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신용등급, 12년 만에 강등…‘-15% 악몽’ 재현?
  • 조문희 기자 (moonh@sisajournal.com)
  • 승인 2023.08.02 10: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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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치, 美 신용등급 AAA→AA+ 강등…“채무부담 증가”
2011년 강등 때 美 주가 –15%, “금융시장 충격 우려”
6월13일(현지 시각) 미 뉴욕증권거래소(NYSE) 입회장 포스트에서 한 트레이더가 업무를 처리하고 있다. 이날 뉴욕증시는 미국 소비자물가지수(CPI) 급등의 후폭풍이 지속되며 폭락세를 보였다. 다우존스30산업평균지수와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500지수는 각각 2.79%와 3.88% 떨어졌고 나스닥 지수는 4.68% 급락했다. ⓒ AP연합
국제 신용평가사 피치가 1일(현지 시각) 미국의 국가 신용등급을 한 단계 아래로 전격 강등했다. ⓒ AP연합

국제 신용평가사 피치가 미국의 국가 신용등급을 ‘AAA’에서 ‘AA+’로 전격 강등했다. 세계 최고의 ‘안전 자산’으로 평가받는 미 국채에 흠집이 난 셈이다. 국제금융시장은 충격에 대비하며 사태를 예의주시하는 모습이다.

피치는 1일(현지 시각) 미국의 신용등급(IDRs·장기외화표시발행자등급)을 AAA에서 AA+로 한 단계 하향 조정하고 등급 전망을 기존 ‘부정적 관찰 대상’에서 ‘안정적’으로 변경했다. 3대 국제 신용평가사가 미국의 국가신용등급을 강등한 것은 2011년 이후 12년 만에 처음이다.

피치는 보고서에서 강등 배경과 관련해 “향후 3년간 예상되는 미국의 재정 악화와 국가채무 부담 증가, 거버넌스의 악화 등을 반영한다”고 밝혔다. 피치는 “미국은 20년 넘게 거버넌스 기준이 꾸준히 악화했다”며 “2025년 1월까지 부채 한도를 유예하기로 한 지난 6월의 초당적 합의에도 불구하고 재정과 부채 문제가 남아있다”고 지적했다.

피치는 세수 감소와 재정지출 증가, 이자 부담 증가 등의 여파로 미국의 정부 재정 적자가 2022년 국내총생산(GDP) 대비 3.7%에서 2025년 6.9%까지 급등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아울러 신용 조건 강화, 기업 투자 약화, 소비 둔화가 결합돼 미국 경제가 올해 4분기와 내년 1분기에 ‘완만한’ 침체에 빠질 수 있다는 점도 지적했다.

지난 2011년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가 미국 국가신용등급을 AAA에서 AA+로 강등했을 때에는 미국 주가가 15% 이상 폭락하는 등 큰 충격을 유발한 바 있다. 12년 전 강등 당시에도 미국 국가부채 상한 증액에 대한 정치권 협상 난항 등이 강등의 배경으로 지목된 바 있다. 때문에 이번에도 미국의 국가 신용등급 강등 소식이 금융시장에 악영향을 끼칠까 우려하는 시각이 나온다.

신용등급 강등 소식이 장 마감 직후 전해진 터라, 일단 미국 증시의 하락 폭은 1%를 넘지 않았다. S&P500과 나스닥 100 선물은 각각 0.3%, 0.4% 하락했다. 반대로 일본 엔화와 스위스 프랑은 안전자산에 대한 수요로 상승했으며, 달러화는 주요 10개국 통화 대비 대체로 하락했다.

한편 신용등급 강등에 미국 정부는 즉각 반발했다. 재닛 옐런 미국 재무부 장관은 “피치의 신용등급 강등은 자의적이다”라고 비판했다. 카린 장 피에르 백악관 공보 비서관은 “이번 신용등급 강등은 조 바이든 대통령이 미국 경제를 세계 주요국 가운데 가장 강력하게 회복시키고 있는 현실과 어긋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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