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빌리티 플랫폼의 사활 건 영토 전쟁 2라운드
  • 이석 기자 (ls@sisajournal.com)
  • 승인 2023.07.25 11:05
  • 호수 176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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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카오·티맵·소카 등 M&A와 합종연횡 통해 ‘쩐의 전쟁’
전통적인 차량 공유에서 물류·금융·엔터로 영역도 확대

국내 모빌리티 회사들의 영토 전쟁이 가속화하고 있다. 천문학적인 투자금과 사업 이익을 바탕으로 공격적인 인수합병(M&A)이나 합종연횡에 나서고 있다. 사업 역시 기존의 택시·대리기사 호출이나 차량 공유 서비스에서 금융, 물류, 엔터테인먼트 등으로 영역을 확대해 나가는 추세다. 

배경에는 ‘경쟁에서 이기지 못하면 살아남을 수 없다’는 절박함이 깔려 있다. 2020년까지만 해도 모빌리티 서비스의 투자 주체는 완성차 업체나 대형 IT 업체가 대부분이었다. 새로운 먹거리 발굴 차원에서 모빌리티 플랫폼이나 자율주행, 스마트 물류 서비스 등에 적극적으로 투자해 왔다. 2021년부터 이 흐름이 바뀌었다. 우버와 카카오모빌리티, 티맵 등 플랫폼 업체들이 새로운 투자 주체로 떠올랐다.

가장 먼저 시장을 선점한 회사는 카카오모빌리티다. 이 회사는 현재 택시 호출 시장을 사실상 독점하고 있다. 이 영향력을 바탕으로 카카오T 대리와 김기사(차량용 내비게이션), 주차, 심지어 대중교통 등으로 영역을 확대하고 있다. 2021년 3월에는 현대차그룹의 렌터카 서비스인 딜카를 인수했다. 카카오페이와 같은 결제 플랫폼과 결합할 경우 원스톱 서비스가 가능할 것으로 전문가들은 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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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유정 디스이즈엔지니어링(TIE) 대표가 7월4일 서울 중구 플라자호텔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자사의 고속 AAM 자율비행체에 대해 발표하고 있다. ⓒ연합뉴스

완성차 업계 제치고 모빌리티 투자 주체로

후발주자인 티맵모빌리티의 행보도 주목된다. 2020년 12월 SK텔레콤에서 분사한 후 공격적인 행보를 이어가고 있기 때문이다. 대형 투자도 잇달아 성사시켰다. 월간활성이용자수(MAU)가 1300여만 명에 달하는 티맵 내비게이션 앱이 최대 강점이다. 이 서비스를 바탕으로 택시 호출과 대리, 주차, 대중교통 정보 등으로 사업을 확대하고 있다. 덕분에 티맵은 회사 설립 2년 만에 기업 가치를 2배 이상 성장시켰다. 2021년에는 우버와 함께 합작회사인 우티(UT)를 출범시키도 했다. 이 밖에도 소카는 2022년 8월 모빌리티 플랫폼 최초로 코스피에 상장했다. 이은영 삼일PcW경영연구원 연구원은 “이들 회사는 대부분 차량 공유나 택시 호출, 내비게이션 시장에서 확고한 위치를 점유하고 있다”면서 “이렇게 마련된 재원을 바탕으로 다른 모빌리티 영역에 대한 공격적 투자를 진행 중”이라고 말했다.

해외에서는 이미 모빌리티 플랫폼 회사가 100년 이상의 업력을 가진 전통기업을 넘어서는 사례를 적지 않게 볼 수 있다. 대표적인 곳이 세계 최대 차량 공유 서비스 회사인 미국의 우버다. 2009년 설립된 이 회사는 불과 10년여 만에 전 세계 80개국, 1만 개 이상 도시로 서비스를 확장했다. 회사 가치는 2010년 400만 달러(51억원)에서 2022년 493억 달러(62조4000억원)로 13년 만에 1만 배 이상 증가했다. 글로벌 완성차 브랜드인 GM(478억 달러)과 포드(470억 달러), 혼다(417억 달러)의 기업 가치를 앞서고 있다.

