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림역 살해범, 얼굴·목·폐 13번 찔러놓고 반성?…사형 선고해달라”
  • 이혜영 기자 (zero@sisajournal.com)
  • 승인 2023.07.24 08: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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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족 “다신 사회에 나오지 못하도록 해달라” 청원
살해범 조씨 “남들도 불행하게 만들고 싶었다” 진술
행인을 상대로 무차별 흉기를 휘둘러 1명을 살해하고 3명을 다치게 한 조아무개씨가 7월23일 서울중앙지법에 열릴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에 출석하기 위해 관악경찰서를 나서고 있다. ⓒ 연합뉴스
행인을 상대로 무차별 흉기를 휘둘러 1명을 살해하고 3명을 다치게 한 조아무개씨가 7월23일 서울중앙지법에 열릴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에 출석하기 위해 관악경찰서를 나서고 있다. ⓒ 연합뉴스

신림역 흉기난동범에 살해 당한 20대 피해자의 유족이 구속된 조아무개(33)씨에 사형을 선고해달라는 청원을 냈다. 유족은 조씨가 잔혹한 범행을 저지르고도 '반성한다'는 말 한마디로 감형을 받아낼 우려가 있다며 법이 정한 최고형으로 다스려달라고 호소했다.  

24일 국회동의청원 홈페이지에 따르면, 자신을 신림역 살인 사건 피해자의 사촌 형이라고 밝힌 청원인 김아무개씨는 "가해자가 다시는 사회에 나와 이번과 같은 억울한 사망자가 나오지 않도록 사형이라는 가장 엄정한 처벌이 선고될 수 있도록 해달라"고 요청했다. 

김씨는 "악마같은 피의자는 착하고 불쌍한 제 동생을 처음 눈에 띄었다는 이유로 무참히 죽였다"며 "유족들은 갱생을 가장한 피의자가 반성하지도 않는 반성문을 쓰며 감형을 받고 또 사회에 나올까 봐 두려움에 떨고 있다"고 전했다.

김씨는 숨진 사촌동생이 조씨로부터 13차례에 걸쳐 온 몸을 찔렸다고 설명했다. 그는 "동생은 일면식 없는 사람에게 13회 칼에 찔렸으며 목,얼굴,팔 등이 칼에 관통됐다"며 "폐까지 찔려 CPR(심폐소생술)조차 받지 못하고 만 22살의 나이에 하늘의 별이 됐다"고 통탄했다. 

유족은 "고인이 수차례 칼에 찔린 상태로 몸부림치다 쓰러진 후에도 피의자는 목을 다시 한번 찌르고 죽인 것을 확인하고 갔다"며 "고인은 마지막까지 '제발 살려달라며 애원했다고 한다'. 얼마나 큰 고통속에 외롭고 무섭게 죽어갔을까"라고 애끊는 심경을 토로했다. 

7월23일 오전 서울 관악구 신림역 인근 상가 골목에 마련된 흉기난동 사건으로 숨진 20대 남성을 추모하는 공간을 찾은 시민들이 고인의 명복을 빌고 있다. ⓒ 연합뉴스
7월23일 오전 서울 관악구 신림역 인근 상가 골목에 마련된 흉기난동 사건으로 숨진 20대 남성을 추모하는 공간을 찾은 시민들이 고인의 명복을 빌고 있다. ⓒ 연합뉴스

청원인은 자신의 사촌동생이 암으로 세상을 떠난 어머니와 외국에서 일하는 아버지를 대신해 동생을 돌봐온 실질적 가장이며, 과외와 아르바이트로 학비와 생활비를 벌어온 대학생이라고 밝혔다. 

김씨는 "고인은 정말 착하고 어른스러웠다"며 "고인이 수능 3일을 앞둔 고3때 고인의 어머니는 암투병 끝에 가족의 곁을 먼저 떠났다. 이 상황에도 고인은 어머니 빈소를 끝까지 지키며 중학생인 남동생을 위로했다"고 말했다. 

이어 "잠도 못자고 수능을 치르며 서울에 있는 꿈꾸던 대학에 합격했고, 학생회장까지 당선된 모범생이었다"며 "불행한 일을 겪으면서도 어떻게든 살아보겠다며 긍정적으로 살아온 인물"이라고 안타까워 했다. 사건 당일에도 신림동 일대 저렴한 원룸을 구하기 위해 부동산 중개업소를 찾았다가 조씨로부터 무차별 공격을 받았다고 전했다. 

유족 측은 "살인으로 가족을 잃은 만큼의 죄를 묻고 싶지만 그런 형벌조차 없는 현실이 더 화가 난다"며 "한낱 흘러가는 단순 묻지마 사건으로 묻히지 않도록, 가장 엄중한 벌인 사형이 선고될 수 있도록, 다시는 저런 악마가 사회에 나오지않도록 국민들의 많은 관심을 부탁드린다"고 거듭 호소했다. 

7월21일 흉기난동 사건이 발생한 서울 관악구 신림역 4번 출구 인근에 폴리스라인이 설치돼 있다. ⓒ 연합뉴스
7월21일 흉기난동 사건이 발생한 서울 관악구 신림역 4번 출구 인근에 폴리스라인이 설치돼 있다. ⓒ 연합뉴스

경찰에 따르면, 조씨는 지난 21일 오후 2시7분 지하철 2호선 신림역 4번 출구에서 80여m 떨어진 상가 골목 초입에서 20대 남성을 흉기로 여러 차례 찔러 살해한 뒤 30대 남성 3명에게 잇따라 흉기를 휘두른 혐의(살인·살인미수)를 받는다. 조씨로부터 흉기 피습을 당한 남성 4명 모두 조씨와 일면식이 없는 것으로 조사됐다. 

조씨는 첫 범행 6분 만인 오후 2시13분 인근 스포츠센터 앞 계단에 앉아 있다가 현행범으로 체포됐다.

구속된 조씨는 전날 법원 영장심사에 출석하면서 "너무 힘들어서 저질렀다. 반성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예전부터 너무 안 좋은 상황이었던 것 같다. 제가 너무 잘못한 일"이라며 "저는 그냥 쓸모없는 사람이다. 죄송하다"고도 했다.

조씨는 경찰 조사에서도 "나는 불행하게 사는데 남들도 불행하게 만들고 싶었고 분노에 가득 차 범행했다"는 취지로 진술하며 자신의 처지를 비관해 범행을 저질렀다고 했다. 범행 장소로 신림역을 택한 이유에 대해서는 "이전에 친구들과 술을 마시러 몇 번 방문한 적이 있어 사람이 많은 곳이라는 것을 알고 있었다"며 계획 범행을 인정하는 취지로 말했다고 경찰은 전했다.

경찰은 조씨를 상대로 사이코패스 진단검사(PCL-R)를 하는 등 자세한 범행 경위와 배경, 범행 이전 행적 등을 조사할 방침이다. 조씨의 신상공개 여부는 이번주 내 결정될 것으로 보인다.

조씨는 폭행 등 전과 3범에 법원 소년부로 14차례 송치된 전력이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 별다른 직업을 갖지 않고 공사 현장 등에서 일용직으로 일해 온 것으로 알려졌다. 

흉기 피습을 당한 부상자 3명 중 2명은 입원 치료를 받고 있으며, 위독한 상태로 알려진 1명은 고비를 넘긴 것으로 전해진다. 나머지 부상자 1명은 퇴원해 통원 치료를 받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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