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머랠리 이후 반도체·IT 하드웨어 관련주 주목
  • 조홍규 前 삼성자산운용 센터장 (sisa@sisajournal.com)
  • 승인 2023.07.24 09:35
  • 호수 176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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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테크_금융] 물가 안정되면서 내년 상반기부터 금리 인하 가능성
성장주와 신흥국 주식시장으로 자금 유입 늘어날 전망

최근 물가가 빠른 속도로 안정화되고 있다. 6월 기준 미국의 소비자물가 상승률(CPI)은 전년 동기 대비 3.0%를 기록하며 2022년 6월 9.1%에 비해 3분의 1 수준으로 줄어들었다. 우리나라의 소비자물가도 2.7% 상승하며 코로나 이전 수준으로 회귀했다. 

통화정책 결정에 더 큰 영향을 미치는 근원물가 상승률도 미국의 경우 2021년 2월 이후 가장 낮은 수치를 기록했다. 고용시장의 수급 불균형이 해소되고 있으며, 원자재 가격 및 물류 병목현상도 해소되면서 물가의 상승 압력이 낮아진 것이다. 명목금리가 물가보다 높아지는 정상적인 영역, 즉 실질금리가 ‘플러스’ 영역에 도달함에 따라 긴축적인 통화정책에 대한 필요성이 낮아졌다. 많은 시장 참여자들은 미국의 금리 인상도 7월이 마지막일 것이라고 예상한다. 일부에서는 내년 상반기부터 금리 인하가 시작될 것이라는 예측도 나오고 있다.

7월14일 서울 중구 하나은행 딜링룸 전광판에 코스피지수가 표시돼 있다. ⓒ연합뉴스

하반기 주가 추가 상승 기대감

고물가 압력이 진정되면서 정책 당국의 공격적 금리 인상이 종료될 것이라는 기대감에 소비심리도 큰 폭으로 개선됐다. 미국의 7월 소비자심리지수는 72.6을 기록하며 2021년 9월 이후 최고치를 돌파했다. 가계의 소비 여력 및 소비 신뢰가 회복되고 경기 불확실성 리스크는 완화됐기 때문이다. 소비심리 반등은 경기 연착륙과 주가의 추가 상승으로 이어질 수 있다. 실업률과 물가상승률로 이뤄진 경제 고통지수가 하락하면서 경기 침체 우려는 약화되고, 경기에 대한 연착륙 기대감이 확산되고 있다. 또한, 역사적으로 미국의 소비자심리지수는 미국의 주가지수와 높은 상관관계를 보여주고 있다. 최근 경기 사이클에서도 소비심리와 주가지수의 저점이 2022년 상반기로 거의 일치했다. 향후 소비심리의 반등 추세가 지속된다면 하반기 주가의 추가 상승도 기대해볼 수 있다.

서머랠리는 여름 휴가철을 앞둔 펀드매니저들이 미리 대형주를 사놓고 휴가를 떠나면서 6월부터 8월까지 주가가 상승하는 여름철 반등장을 일컫는 말이다. 6월 미국 연준의 기준금리 동결, 물가상승률 하락, 연착륙 기대감 증가 등으로 미국 주가가 상승하면서 여름철 이후 서머랠리에 대한 기대감이 높아지고 있다. 미국 S&P지수는 올해만 18.8% 상승했고, 나스닥지수는 37.1%, 우리나라의 종합주가지수도 17.0% 상승했다. 사상 최고치까지도 S&P지수는 6%, 나스닥지수는 12%를 남겨두고 있다.

