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인 가사도우미 100명 온다…‘최저임금’ 국내 근로자와 동일 적용
  • 이혜영 기자 (zero@sisajournal.com)
  • 승인 2023.07.31 12: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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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르면 연내 서울 全자치구 맞벌이 부부 등 대상 시범사업
정부, 신원확인 및 마약·범죄 전력 여부 사전 검증…일각 우려도
7월31일 로얄호텔서울에서 외국인 가사근로자 도입 시범사업 관련 공청회가 열리고 있다. ⓒ 연합뉴스
7월31일 로얄호텔서울에서 외국인 가사근로자 도입 시범사업 관련 공청회가 열리고 있다. ⓒ 연합뉴스

이르면 연내부터 필리핀을 비롯한 외국인 가사근로자 100명이 서울에 있는 맞벌이 가정 등에서 가사·육아 일을 하게 된다. 외국인 가사근로자는 국내 근로자와 동일하게 최저임금을 보장받게 되며, 출퇴근 방식 근무가 유력시된다. 

고용노동부는 31일 공청회를 열고 외국인 가사근로자 도입 시범사업 관련 계획안을 공개했다.

정부안에 따르면, 외국인 가사근로자들은 고용허가제(E-9) 인력으로 입국한 뒤 서울시 전체 자치구에서 근무하게 된다. 고용허가제는 내국인 근로자를 구하지 못한 중소기업 등이 정부로부터 고용허가서를 발급받아 외국 인력을 고용할 수 있도록 하는 제도다. 필리핀·베트남·태국 등을 비롯한 16개국 인력이 국내로 들어오고 있다. 

가사근로자로 일하기 위해 들어온 외국인들은 정부 인증을 받은 서비스 제공 기관에 고용되고, 해당 업체와 계약을 맺은 가정으로 출퇴근하면서 가사와 육아 서비스를 제공한다. 서비스 범위는 가사근로자법상 규정된 청소, 세탁, 주방일과 가구 구성원 보호·양육이다. 

시범사업 제공 지역은 서울에 거주하면서 직장에 다니며 아이를 키우는 20∼40대 맞벌이 부부, 한부모 가정, 임산부 등이다. 이용 시간은 하루 중 일부, 하루 종일 등 이용자가 선택할 수 있다.

외국인 가사 근로자가 일하는 기간은 최소 6개월이다. 이 경우 숙소는 서비스 제공기관이 마련하며, 서울시가 1억5000여만원의 예산을 통해 숙소비와 교통비, 통역비 등 초기 정착 소요비용을 지원할 예정이다.

외국인 가사 근로자들도 국내 근로자와 마찬가지로 최저임금을 보장 받는다. 근로기준법 역시 적용되지만 휴게·휴일, 연차휴가 등 일부 규정은 적용 제외된다. 다만, 고용부는 공청회에서 나온 의견 등을 종합, 반영해 세부사항은 조정될 수 있다고 밝혔다. 

정부는 외국인 가사근로자의 관련 경력·지식, 연령, 한국어·영어 능력, 범죄 이력 등을 사전 검증할 예정이다. 정신 질환자나 마약류 중독 여부, 범죄 이력 등도 확인할 방침이다. 

국내 입국 전후에는 한국 언어·문화, 노동법 등을 교육받는다. 국내 가사근로자 서비스 제공 기관에 배정된 뒤에는 실무 투입 전 아동학대 방지를 포함한 가사·육아, 위생·안전과 관련한 교육을 받는다.

정부는 이날 공청회에서 나온 의견 등을 고려해 3분기(7∼9월) 외국인력정책위원회에서 시범사업 계획안을 확정할 방침이다. 이르면 연내 시범사업 내용대로 외국인 가사 근로자 서비스를 국내에 제공한 뒤 내년에 운영 성과를 분석, 보완점을 찾는 등 완성도를 높여갈 계획이다. 

7월31일 로얄호텔서울에서 열린 외국인 가사근로자 도입 시범사업 관련 공청회에서 공청회를 규탄하는 개인 및 단체 관계자들이 손팻말을 들고 있다. ⓒ 연합뉴스
7월31일 로얄호텔서울에서 열린 외국인 가사근로자 도입 시범사업 관련 공청회에서 공청회를 규탄하는 개인 및 단체 관계자들이 손팻말을 들고 있다. ⓒ 연합뉴스

노동부는 이날 공청회에서 국내 가사·육아 노동자 규모가 점차 감소하고 있고, 비용 부담 등으로 이용 장벽이 높은 점 등을 설명하며 외국인 가사근로자 도입 필요성을 강조했다. 

내국인 가사·육아 인력 취업자는 2019년 15만6000명, 2020년 14만4000명, 2021년 12만1000명, 작년 11만4000명으로 계속 줄어드는 추세다. 또 내국인 가사·육아 인력 취업자 63.5%가 60대 이상, 28.8%가 50대로 고령화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서비스 이용 가정의 비용 부담도 걸림돌로 지적된다. 노동부에 따르면, 내국인 가사 인력의 경우 통근형(출퇴근형)은 시간당 1만5000원 이상을 줘야 한다. 입주형 내국인 가사 근로자에게는 서울 기준 한 달에 350만~450만원이 지급되는 것으로 파악됐다.  

외국인 가사근로자가 도입되면 올해 최저임금 시간당 9620원이 적용, 내국인 근로자에 비해 비용이 줄어드는 만큼 중산층 가정 부담도 그만큼 경감될 것으로 정부는 예상하고 있다. 

이상임 노동부 외국인력담당관은 "내국인 종사 인력이 줄고 고령화가 심각한 상황에서 저출산에 대응하고 여성의 경력 단절을 방지하기 위해 외국 인력을 활용해야 한다는 요구가 증가하고 있다"며 제도 도입 필요성을 강조했다. 

그러나 일각에서는 외국인 가사도우미 도입을 우려 섞인 시선으로 바라본다. 자칫 국내 근로자들의 일자리를 뺏을 수 있다는 지적과 함께 도우미들의 신원 확인 한계로 인한 위험성, 문화 차이로 인한 현실적 어려움, 돌봄 서비스의 전반적 질 저하 등이 거론된다. 또 외국인 가사도우미 제도가 사실상 '신(新) 노예제도'나 다름 없다는 비판도 제기된다. 

민주노총 공공운수노조 서울시사회서비스원지부 등은 이날 공청회 현장을 찾아 '노예제 도입 중단', '돌봄을 시장의 논리로 계산하지 말라!' 등 손팻말을 들고 외국인 가사·육아 노동자 도입에 반대하는 시위를 벌이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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