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아야 안 당한다”…소비자 낚는 ‘다크패턴’ 6가지는
  • 조유빈 기자 (you@sisajournal.com)
  • 승인 2023.08.01 17: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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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숨은 갱신’부터 ‘취소·탈퇴 방해’까지
공정위 가이드라인 있어도 법적 구속력 없어 주의해야

#1. A씨는 한 플랫폼의 ‘1개월 무료 체험’ 광고를 보고 해당 플랫폼에 가입했다. 중도 해지가 가능하다는 문구를 보고 편하게 가입했지만, 사이트가 마음에 들지 않았다. 탈퇴 버튼을 찾을 수 없어 탈퇴를 미루다 보니 카드 결제 알림이 왔다. 무료 체험 기간이 끝났다는 안내나 유료 결제가 시작된다는 고지도 없었다.

#2. B씨는 여름 휴가를 앞두고 숙박 예약을 하기 위해 숙소를 검색했다. 적당한 가격이라고 생각한 숙소를 선택해 예약 과정을 모두 거쳤더니 가격이 훌쩍 뛰어 있었다. 세금과 봉사료 등이 추가됐기 때문이다. 40% 할인이라고 돼 있었지만, 알고 보니 할인 전 1박 요금도 평소보다 훨씬 높게 책정돼 있었다.

플랫폼의 ‘눈속임 상술’에 속는 소비자들이 많다. 사업자의 이익을 위해 소비자들의 착각이나 실수를 유도하는 상술을 의미하는 ‘다크패턴(dark pattern)’이다. 의사결정에 필요한 정보를 수집하는데 과도한 시간이 들게 만들거나, 어떤 행동을 하도록 심리적 압박을 가하는 것도 다크패턴에 해당한다.

ⓒ 픽사베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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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동결제 후라도 서비스 미이용시 7일 이내 철회 가능

2021년 한국소비자원의 조사 결과, 국내 전자상거래 모바일 앱 100개 중 97%에서 최소 1개 이상의 다크패턴이 발견됐다. 다크패턴으로 인한 소비자 피해가 이어지자 공정거래위원회는 지난달 31일 ‘온라인 다크패턴 자율관리 가이드라인’을 발표하고 사업자들에게 다크패턴 이용을 자제하는 방안을 제시했다. 그러나 가이드라인에는 법적 구속력이 없어 소비자들의 주의가 요구된다. 현재 현행법상 규제가 불가능한 다크패턴은 ‘숨은 갱신’과 ‘특정 옵션 사전 선택’, ‘순차공개 가격 책정’, ‘취소·탈퇴 방해’, ‘잘못된 계층 구조’, ‘반복 간섭’ 등이다.

공정위 조사 결과에 따르면, 다크패턴 피해를 입은 소비자 중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계약이 자동 갱신·결제되는 ‘숨은 갱신’ 유형을 경험한 비중이 92.5%에 달한다. ‘숨은 갱신’은 무료 서비스를 유료로 전환하거나 월 구독료를 인상하면서 소비자에게 알리지 않고 계약을 자동 갱신하거나 대금을 자동결제 하는 행위다. 소비자는 무료 체험 이벤트를 적용받기 전에 조건을 정확히 확인해야 하고, 정기결제일이 언제인지 미리 확인해 계약을 해지해야 한다. 만약 갱신을 원하지 않았는데도 결제가 이뤄졌을 경우, 서비스를 이용하지 않았다면 7일 이내에 전자상거래법에 따라 청약철회가 가능하다.

결제 동의 문구에 멤버십 업그레이드 문구를 끼워둔 행위 예시 ⓒ공정거래위원회
결제 동의 문구에 멤버십 업그레이드 문구를 끼워둔 행위 ⓒ공정거래위원회 제공

‘특정 옵션 사전 선택’은 사업자에게 유리한 선택 사항을 미리 선택해놓고 소비자가 이를 무심코 지나치도록 유도해 자신도 모르게 멤버십에 가입하게 하거나, 원치 않는 서비스를 이용하게 하는 행위다. 온라인 플랫폼들의 대표적인 상술이다. 어떤 사항이 미리 선택돼있으면 소비자는 이를 반드시 선택해야 하는 것이라고 착각할 수 있다. A상품을 구매하기 위한 구매 절차를 거치고 있는데, ‘B상품도 함께 구매하시면 좋습니다’ 문구가 뜨는 경우가 있다. 그 상품이 선택돼있는 상태로 구매 버튼을 누르지 않도록 주의해야 한다.

