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덩이 된 ‘처가 리스크’…尹대통령 침묵 깰까
  • 구민주 기자 (mjooo@sisajournal.com)
  • 승인 2023.07.24 17: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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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평고속道 이어 풍수지리‧장모 구속까지…與 침묵 속 尹 입에 주목
“사법부 존중하고 이재명 압박해야” “판결 불복은 최악의 수”
윤석열 대통령의 장모 최은순 씨(가운데)가 21일 경기도 의정부시 가능동 의정부지방법원에서 통장 잔고증명 위조 등 혐의 관련 항소심 재판을 위해 법정으로 이동하고 있다. ⓒ연합뉴스
윤석열 대통령의 장모 최은순 씨(가운데)가 21일 경기도 의정부시 가능동 의정부지방법원에서 통장 잔고증명 위조 등 혐의 관련 항소심 재판을 위해 법정으로 이동하고 있다. ⓒ연합뉴스

윤석열 대통령의 장모 최은순 씨의 법정 구속으로 대선 과정부터 논란이 된 ‘처가 리스크’가 다시 부상하고 있다. 앞서 서울~양평 고속도로 특혜 의혹에 이어 대통령 관저 이전 풍수지리 개입 의혹까지 중첩되면서 ‘이권 카르텔과의 전쟁’을 선포한 윤석열 정부의 국정 장악력까지 위협받고 있다. 특히 내년 총선을 앞두고 여권 내 우려가 감지되는 상황에서 윤 대통령이 이에 대해 직접 입장을 표명할지 관심이 모이고 있다.

지난 21일 의정부지법 형사3부는 사문서 위조 및 위조사문서 행사 등 혐의로 기소된 최씨에 대한 항소심에서 징역 1년을 선고하고 법정 구속했다. 최씨는 경기 성남시 도촌동 땅 매입과정에서 2013년 4차례에 걸쳐 총 349억원가량이 저축은행에 예치된 것처럼 잔고증명서를 위조한 혐의 등으로 기소됐다.

대통령실은 이날 최씨의 법정구속에 대해 침묵 모드를 택했다. 대통령실은 “사법부 판결에 대해서는 언급하지 않는다는 입장”이라고만 전했고, 국민의힘 역시 당 차원의 공식 논평을 내지 않은 채 사태를 주시하고 있다. 사법부 판결에 반하는 섣부른 대응을 냈다가 오히려 화를 키울 거란 판단으로 읽힌다. 일각에서 “장모 구속으로 처가 리스크를 어느 정도 털어냈다” “구속까지 될 일이냐” 등의 반응만 조심스레 새어나오는 상태다.

대통령실과 여당의 침묵에도 윤 대통령 처가 일가를 둘러싼 논란은 격화할 것으로 보인다. 앞서 제기된 김건희 여사 일가의 서울~양평 고속도로 의혹이 해소되지 않은 데다, 지난해 대통령 관저 선정 과정에 풍수지리가가 개입한 정황까지 나오면서 여권은 더욱 수세에 몰린 상태다. 야당은 동시다발적으로 터진 ‘처가 리스크’를 한 데 묶어 내년 총선까지 윤 대통령을 향한 파상 공세를 이어나갈 전망이다.

폴란드를 공식 방문 중이던 지난 13일(현지 시간) 윤석열 대통령과 김건희 여사가 바르샤바 대통령궁에서 열린 공식 만찬에서 연주회 안내 자료를 보고 있다. ⓒ연합뉴스
폴란드를 공식 방문 중이던 지난 13일(현지 시간) 윤석열 대통령과 김건희 여사가 바르샤바 대통령궁에서 열린 공식 만찬에서 연주회 안내 자료를 보고 있다. ⓒ연합뉴스

“尹 대통령, 사과하면 밀린다고 생각하는 듯”

전문가들과 일부 여권 인사들 사이에선 윤 대통령이 더는 ‘처가 리스크’를 외면하거나 야당의 정치 공세만으로 치부해선 안 된다고 지적하고 있다. 특히 장모와 관련해선 사법부의 명확한 판결이 나온 만큼, 최소한 대통령의 유감 표명은 있어야 한다는 지적이다.

최창렬 용인대 특임교수는 통화에서 “대통령이 ‘국민께 우려를 끼쳐드려 유감이다’는 정도의 입장 표명은 하는 게 맞지 않나 싶다”며 “남의 일인 양 침묵으로 일관하는 건 국민들이 받아들이기 힘들 것”이라고 지적했다.

여권의 한 원외 인사는 시사저널에 “대선 때부터 처가 리스크가 윤 대통령의 발목을 잡아왔던 만큼, 그때 곧장 말끔하게 설명하고 털어내야 했다고 본다. 그렇지 않아왔기에 지금처럼 수습이 어려운 상황에 이른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대통령이 지금의 침묵을 깰 필요가 있지만, 혹 장모 구속 판결을 내린 재판부를 비판한다거나 사법부에 불복하는 메시지를 내놓는다면 그야말로 최악의 수를 두는 것”이라며 “차라리 이번 사법부 판결은 존중하며 향후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의 판결 승복을 압박하는 게 현명한 판단”이라고 덧붙였다.

다만 현 상황에 대한 윤 대통령의 사과 가능성은 낮게 점쳐진다. 이준한 인천대 교수는 “대법원 판결이 남아있기도 하고, 무엇보다 그간 논란에 대한 윤 대통령의 대응 패턴을 봤을 때, 조금이라도 인정하거나 사과를 하면 곧 밀리는 것이라고 인식하는 것 같다”며 “따라서 이번에도 사과나 유감을 표명할지 의문”이라고 말했다.

대선 당시 ‘내조’를 강조했던 김건희 여사의 행보도 최소화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최근 ‘명품 쇼핑 논란’과 같이 김 여사의 보폭이 커질수록 불필요한 잡음만 키우고 여론에도 도움이 안 된다는 지적이다.

실제 최근 발표된 여론조사에 따르면, 김 여사의 대내외 활동에 대해 68.5%가 “가급적 대내외 활동을 최소화해야 한다”고 응답했다.(여론조사 전문기관 미디어토마토가 뉴스토마토 의뢰를 받아 지난 17~19일 18세 이상 전국 성인 남녀 1035명 대상으로 진행한 조사, 21일 발표, 95% 신뢰수준에 표본오차 ±3.0%포인트).

최창렬 교수는 “김 여사가 내조에만 집중하겠다던 지난 약속을 지키지 못하겠다면 이제라도 대통령 부인에 맞는 관리와 감시를 받길 거부해선 안 된다”고 지적했다.

결국 처가 리스크를 털어내기 위해선 윤 대통령이 특별감찰관을 임명하는 등 측근 관리 의지를 보여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된다. 윤석열 정부 집권 2년 차로 접어든 지금까지 대통령 측근을 감시하는 특감 임명이 미뤄지면서, 이들이 고스란히 ‘관리 사각지대’에 머물고 있다는 지적이 이어지고 있다.

더불어민주당 한 중진 의원은 통화에서 “제도가 있고 요구도 있는 만큼, 윤 대통령이 계속 특감 임명을 외면한다면, 국민들 눈에 처가 관련 의혹을 계속해서 감추겠다는 것으로 비칠 수 있다”며 “이번 장모 구속을 계기로 국회서 특감 임명이 추진돼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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