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은 암호 공유”라던 넷플릭스의 변심…국내 계정공유 금지 초읽기
  • 조유빈 기자 (you@sisajournal.com)
  • 승인 2023.07.25 17: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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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정공유 금지 이후 넷플릭스 구독자 증가
하반기 계정공유 유료화 조치 확대 시행 예고

최근 넷플릭스는 100개 이상의 국가에서 계정공유를 금지했다. 넷플릭스 이용자들이 4명까지 동시 접속이 가능한 프리미엄 요금제를 통해 아이디 공유를 제한하기 시작한 것이다. 넷플릭스가 계정공유 금지 방침을 확대 시행하겠다고 밝힌 가운데, 최근 일본과 인도 이용자들에게도 안내 메일을 발송한 사실이 알려지면서 한국 이용자들에 대한 계정공유 금지 조치도 연내 시행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넷플릭스 로고 ⓒ연합뉴스
넷플릭스 로고 ⓒ연합뉴스

수익성 이유로 계정공유 금지…매출·영업이익 상승

당초 넷플릭스는 ‘사랑은 암호를 공유하는 것(Love is sharing a password)’이라며 이용자 간 계정공유를 암묵적으로 허용해왔다. 그랬던 넷플릭스가 정책을 뒤집은 이유는 ‘수익성’ 때문이다. 전 세계적으로 1억 가구가 계정을 공유하면서 무료 시청자들이 많아졌고, 수익성 개선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는 것이다. 넷플릭스는 올해 초 공개한 주주서한에서 “계정공유는 회사를 개선하는 장기적인 능력을 약화한다”며 “1분기 후반 계정공유 유료화 조치를 광범위하게 시작할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칠레, 코스타리카, 페루 등에 계정공유 유료화를 시범 도입했던 넷플릭스는 지난 2월 캐나다, 뉴질랜드, 포르투갈, 스페인에서 계정공유를 금지했다. 5월에는 미국에서도 계정공유를 막으면서 전 세계 100여 개 국가로 해당 정책을 확대 적용했다. 가구 구성원이 아니거나 함께 거주하지 않는 사람과 계정을 공유하려면 한 달에 7.99달러(약 1만원)를 추가 요금으로 내야 한다. 당시 해외 언론은 ‘#CancelNetflix’라는 해시태그를 통해 구독 취소를 인증하는 스크린샷이 SNS에 공유되고 있다는 내용을 보도하기도 했다.

가입자 이탈 우려와는 달리 계정공유를 금지한 이후 넷플릭스의 유료 가입자 수는 오히려 늘어났다. 매출과 영업이익 역시 상승한 것으로 나타났다. 19일(현지 시각) 넷플릭스가 발표한 실적 보고서에 따르면, 넷플릭스 가입자는 올해 2분기 전 세계에서 589만 명 증가해 총 2억3839만 명이 됐다. 전체 가입자 수는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8% 늘었다. 2분기 매출액은 81억8700만 달러(약 10조3700억원), 영업이익은 18억2700만 달러(약 2조3100억원)로 지난해 동기 대비 각각 2.7%, 15.8% 증가했다.

가입자 수와 매출액 증가가 계정공유 유료화 정책에 따른 것이라 분석한 넷플릭스는 “나머지 거의 모든 국가에 계정공유 유료화 조치를 하기 시작할 것”이라고 밝혔다. 그렉 피터스 넷플릭스 공동 최고경영자는 실적 발표 인터뷰를 통해 “(계정공유 유료화 조치를) 전체 매출액 90%에 해당하는 지역까지 넓힐 것”이라며 “하반기에는 새 계정공유 정책의 모든 이점과 광고 요금제의 지속적인 성장이 더해져 매출성장이 가속화될 것으로 예상된다”고 밝힌 바 있다. 아직 계정공유 금지 정책이 시행되지 않은 국가는 한국 등 일부 아시아 국가와 동유럽·남유럽의 일부 국가, 아프리카 등이다.

 

美·英서 베이직 요금제 신규 가입도 제한

넷플릭스는 또 가장 저렴한 요금제인 베이직 요금제를 미국과 영국 등 일부 나라에서 폐지했다. 기존 가입자는 요금제 유지가 가능하지만, 신규 가입이나 재가입하는 회원은 베이직 요금제를 이용할 수 없게 된다. 월 요금이 9.99달러인 베이직 요금제는 720p 화질에 동시 시청 기기 대수가 1대인 ‘1인 요금제’로, 광고를 보지 않는 요금제 중 가장 저렴하다. 해당 국가에서는 광고가 재생되는 월 6.99달러 요금제와 광고가 붙지 않는 스탠다드 요금제(월 15.49달러), 프리미엄 요금제(월 19.99달러)만 운영된다.

이는 수익성이 낮은 요금제를 폐지하고, 구독자를 광고 요금제나 고가 요금제로 유도해 수익성을 높이겠다는 전략으로 해석된다. 스펜서 노이만 넷플릭스 최고재무책임자는 지난 4월 1분기 실적 발표 당시 광고 요금제의 수익성에 대해 언급한 바 있다. 넷플릭스가 지난 2월 프리미엄 요금제의 사운드 기능을 높이고 콘텐츠 저장 기기 대수를 6대로 확대한 것 역시 고가 요금제에 대한 락인 효과를 높이려는 것이라는 분석이 나오기도 했다.

한국의 경우 다른 나라에 비해 계정을 공유하는 이용자들이 많은 것으로 알려졌다. 한국언론진흥재단 미디어연구센터가 지난 2월 20~50대 국내 넷플릭스 이용자 1000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계정을 공유해 구독료를 나눠 내는 시청자 중 62.8%는 거주지가 다른 이용자 간의 계정공유를 금지할 경우 이용을 중단하겠다고 답했다. 계정공유 비용을 분담하는 시청자 중 추가 요금을 내고 계속 넷플릭스를 보겠다고 한 이들은 7.7%, 계정을 새로 만들어 넷플릭스에 가입하겠다고 한 이들은 6.4%에 그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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