. 이 비율은 코로나19 유행 직전인 2019년 11.7%보다 증가했다. 그러나 환자 수만 놓고 보면, 2019년 약 5만8000명의 약 75% 수준인 4만4095명에 머물렀다. 이는 지난해 국내에 입국한 미국인 총 54만3648명 가운데 8.1%에 해당하는 수치다. 미국인 입국자 중 환자 비율은 2019년 5.6%보다 상승한 셈이다. 미국인 환자가 찾은 진료과목은 내과 통합 23.4%, 검진센터 10.6%, 피부과 9.8% 순이다.

전체 외국인 환자 중 중국인은 17.7%로 코로나19 유행 직전인 2019년 32.7%의 절반 수준이다. 환자 수도 4만3923명으로 2019년 약 16만3000명의 4분의 1 수준을 보였다. 지난해 국내 입국한 중국인은 총 22만7358명인데 이 가운데 의료 목적으로 입국한 중국인 환자는 19.3%다. 국내에 입국하는 중국인 10명 중 2명은 의료관광 목적인데, 이 비율은 2019년 2.7%보다 많이 상승했다. 중국인 환자가 찾은 진료과목은 내과 통합 22.6%, 피부과 17.4%, 성형외과 13.4% 순이다. 

일본인 환자는 전체 외국인 환자 중 8.8%로 집계됐다. 코로나19 직전인 2019년 13.8%보다 감소했다. 환자 수는 2만1757명으로 2019년 약 6만8000명의 3분의 1수준이다. 지난해 국내에 입국한 일본인 총 29만6867명 가운데 환자 비율은 7.3%다. 이는 2019년 2.1%에서 증가한 수치다. 일본인 환자가 찾은 진료과목은 성형외과 38.3%, 피부과 30.7%, 내과 통합 11.5% 순이다. 

특이점은 최근 동남아 국가 환자가 늘어나고 러시아·중앙아시아·중동 국가의 환자는 줄어들었다는 점이다. 동남아(베트남·필리핀·태국 등) 환자는 모두 5만896명(20.5%)으로 2019년 4만5517명보다 증가했다. 특히 태국·필리핀·싱가포르 국적의 환자는 각각 144%, 136.9%, 127% 증가했다. 반면 러시아 국적 환자는 9616명(3.9%)으로 2019년 2만9897명에서 절반 이하로 줄어들었다. 중앙아시아(카자흐스탄·우즈베키스탄·키르기스스탄 등) 환자도 1만1513명(4.6%)으로 2019년 1만8690명보다 감소했다. 중동(아랍에미리트·사우디아라비아·이집트 등) 환자는 3458명(1.4%)인데 이는 2019년 8963명의 3분의 1가량으로 줄어든 규모다. 한 대학병원 관계자는 “본 병원의 국제진료센터를 찾는 외국인 환자는 코로나19로 많이 감소했다가 최근에 다소 회복되는 분위기다. 그러나 아직 코로나19 유행이 종식되지 않았고, 특히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전쟁으로 러시아와 중앙아시아 환자는 거의 없다”고 말했다. 

국내 병원을 찾은 외국인 환자는 어떤 진료과목을 선호할까. 10명 중 2명(22.3%)은 내과 통합 진료를 받은 것으로 나타났다. 내과 통합이란 일반 내과·감염내과·내분비대사내과·류마티스내과·소화기내과·순환기내과·신장내과·알레르기내과·혈액종양내과·호흡기내과·가정의학과를 포함하는 말이다. 내과 통합 진료를 받은 외국인 환자 비율은 2019년 19.2%(11만3442명), 2020년 21.5%(2만9094명), 2021년 26.4%(4만7930명), 2022년 22.3%(6만5424명)로 4년간 1위를 차지했다. 

그다음은 성형외과(15.8%), 피부과(12.3%), 검진센터(6.6%) 순이다. 한국 화장품(K뷰티) 영향으로 성형외과와 피부과는 외국인이 많이 찾는 진료과목이다. 성형외과와 피부과는 2019년에도 전체 진료과목에서 각각 15.3%와 14.4%를 차지했다. 국내 검진센터를 찾은 외국인 환자 비율은 2019년 9.2%(약 5만4000명)인 4위에서 2021년에는 10.1%(약 1만8000명)로 2위를 차지했다. 지난해에는 약 1만9000명의 외국인 환자가 검진센터를 찾았다. 한편 미국인과 중국인 환자는 내과 통합을 찾는 비중이 높고, 일본·태국·베트남·인도네시아 환자는 성형외과를 선호하는 편이다. 

“중증질환 외국인 환자 비율 높여야”

외국인 환자가 가장 많이 이용하는 국내 의료기관은 의원급 병원이다. 전체 외국인 환자 중 36.3%가 의원을 찾았다. 의원을 찾은 외국인 환자 비율은 10년 전인 2012년 21.4%에서 약 10%포인트 상승했다. 그다음으로 종합병원(28.8%), 상급종합병원(18.9%), 병원(10.7%) 순이다. 종합병원을 찾은 외국인 환자 비율(28.8%)도 10년 전 21.3%보다 높아졌다. 그러나 상급종합병원을 찾은 외국인 환자 비율은 10년 전 37.8%보다 많이 하락했다. 

의원은 정형외과의원·신경외과의원·치과의원·한의원과 같이 단일 과목을 진료하는 의료기관이다. 병상은 30개 미만이며 흔히 우리가 집 근처에서 찾아볼 수 있는 동네병원이 의원이다. 병원은 병상을 30~99개 갖춘 의료기관으로 요양병원·정신병원·치과병원·한방병원 등이 있다. 의원이 외래진료를 한다면 병원은 입원진료에 조금 더 집중한다. 종합병원은 100개 이상의 병상을 갖추고 여러 진료과목과 전문의를 갖춘 의료기관이다. 병상 수가 100~300개인 종합병원은 7개 이상의 진료과목을 갖추고 진료과목마다 전문의를 둬야 한다. 병상 수가 300개를 초과하는 종합병원은 진료과목 9개 이상을 보유하고 진료과목마다 전문의를 갖춰야 한다. 종합병원 중에서도 상급종합병원이라는 의료기관이 있다. 보건복지부가 3년마다 인력·시설·장비·교육 등을 평가해 우수한 종합병원을 상급종합병원으로 지정한다. 중증질환에 대해 난이도 높은 의료행위를 전문으로 하는 의료기관이고, 대학병원 대다수가 상급종합병원에 해당한다. 

높은 의료 기술이 필요한 중증질환 진료를 받는 외국인 환자가 늘어나야 메디컬 코리아의 위상이 높아질 수 있다. 지난해 중증질환으로 한국 의료기관을 찾은 외국인은 모두 1만2604명이다. 전체 외국인 환자 24만8110명 중 약 5%로 매우 낮은 수준이다. 코로나19 유행 직전인 2019년 한국 병원을 찾은 전체 외국인 환자 중 중증질환자 비율도 약 7.8%로 저조했다. 총 24만8110명의 외국인 환자 중 국내 병원에 입원한 비율도 7.6% 선이고 대다수인 92.4%는 외래진료다. 보건산업진흥원 관계자는 “중증질환은 장시간 진료가 필요하므로 외국인 환자가 한국에 체류하는 시간이 길어진다. 그만큼 병원 비용과 체류비도 늘어난다. 그래서 국내에 장기 체류하면서 치료받는 중증질환 환자 비율은 높지 않다. 중증질환 외국인 환자를 유치하는 방안을 고민할 필요가 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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