물가 상승에 따른 금리 인상은 기업의 자금조달 비용을 증가시키는 요인으로 작용해 왔다. 단기적으로 7월에 미국이 추가로 금리를 인상해도 추세적인 시중금리 하락은 지속될 가능성이 크다. 따라서 금리 하락에 따른 성장주 강세와 달러 약세 과정에서 신흥국 주식시장으로의 자금 유입은 당분간 지속될 것으로 생각된다. 미국 시장에서는 순이익 비중과 증가율이 동반 상승하고 있는 산업재와 기술주 섹터, 우리나라에서는 국내 반도체 및 IT 하드웨어 섹터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하반기 세계경제는 예상보다 양호한 흐름을 보일 전망이다. 미국 경기 둔화가 완만하고 추가 긴축에 대한 부담도 완화됐기 때문이다. 또한, 미국은 고용과 소비도 양호한 흐름을 보이고 있다. 유로존의 경우 경기 회복이 더디지만 에너지 수급 부담 약화, 서비스 소비 회복 등으로 하반기에는 경기 저점 통과 흐름이 더욱 뚜렷해질 것으로 예상한다. 우리나라 경기도 2분기에 저점을 통과했다고 본다. 6월 수출이 전년 대비 감소했으나, 무역수지가 16개월 만에 흑자로 전환한 것은 경기 반등의 신호로 볼 수 있다. 반도체 수출이 2개월 연속 개선되면서 회복세를 보이고 있으며 자동차, 철강, 기계, 이차전지 수출도 양호한 흐름을 보이는 등 수출 경기가 최악의 국면을 통과하고 있다.

한편, 세계경제의 한 축을 담당하는 중국에 대해서는 우려의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2분기 중국 경제는 전분기 대비 0.8% 성장하며 1분기 2.2% 대비 성장세가 큰 폭으로 둔화됐다. 대외 경기 악화로 수출 감소 폭이 확대되며 올해 6월까지 누적 수출이 전년 대비 3.2% 감소했다. 또한, 고용시장 악화로 소비가 좀처럼 반등하지 못하면서 소매판매 지표도 예상을 하회하고 있다. 중국의 청년실업률은 6월 21.3%로 역대 최고치를 기록했다. 고학력 청년층은 늘어나는 반면, 코로나19 이후 서비스업 중심 일자리 창출로 인해 적합한 일자리가 부족한 상황이 지속되면서 청년실업률이 빠르게 상승하고 있다. 고용시장이 내수경기의 근간이니만큼 고용시장에 대한 불안은 경제심리를 악화시켜 소비 회복을 저해하는 주요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향후 경기에 대해 가늠할 수 있는 부동산 상황도 부진이 심화하고 있다. 6월 70개 대도시 신규주택 가격은 전월 대비 0.06% 하락하며 올해 처음으로 하락 전환했다. 중국의 부동산 경기 부진은 과거에 실시한 부채 기반 성장의 부작용이므로 단기간 해결할 수 있는 문제가 아니다.

 

투자등급 채권에 투자할 기회

2008년 금융위기 이후 2020년까지 세계경제는 저성장, 저물가, 저금리의 3저 시대를 겪어왔다. 장기채권인 10년물 기준으로도 미국의 국채금리는 3%를 넘지 못했고, 독일이나 일본의 국채금리는 마이너스 수준까지 떨어졌었다. 코로나 이후 고용시장의 수급 불균형과 공급망 충격, 지정학적 리스크 등으로 물가가 급등하면서 공격적인 기준금리 인상이 이어졌다. 시중금리 역시 최근 10년래 가장 높은 수준까지 급등했다. 무리해서 어렵게 잡아놓은 물가를 생각하면 정책 당국이 기준금리 인하 등 완화적 정책을 당장 실시하는 것은 쉽지 않겠지만 추세적인 방향성 측면에서 시중금리는 상승보다는 하락이다.

미국 투자등급 채권 ETF 기준 달러화 표시 투자등급 채권의 평균금리는 5% 중반대다. 국내 채권의 경우에도 투자등급 회사채의 금리가 5% 수준을 기록하고 있다. 단기적으로 시장금리가 상승하면 평가손익 기준으로 손실이 발생할 수 있으나 만기까지 보유한다면 연수익률 5% 수준을 예상할 수 있다는 것이다. 위험에 보수적인 투자자라면 채무불이행 위험 없이 3% 후반대 수익을 얻을 수 있는 국채에 투자하는 것도 고려할 만한 대안이라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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