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영화 6파전, ‘윈-윈’일까 ‘제로섬’일까
  • 조유빈 기자 (you@sisajournal.com)
  • 승인 2023.07.24 15: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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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여름 한국 영화 6편에 할리우드 영화 2편 등 대격돌
엔데믹 후 극장가 최대 성수기 맞아 韓영화 성적 주목

총 6편의 한국 영화가 올여름 영화시장에 등판한다. 일명 ‘BIG4’로 불리는 《밀수》 《더 문》 《비공식작전》 《콘크리트 유토피아》에 두 편의 영화가 더 합류했다. 등장을 예고한 영화는 정우성이 연출한 《보호자》와 유해진이 주연을 맡은 《달짝지근해: 7510》이다. 극장가 최대 성수기로 꼽히는 7~8월이 다가오면서 굵직한 한국 영화들의 연이은 개봉이 부진에 빠져 있던 영화산업의 활성화 계기가 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오지만, ‘제로섬 게임’이 될 것이라는 우려도 있다.

《밀수》 《더 문》 《비공식작전》 《콘크리트 유토피아》 ⓒ
《밀수》 《콘크리트 유토피아》 《더 문》 《비공식작전》 ⓒNEW· 롯데엔터테인먼트·쇼박스·CJ ENM 제공

BIG4 대전에 《보호자》 《달짝지근해: 7510》 참전

‘천만 영화’ 감독인 류승완 감독의 《밀수》는 오는 26일 여름시장의 선봉장으로 나선다. 《신과 함께》를 만든 김용화 감독이 메가폰을 잡고 280억원의 제작비를 투입한 SF영화 《더 문》, 《터널》 《킹덤》을 만든 김성훈 감독의 《비공식작전》이 내달 2일 동시 출격한다. 《가려진 시간》의 엄태화 감독이 만든 《콘크리트 유토피아》 역시 200억원 이상을 들인 대작으로 8월9일 베일을 벗는다. 이 BIG4 대전에는 CJ, 롯데, 쇼박스, NEW 등 국내 4대 배급사가 참전했다.

추가로 등장을 예고한 영화들도 그 이름값이 만만치 않다. 8월15일 개봉하는 《보호자》는 정우성이 연출과 주연을 맡은 영화다. 이미 《킬러 앞에 노인》이라는 단편 영화를 연출하면서 영화 감독으로서의 가능성을 보여준 그의 첫 장편작 《보호자》는 토론토국제영화제, 시체스국제판타스틱영화제 등 여러 해외 영화제에 초청되면서 작품성을 인정받은 바 있다. 박성웅, 김남길 등 연기파 배우들도 영화에 힘을 보탠다. 같은 날 개봉하는 《달짝지근해: 7510》은 《완득이》 《증인》을 만든 이한 감독의 신작으로, ‘연기 장인’ 유해진의 첫 로맨틱 코미디 도전작이기도 하다. 김희선과 함께 차인표, 진선규, 한선화가 개성 넘치는 캐릭터를 연기하며 블록버스터 사이 틈새시장을 노린다.

기대작들의 개봉은 영화산업의 활성화를 기대하게 한다. 분위기도 좋다. 영화진흥위원회가 공개한 ‘2023년 6월 한국 영화산업 결산 발표’에 따르면 6월 전체 매출액은 1451억원을 기록했다. 코로나19 이전인 2017~2019년 6월 전체 매출액 평균(1491억원)의 97.3% 수준이다. 6월 전체 관객 수는 1452만 명으로 2017~2019년 6월 전체 관객 수 평균(1768만 명)의 82.1% 수준이라는 점도 고무적이다. 한국 영화 점유율도 증가했다. 6월 한국 영화 매출액 점유율은 64.7%, 한국 영화 관객 점유율은 64.8%였다. 7개월 만에 매출액·관객 점유율 모두 외국영화에 우위를 점했다.

영화 《보호자》와 《달짝지근해: 7510》 ⓒ에이스메이커무비웍스·마인드마크
영화 《보호자》와 《달짝지근해: 7510》 ⓒ에이스메이커무비웍스·마인드마크

영화산업 활성화 기대…동시기 개봉 리스크도

리스크는 있다. 대작들의 개봉이 ‘동시기’라는 점 때문이다. 지난해 여름에는 《외계+인》 《한산: 용의 출현》 《비상선언》 《헌트》 등 굵직한 한국 영화들이 개봉했으나, 관객이 분산되면서 모든 영화가 흥행하지는 못했다. 《외계+인》은 손익분기점(739만 명)에 한참 못 미치는 관객(153만 명)을 동원하는데 그쳤고, 260억원이 투입된 《비상선언》의 관객 수(205만 명) 역시 손익분기점 관객 수인 500만 명의 절반에도 미치지 못했다. 지난 여름 최대 승자는 팬데믹 이후 외화 최대 관객을 기록한 《탑건: 매버릭》이었다.

코로나19 이전인 2018년 9월에는 추석 연휴를 겨냥해 《물괴》 《안시성》 《명당》 《협상》 등 고예산 한국 영화 4편이 함께 개봉했다. 전체 영화 관객 수는 증가했지만, 이 중 어느 한 편도 크게 흥행하지 못했다. 당시 실속을 챙긴 영화는 할리우드 영화 《서치》였다.

올해는 무려 6편이다. 한국 영화 6편이 비슷한 시기에 공개되는 것은 전례가 없는 일이다. 엔데믹 국면에 접어든 지금, 업계는 극장가 최대 성수기인 7~8월을 겨냥할 수밖에 없다. 특히 150~200억원이 넘는 제작비가 투입된 영화들은 최대로 관객을 동원해 손익분기점을 넘기는 것이 중요한 상황이다. 업계 관계자는 “전체적인 영화산업의 흐름으로 볼 때는 긍정적이지만, 대작들이 동시기에 개봉하면서 모든 영화가 손익분기점을 넘기기는 어려운 상황이 됐다”고 언급했다. 이미 개봉한 《미션 임파서블: 데드레코닝 PART ONE》과 8월15일 개봉할 크리스토퍼 놀런 감독의 《오펜하이머》가 동시기 상영된다는 것도 관객이 분산되는 배경이 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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