그랩의 경우 금융 서비스까지 확대했다. 초창기 사업 모델은 우버와 유사했다. 2012년 말레이시아에서 40여 대의 택시로 사업을 시작했다. 현재는 동남아 차량 호출 시장의 70%를 점유하고 있다. 이후 택배나 음식 배달, 마트 배송에 이어 페이, 보험, 자산관리 등으로 사업을 확장했다. 그랩은 최근 싱가포르에서 디지털 은행 라이선스까지 획득한 상태다. 중국에 본사가 있는 디디추싱의 경우 2021년 6월 뉴욕증시에 상장까지 했다. 조달액은 44억 달러(5조2000억원)로 2014년 상장한 알리바바에 이은 최대 규모다. 

기존의 모빌리티 강자였던 완성차 브랜드나 IT 업계의 행보도 심상치 않다. 지상 중심의 모빌리티 영역을 하늘로 확대하면서 새로운 먹거리 발굴에 나섰다. ‘플라잉카’나 ‘에어택시’로 불리는 UAM(Urban Air Mobility·도심형 항공 모빌리티)이 그 중심에 있다. 도심에서 단순히 화물만 수송하는 소형 드론과 달리 UAM은 승객 탑승이 가능하다. 때문에 시장 규모는 2022년 말 현재 450억 달러(57조원)에서 2040년 1조4739억 달러(1800조원)로 확대될 것으로 예상된다. 《모빌리티 기술혁명 미래보고서 2030》의 저자인 박승대 전북대 4차산업 특임교수는 “모든 문명사적 대변혁은 교통물류 혁명에서 시작됐다”면서 “4차 산업혁명기의 변혁 역시 교통물류 지능형 로봇, 그중에서도 에어모빌리티가 주도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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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퀴가 차체 방향과 90도 꺾여 움직이는 현대모비스의 e-코너 모듈 모습 ⓒ연합뉴스

우버는 왜 자율주행 사업부를 매각했나

현재까지 관련 기술이 가장 앞서있는 곳은 미국이다. 삼일PcW경영연구원이 최근 발간한 보고서에 따르면 현재 미국에서 130개 회사가 UAM 상용화를 위해 박차를 가하고 있다. 뒤를 이어 영국(25개), 독일(19개), 프랑스·일본(12개) 순이다. 국내의 경우 현대자동차와 대한항공, KAI, 한국항공우주연구원이 경쟁 중이다.

이 중에서도 현대차그룹이 가장 적극적으로 투자하고 있다. 현대차그룹은 2019년 UAM 전담부서를 신설했다. 2021년에는 미국에 AAM(Advanced Air Mobility·미래 항공 모빌리티) 사업 독립법인인 ‘슈퍼널’을 설립했다. AAM은 UAM과 RAM(Regional Air Mobility·지역 간 항공 모빌리티)을 포괄한 개념이다. 지난해 영국 판버러 에어쇼에서 공개된 전기 수직이착륙 항공기의 인테리어 캐빈 콘셉트가 그 결과물이다. 현대차그룹 관계자는 “이 모델은 기존 항공기 디자인의 문법을 따르지 않고 자동차 내장 디자인 요소를 차용해 직관적이고 단순하면서도 세련되게 완성한 것이 특징이다”면서 “2028년 상용화를 목표로 현재 개발을 진행 중”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모빌리티 혁명의 완성으로 여겨졌던 자율주행의 투자는 오히려 줄어들었다. 우버는 2020년 말 자율주행과 에어택시 사업부를 매각했다. 우버와 함께 북미 시장을 양분하고 있는 리프트도 2021년 자율주행 사업부인 ‘Level5’를 도요타에 매각했다. 이은영 삼일PcW경영연구원 연구원은 “자율주행 투자는 그동안 IT나 완성차 업계뿐 아니라 모빌리티 플랫폼 회사들도 경쟁적으로 투자를 진행해온 사업 부문”이라면서 “코로나 팬데믹을 거치면서 내실을 다지기 위해 자율주행에 대한 포트폴리오 조정에 나선 것으로 보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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