빚에 짓눌린 韓 가계…원리금 상환부담·증가 속도 ‘세계 2위’
  • 김은정 디지털팀 기자 (ejk1407@naver.com)
  • 승인 2023.07.17 13:54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BIS 기준, 지난해 韓 DSR 0.8%p 상승한 13.6%
가계대출 다시 증가세…사상 최대 1062조원 기록
17일 국제결제은행(BIS)에 따르면, 지난해 한국 가계 부문의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Debt service ratios)은 13.6%로 추산됐다. 이는 조사 대상인 전 세계 주요 17개국 가운데 호주(14.7%)에 이어 두 번째로 높은 비율이다. ⓒ 연합뉴스
17일 국제결제은행(BIS)에 따르면, 지난해 한국 가계 부문의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Debt service ratios)은 13.6%로 추산됐다. 이는 조사 대상인 전 세계 주요 17개국 가운데 호주(14.7%)에 이어 두 번째로 높은 비율이다. ⓒ 연합뉴스

지난해 우리나라 가계의 빚 부담 수준과 증가 속도가 전 세계 주요국 중 두 번째로 높은 것으로 집계됐다. 2021년 중반 이후 지속된 금리 인상으로 대출 원리금 상환액이 불어났기 때문이다. 최근 한국은행의 기준금리 인상 기조가 멈췄으나 가계부채 규모가 다시 증가세로 돌아선 만큼 금리 인상이 이뤄진다면 가계 빚 부담은 당분간 더 커질 것으로 예상된다.

17일 국제결제은행(BIS)에 따르면, 지난해 한국 가계 부문의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Debt service ratios)은 13.6%로 추산됐다. 이는 조사 대상인 전 세계 주요 17개국 가운데 호주(14.7%)에 이어 두 번째로 높은 비율이다.

DSR은 소득 대비 부채 원리금 상환 부담을 나타내는 지표로, DSR이 높으면 소득에 비해 빚 상환액이 크다는 것을 뜻한다. BIS는 국민 계정을 활용해 산출한 17개국의 DSR을 분기별로 발표하고 있다.

호주와 한국에 이어 캐나다(13.3%)와 네덜란드(13.1%), 노르웨이(12.8%), 덴마크(12.6%), 스웨덴(12.2%) 등도 지난해 기준 DSR 10%를 웃돌았다. 뒤이어 영국(8.5%)과 미국(7.6%), 일본(7.5%), 핀란드(7.5%), 벨기에(7.3%), 프랑스(6.5%), 포르투갈(6.2%), 독일(6.0%), 스페인(5.8%), 이탈리아(4.3%) 등이었다.

한국은 가계부채 증가 속도 역시 주요국 중 두 번째로 빨랐다. 한국의 지난해 DSR은 전년인 2021년(12.8%)과 비교해 0.8%포인트(p) 증가했다. 역시 1.2%p(13.5→14.7%) 오른 호주 다음으로 높았다.

이어 캐나다 0.7%p(12.6→13.3%), 미국 0.4%p(7.2→7.6%), 핀란드 0.3%p(7.2→7.5%), 일본 0.1%p(7.4→7.5%), 스웨덴 0.1%p(12.1→12.2%), 포르투갈 0.1%p(6.1→6.2%) 등도 1년 새 DSR이 올라 원리금 상환 부담이 확대됐다.

반면 조사 대상 17개국 중 9개국은 지난해 DSR이 하락했다. 2021년 노르웨이(14.5%), 덴마크(14.2%), 네덜란드(13.8%), 호주(13.5%) 등의 DSR이 한국(12.8%)보다 높았지만, 1년 새 한국의 DSR이 호주를 제외한 나머지 국가를 뛰어넘었다. 코로나19 사태 이후론, 우리나라의 DSR 상승폭(2019년 말 대비)은 1.4%p로 조사 대상 중 가장 컸다.

BIS가 산출하는 DSR은 분모인 소득에 금융부채 미보유 가계가 포함되는 데다 분자인 원리금 상환액 산정 시 대출 만기를 18년으로 일괄 적용하고 있어, 실제보다 작게 산정됐을 가능성이 크다. 다만 가계의 원리금 상환 부담 증가 정도나 국가 간 비교 시에는 유용하다는 평가다.

실제 한국은행이 2022년 가계금융복지 조사(2021년 소득·지출 대상) 기준 금융부채 보유 가구의 평균 DSR을 산출한 결과 29.4%, 가계부채 데이터베이스(DB)를 토대로 가계대출 차주 기준으로 평균 DSR을 산출한 결과도 지난해 4분기 40.6%로 BIS 기준에 비해 상대적으로 높게 나타났다.

이처럼 한국의 DSR 수준과 증가 속도가 호주를 제외하곤 전 세계서 가장 큰 이유는 금리 인상으로 가계의 원리금 상환 부담이 크게 늘어나서다. 금리가 인상되면 전체 가계부채 증가세는 소폭 꺾이는 것이 일반적이다.

실제 예금 취급 기관 가계대출 규모는 2021년 1261조4859억원에서 지난해 1248조11억원으로 1.1% 줄어 관련 통계 집계가 시작한 2003년 이후 처음으로 감소했다. 같은 기간 예금은행 가계대출 금리(잔액 기준)는 2021년 연 3.01%에서 지난해 연 4.66%로 급증했다. 빚을 진 사람들로선 갚을 이자가 늘어나게 돼 부담이 커진 셈이다.

문제는 그동안 완만하던 가계대출 증가세가 최근 들어 다시 가파른 상승세로 전환, DSR 오름세가 당분간 이어질 것으로 우려되는 점이다. 예금은행의 가계대출 잔액은 지난 6월말 기준 1062조3000억원으로 사상 최대를 기록했다.

은행권 가계대출은 올해 들어 지난 3월까지 감소세를 보이다가 4월 이후 석 달 연속 증가했다. 특히 6월 가계대출 증가 폭은 2021년 9월 이후 1년9개월 만에 가장 컸다. 은행권과 제2금융권을 포함한 전 금융권 가계대출은 지난달 3조5000억원 증가해 3개월 연속 증가세를 이어갔다.

예금은행 가계대출 금리(잔액 기준)는 지난해 1분기 3.25%에서 2분기 3.52%, 3분기 3.98%, 4분기 4.66%에 이어 올해 1분기 5.01%까지 증가했다. 신규 취급액 기준으로는 지난해 3분기 4.81%에서 4분기 5.52%로 정점을 찍은 뒤 올해 1분기 5.22%로 하락했지만, 최근 시장금리 상승으로 은행권 가계대출 금리 등이 다시 오르고 있어 2분기 이후 추가 상승의 여지가 있다.

가계대출 규모 자체가 다시 증가하는 상황에서 금리가 계속 인상될 경우 가계의 빚 상환 부담은 더 커지게 돼 금융 시장 안정성 저해에 대한 우려가 나오고 있다.

이창용 한은 총재는 최근 기자간담회에서 최근 가계대출이 다시 급격히 늘어나는 것과 관련해 "중장기적으로 국내총생산(GDP) 대비 가계부채 비율을 줄이는 거시적 대응이 필요하다"면서 예상 밖으로 급격히 늘어날 경우 금리나 거시건전성 규제 등을 통해 대응할 수 있다고 밝힌 바 있다.

관련기사
이 기사에 댓글쓰기펼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