상품 검색 결과가 나타나는 첫 페이지에는 일부러 낮은 가격을 표시하고, 결제를 진행하면 숨겨진 가격들을 차츰 보여주다가 나중에 그 모두를 더한 금액을 최종 가격으로 청구하는 것이 ‘순차공개 가격 책정’이다. 가입 절차보다 해지·탈퇴 절차를 복잡하게 설계하거나, 취소나 해지 버튼을 잘 보이지 않는 곳에 숨겨 제한하는 ‘취소·탈퇴 방해’ 역시 소비자 피해를 유발하는 행위다.

상품 검색결과가 나타나는 첫 페이지와 최종 가격이 다른 경우 ⓒ공정거래위원회
상품 검색결과가 나타나는 첫 페이지와 최종 가격이 다른 경우 ⓒ공정거래위원회 제공

‘거절’ 선택지·수신동의 여부 확인해야

사업자에게 유리하고 소비자에게 불리한 선택 항목을 시각적으로 두드러지게 표시해 소비자가 그 선택을 해야 하는 것처럼 오인하게 만드는 ‘잘못된 계층 구조’도 있다. 휴대폰이나 모니터 화면을 통해 정보를 얻는 소비자들은 화면 구성과 표시에 큰 영향을 받게 된다. 취소 버튼은 화면 구석에 작게 만들고 동의 버튼은 상단에 크게 배치하는 경우, 취소 버튼 색깔을 바탕화면과 같은 회색으로 처리해 누를 수 없는 상태인 것 같은 착각이 들게 만드는 경우가 이에 해당한다. 소비자는 반드시 거절할 수 있는 선택 항목이 있는지를 확인하고, 거부할 수 있는 선택지가 없다면 동의 버튼을 누르지 말고 앱을 종료해야 한다.

소비자에게 불리한 항목을 시각적으로 두드러지게 표시해 선택해야 하는 것처럼 보이게 만든 예시 ⓒ공정거래위원회
소비자에게 불리한 항목을 시각적으로 두드러지게 표시해 선택해야 하는 것처럼 보이게 한 경우 ⓒ공정거래위원회 제공

팝업창을 통해 특정 행위를 반복적으로 요구하는 ‘반복간섭’도 있다. 멤버십 ‘해지’를 하려고 했지만 ‘일시중지’를 할 것을 반복 권유하거나, 멤버십 업그레이드를 권유하는 내용을 지속적으로 띄우는 경우가 이에 해당한다. 이로 인한 피해를 막기 위해 소비자는 ‘수신 동의’ 부분을 체크해 자신이 팝업이나 광고 수신에 동의했는지 확인해야 한다.

이외에도 소비자가 선택하지 않은 상품을 장바구니에 몰래 끼워 넣어 결제를 유도하는 행위, 처음부터 273만원에 판매하던 상품의 가격을 378만원으로 표시하고 24% 할인된 것으로 표시하는 등 할인을 하는 것처럼 오인하게 만드는 행위도 다크패턴에 해당한다. ‘마감 임박’ 등 거짓으로 판매 시간제한이 있는 것처럼 알리거나, 재고가 거의 없다고 속이는 행위도 문제로 제기됐다.

이미 미국이나 유럽연합(EU) 주요국에서는 다크패턴에 적극적으로 대응하고 있다. 미국은 ‘온라인쇼핑객 신뢰회복법’을 통해 멤버십이 자동 갱신·결제되는 경우를 막았고, EU는 아마존과 합의해 기존에 12단계로 설정돼있던 구독 서비스 해지 절차를 2단계로 간소화했다. 현재 국회에서도 다크패턴의 일부 유형에 대응하기 위해 전자상거래법 개정 논의가 이뤄지고 있다. 공정위는 이에 앞서 다크패턴으로 인한 추가적인 피해를 방지하기 위해 가이드라인에 따른 실태조사를 진행하고 그 결과를 공개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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